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뉴시스>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외출·외박 등을 통제하는 대학의 합숙형 인성교육이 학생들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대학교 총장에게 2~3주간 교내 교육관에서 합숙 형식으로 진행하는 교양필수 인성교육 과목과 관련, 합숙 방식을 폐지하거나 선택 과목으로 전환하는 등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만약 인성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하려면 합숙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인성교육 내부지침 점검과 학생 의견수렴을 통해 제한을 완화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대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2017년도 기준 1학년은 3주간, 2학년은 2주간 합숙형 인성교육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합숙기간 동안 학생들은 외출·외박, 음주·흡연, 외부음식반입 등을 통제 당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학점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소속 학생들은 합숙 교육방식으로 외출·외박 등 자유시간을 통제받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경제적 곤란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 합숙방식이 필요하다”며 “일상생활을 규제하는 규정들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토·일요일 외출 및 외박이 가능하고 평일에도 오후 7시까지 개인활동이 가능하다”면서 “합숙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입사를 연기해 주거나 비합숙 과정을 개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재학생(218명) 설문조사, 학교 관계자 면접조사, 학생대표단 간담회·현장조사 등을 실시한 결과 ‘합숙교육을 원했다’는 재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5.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원하지 않았거나(64.3%) 필수사항이라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29.8%)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 학생들은 합숙 및 일상생활 통제가 오히려 교육적으로 역효과를 일으키고, 인성교육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한다고 인식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현재 다른 대학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단기교육 등의 형태로 인성교육을 진행하며 교육은 받는 사람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A대학의 합숙형 인성교육은 학생들에게 강제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요구해 교육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 내용이나 방식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교육받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합숙 등 규정 위반 시 학점 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학생들의 헌법상 보장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