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대 뇌물수수 및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주 등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현재 6시간 넘게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은 이 전 대통령의 출두로 묘한 긴장감이 흐른 가운데,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사진=권녕찬 기자>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100억 원대 뇌물수수 및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주 등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현재 6시간 넘게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이날 오전에만 3시간20분가량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오후 2시경부터 심문을 재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소유 의혹에 대해 “나와 무관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 의심 재산은 본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검찰 조사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식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여개의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됐다. 주요 혐의로는 총 17억5000만 원에 달하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와 친형 이상은 씨 소유로 알려진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며 하청업체 등을 통해 300억 원대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 수사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뇌물 혐의가 추가됐다.

또 ABC 상사 손모 회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22억5000만 원, 대보그룹으로부터 5억 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공천헌금 4억 원을 받은 혐의까지 포착됐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혐의 액수는 총 1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9시21분경 검찰에 도착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조사에 앞서 한동훈 3차장 등과 면담을 가진 이 전 대통령은 “편견 없이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3차장은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조사는 신봉수(48·사법연수원 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먼저 다스 관련 조사에 나섰다. 오후 조사에서도 신 부장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충실히 질문에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신 부장의 다스 관련 질문에 “다스 경영에 개입한 바 없고 나의 소유가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상황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있으며, 이 수사를 지휘하는 한 3차장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며 조사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변호인들도 수기로 조사 내용을 기록하며 입회 중이다. 오전에는 강훈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조력했다.

검찰은 신 부장 조사를 오후까지 마친 뒤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48·29기)를 투입해 조사할 계획이다. 송 부장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 뇌물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맡는다.

혐의가 많은 데다 검찰이 추가 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오늘 조사는 자정 넘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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