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 정부가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어 모든 노동자를 아우를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35개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근로시간 52시간 시행 시기는 사업 규모별로 300인 이상 업체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며 50인 이상 업체는 오는 2020년 1월, 5인 이상 업체는 오는 2021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5인 미만 기업 소속 근로자 보호 조항이 개정안에 빠져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현재 전체 임금 노동자 수는 1990만 명으로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 수는 28.1%인 558만 명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 10명 중 3명이 장시간 근로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는 입법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어려운 영세 사업장의 상황을 헤아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철수·유경준의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확대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된 이후 1961년, 1974년, 1980년 등 총 6차례에 걸쳐 사업장 규모를 점점 줄였다.
 
그러나 정부는 1998년 근로기준법 적용배제 사업장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개정한 뒤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근로자 수로 적용배제 기준을 정하는 것이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경영상황이 사업장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12월 발표한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5인 미만 사업체 1239개 중 42.9%는 이미 주당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있으며 연장근로 시간제한도 22.6%가 적용 중이다.
 
독일과 일본, 프랑스 등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법 적용을 배제한 사례는 드물다.
 
독일은 근로시간․휴가․해고 제한에 관한 각각의 개별 법률(근로시간법, 영업법, 폐점시간법, 연소자보호법, 임금 계속 지급법, 연방휴가 법, 해고제한법 등)을 두고 있다.
 
다만 해고제한법이 1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을 배제하는 것 외에는 사업장의 노동자 수를 획일적인 적용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프랑스도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준법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단축 근로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한 매체를 통해 “일반 기업은 비용이 늘어나도 생산성 효율을 상승시켜 이를 상쇄할 여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영업자는 그렇지 않다”며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자영업자 부문을 별개로 생각해 정책에 적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이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연구용역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실태조사·개선방안 등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현장안착을 위한 다양한 후속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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