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는 독이 든 성배?

LG생활건강은 지난 2000년 감식초음료 ‘마이빈’과 비타민음료 ‘레모니아’ 등을 내놓으며 식음료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LG생건은 결국 이를 CJ에 매각하면서 음료사업을 접은 바 있다. LG생건은 지난해에도 ‘녹차’브랜드를 출시하며 음료시장 진출의 꿈을 접지 않았었다. 결국 꿈이 이뤄진 것일까. LG생건은 지난달 초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인수전에서 웅진과 SPC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음료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문제는 LG생건의 시장진출과는 관계없이 콜라와 관련한 시장의 상황이 과거만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코카콜라의 매출은 지난 2002년을 기점으로 계속 떨어져왔다. 2002년의 5990억원의 매출에서 2005년에는 4984억원까지 매출이 떨어졌다. 펩시콜라와의 점유율 차도 지난해 10%(코카콜라 55%, 펩시 45%)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코카콜라의 시장성이 나빠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웰빙열풍’이 불면서 차(茶) 시장이 커지고 탄산음료 시장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보틀링이 매각시장에 나온 것도 결국 수익이 나
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과열경쟁으로 인한 국부유출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코카콜라는 본사로부터 원액을 수입해와 제품을 만들고 매출액을 미국 본사와 나눠 갖는다. 이를 ‘코크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배분비율은 본사가 90%, 보틀링 업체가 10%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

시장상황뿐만이 아니라 LG생건과 관련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한 경쟁업체 관계자는 “당초 업계에서는 음료시장 노하우가 없는 LG생건보다는 요식업을 주로 하는 SPC그룹 쪽에서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며 “인수금액도 SPC쪽이 많이 써 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LG생건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자 시장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인수 발표 하루 만에 주가가 6000원(-4.32%)이나 곤두박질 친 것.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나타냈다. 우선 인수에 사용되는 2800억원 투자규모가 작년 말 LG생활건강 총자기자본의 88%에 달해 과도한 수준이고,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무구조 안정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LG생활건강이 음료시장에서 전혀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료시장은 보기보다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시장”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홍보실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이미지에 코카콜라의 유통망이 더해지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며 사업성공을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호주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코카콜라 보틀링을 국내기업인 LG가 인수한다면 국내 시장의 상황에 맞는 마케팅 등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금액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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