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의 여름 휴가법

무더운 여름, 바야흐로 바캉스 시즌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 년에 딱 한 번 가질 수 있는 휴가의 계절인 것. 일반인들이 휴가생각으로 들떠 있는 것처럼 그룹 회장들도 휴가를 고대하고 있을지 한 번 쯤은 궁금할 법하다. 회장님들도 휴가를 간다면 어떻게 휴가를 보낼까? 사업을 잠시 잊고 외국의 한적한 어느 곳에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까? 아니면 우리나라 어느 곳인가 있을 별장에 틀어박혀 망중한을 즐길까? 정답은 둘 다 ‘아니올시다’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시스템대로 움직이는 회사 특성상 며칠간의 여유 정도는 쉽게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기업 회장들은 별도의 휴가를 내지 않은 채 경영에 몰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굳이 휴가라 한다면 집에 있으면서 독서를 하는 것 정도다. 이마저도 또 다른 사업구상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특히 유가나 환율 등 대외적인 상황이 민감한 시기에는 한 시도 경영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휴가를 가지 않는 중요한 이유다.


회장님들의 휴가는 그룹의 대내외적 상황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상반기 실적에 따라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가 결정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올해 별다른 휴가를 떠나지 않은 채 집에서 독서를 하며 하반기 경영을 구상한다. 특히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오랫동안 해외를 돌아다닌 탓에 피로가 누적됐다는 것이 삼성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택에서 독서를 하며 지인들과의 조촐한 만남의 자리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대내외적 상황도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없게 한다. 그룹 전반적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향후 그룹을 도약시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전반기 실적이 양호했던 LG그룹의 구본무 회장도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는 상태다. 구회장은 원래 휴가를 집에서만 보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도 자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책 읽고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할 계획. LG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구회장은 특히 조류관찰에 취미가 있어 특별히 휴가를 내지 않고 평소에도 틈틈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별다른 휴가없이 사업구상

‘사진광’으로 유명한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도 특별한 휴가기간을 갖지 않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만 해외출장이 있으면 짬을 내서 사진 몇 컷을 찍는 것이 그만의 휴가법”이라고 귀띔했다. 조회장은 신제품 카메라가 나오면 가장 먼저 구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자주 찾지 못한 모친 이순정(99)여사를 보러 이틀 정도 시간 내어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신규 취항마다 모친을 모시고 다니는 등 효심이 지극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처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을 맡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으로 제주도에 세미나를 다녀오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했다. 전경련을 출입했던 한 기자는 “전경련 회장들은 7월말쯤에 기자들과 제주도로 세미나를 다녀오는 것으로 휴가를 대체하는 게 관례
다”라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에 전념했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에 나서는 것이 나름대로의 휴가다. 박 회장은 올여름 해외 IOC 위원들을 만나 평창을 지지해준 것에 대한 답례를 하는 한편, 해외 사업자를 방문해 현지 직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을 챙기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8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업무를 보며 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은 오는 4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고(故) 정몽헌 회장 추모식과 신입 사원 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한다.

현대그룹 신입사원 수련회는 현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2004년부터 격년제로 열렸으나 올해부터 연례행사로 전환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어 별도의 휴가는 생각지도 못할 상황이다. 원래 별도의 휴가를 가지지 않았으나 마음만은 더욱 불편한 셈이다.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세계 100대 브랜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가 여전히 세계 100대 브랜드의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가 지난 27일 발표한 ‘2007년 세계 100대 브랜드’를 통해 밝혀졌다.

인터브랜드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4% 상승한 168억5300만달러로 평가돼 21위를 차지했고, 현대차는 브랜드 가치 44억 5300만달러로 72위에 올랐다. LG전자는 전년 대비 3% 상승한 31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로 97위에 올랐다.

특히, 최근 미국 시장 내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기록하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확고한 자리를 매김한 현대자동차는 세계 자동차 브랜드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동차 분야는 무려 13개 브랜드가 ‘2007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 올라 가장 많았다.

국가별로는 53개의 미국 브랜드가 100대 순위에 랭크됐으며, 그 뒤를 이어 독일 10개,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8개, 스위스와 영국이 각각 5개, 그리고 한국과
네덜란드가 각각 3개의 브랜드를 순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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