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 - 기자가 뛰어든 세상 ①

최근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파문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신 씨가 쉽게 학력을 위조할 수 있었던 것은 300개가 넘는 학력위조 전문사이트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자가 실제로 ‘미국 명문대학 졸업장’을 만들기 위해 유명업체들의 사이트에 접근해 문의한 결과 신청 후 결제만하면 1주일 이내 받아볼 수 있었다. 비용도 수십만 원이면 되고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이들은 고객 정보를 생명과도 같이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해외에서 위조된 졸업장을 DHL, UPS 등 글로벌 특급운송 업체를 통해 안방에서 안전하게 받아볼 수 있다. 학력위조 과정과 이 업체들의 전모를 잠입취재로 파헤쳐봤다.


현재 인터넷에선 학위 위조 전문 사이트들이 버젓이 영업을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가짜 학위 발급 사이트만 300개가 넘는다.

이런 사이트에서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클릭 몇 번만 하면 유명 대학의 졸업장, 성적증명서를 미국 등에서 배송되는 기간만 소요하면 바로 구할 수 있다. 검증 등의 절차에 대비해 없는 대학을 임의로 만들어 가상 대학의 학위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들의 웹사이트 등록주소를 바탕으로 추적한 결과 업체들은 개인, 기업형 등 다양한 조직으로 미국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으며 영국, 호주, 중국 등 제 3국을 통해 옮겨가며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저렴한 가격, 정교한 위조기술

또 추적망을 따돌릴 수 있는 안전장치로 웹호스팅 등은 추적이 불가하게 세계 각국으로 호스팅 서버를 이용하고 전화 같은 경우에는 콜센터 위탁서비스(사서함서비스)를 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 위치한 N사의 경우 아예 사용하기 편리한 소프트웨어 CD 패키지를 개발해서 졸업장사본 종이(4장), 졸업증서 양피지(2장) 등을 묶어 40달러(3만6000원)에 성황리 판매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종이만 있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N사에서 제작한 업자용 소프트웨어(정교함)를 공급받아 위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은 졸업장이 50달러(4만5000원)부터 판매하고 성적증명서가 70달러(6만4000원) 둘 다 할 경우 패키지 100달러(9만원)에서 500달러(45만원)까지 받는다.

결제 후 약 3~4일 뒤 미국에서 우편물이 날아온다. 학교를 선택하고 졸업장 디자인과 크기, 총장 등의 서명 위치도 선택 가능하다. 이슈학생, 우등졸업(Magna Cum Laude) 등의 문구도 10달러(9000원)를 추가지불하면 첨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프린트 양식까지 진짜 졸업·성적 증명서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위조 실력이 뛰어나다. 치밀한 사전조사를 통해 각 대학 사무실에 있는 팩스번호까지 찍힌 증명서를 만들어준다. 심지어 홀로그램을 만들어 의심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며칠간에 걸쳐 유명 학위 위조 사이트에 들어가 미국 MIT(메사추세츠 주립 공과대학) 학위 졸업장을 주문하는 절차를 알아봤다. 입력란에는 학위의 종류(학·석·박사)와 대학, 전공, 졸업일, 졸업장 크기·색깔, 원하는 학점 등을 기재하게 돼 있었다. 패키지상품(졸업+성적증명) 200달러에 운송비 140달러가 붙어 총 340달러(약 30만원)를 지불하고 며칠을 기다리면 ‘MIT(메사추세츠 주립 공과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외국 유명대학과 국내 대학의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등이 국외에서 위조돼 밀반입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 세관은 24일 지난해 세관이 적발한 학력위조 문서가 45건이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에는 한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인천공항 세관 특송통관과 장동욱 사무관은 “지난해부터 대학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등 학력위조 문서가 절반을 넘고 있다”고 말했다.


‘위조학위 증명서’ 국외서 밀반입 급증

위조서류는 대부분 해외에서 만들어진 뒤 국제특급 탁송화물편으로 운송장 등 상업용 서류나 전화기 포장상자 등에 숨겨 밀반입됐다.

서울시경 외사과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 AIU(아메리칸 인터내셔널 유니버시티) 학위와 관련해서 39명의 학위위조자를 적발했다”며 “이들은 형사입건 된 후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이들의 처벌 수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학술진흥재단 국제교류팀 관계자는 “최근 학위 신고를 취소하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으나 신분은 밝히지 않아 알 수 없다”며 “대학에서 교수를 채용할 시에도 학술진흥재단의 신고필증 부착을 요구하는 경우에만 재단에 신고를 하기에 사실상 외국 학위 진위 파악이 힘들다”고 전했다.

또 “학술진흥재단은 학위 검증 등은 거치지 않으며 신고를 하면 등록을 하는 수준”이라며 “검증절차는 학교나 채용하는 측에서 철저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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