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주·방위산업주 희비 엇갈려 “실적 무관한 흐름… 투자 위험도↑”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한반도를 물들인 완연한 평화무드에 국내 증시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4~5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 사업 또는 대북 관련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가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관련 업계에 웃음꽃이 피었다. 반면 방위산업 관련주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이들 종목이 실적과 무관하게 막연한 기대감에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전망에 따라 관련주 호황
방위산업 관련주는 약세 보이다 하루 만에 반등 혼조세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개성공단 입주 상장사와 금강산 관광 및 대북 송전 관련 기업 등 남북경협주 17개 종목의 주가가 작년 말 대비 평균 44.9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33% 하락, 코스닥은 8.44% 상승했다.

앞서 지난 5일 방북길에 오른 대북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한편, 4월 말경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약속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5월 회담까지 예정되며 한반도에 모처럼 평화무드가 감돌았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급변하면서 한국 증시를 억눌러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은 남북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으로 제기돼 왔는데, 이러한 요소가 완화될 경우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다른 선진국 및 신흥국의 50~80%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4~5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올해 중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등 남북경협주 ‘쾌재’
 
이에 따라 남북 경협주가 호재를 맞았다. 먼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작게는 60%부터 크게는 110%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인디에프 주가는 지난해 말 1045원에서 지난 9일 2200원으로 110.53% 급등했고, 좋은 사람들도 99.74%가량 같은 기간 약 2배 상승했다. 제이에스티나와 재영솔루택도 각각 54%, 40% 올랐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인 만큼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대북 송전이나 가스관 등 사업이 재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제공전기·선도전기 등 관련주가도 60%가량 급등했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 관련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도 한 달 새 34% 이상 오르며 지난 9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밖에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 사업권을 보유한 에머슨퍼시픽도 15.30%가량 크게 올랐다.
 
방위산업 관련주 일제히 약세 지속
 
반면 한반도 안보 위기 때마다 주가 상승을 기록했던 방위산업 관련주는 혼조세다.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알려진 후 지난 7일에는 코스닥 시장의 빅텍, 스페코 등과 유가증권시장의 LIG넥스원, 한화테크윈 등이 일제히 큰 폭 하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종목에 따라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지난 8일 기준 퍼스텍이 1.72%, LIG넥스원이 1.33%, 한국항공우주가 0.21% 등으로 각각 오름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빅텍과 스페코이 보합권에서 미미한 변동 폭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대북 관련주는 해당 업체 또는 사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북한발’ 이슈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제이에스티나는 개성공단 중단 장기화 등 영향에 따라 지난해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섰고, 인디에프도 지속적인 매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이화전기, 보성파워텍 등 업체들도 영업손익이 감소세이거나 적자 상태다.

이에 예정된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차질을 빚을 경우 관련주는 직격탄을 맞는다. 따라서 위험도도 높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관련주에는 실적 부진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점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적 테마주로 접근할 경우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종목에 대해 거래소의 시장경보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좋은사람들, 지난 12일에는 제룡전기가 각각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됐다.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경고→위험’ 3단계로 구성되는데 경고 단계에서 신용융자거래가 중단되며 급등이 지속되면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북경협주가 받는 직접적 수혜는 한 달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상황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 증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또 남북정상회담은 이미 두 차례 열렸기 때문에 얼마나 영향력이 클지는 미지수”라고 언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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