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21억 원 부담 운영 주체 찾지 못해…다시 아스팔트 훈련 처지
- 썰매 종목, 비인기종목·선수 부족 등을 이유로 상비군 운영도 중단


스켈레톤 윤성빈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해 패럴림픽까지 대내외적으로 성공 개최라는 호평과 함께 한국선수단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동계스포츠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대회 이후 경기시설들이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무기한 폐쇄에 직면했다. 특히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의 메달 영광을 선사했던 썰매종목은 슬라이딩센터 폐쇄 조치와 함께 상비군 해체 등 예산부족 암초를 만나 다음 베이징대회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우울한 소리도 들린다.
이용 강원도청 감독
썰매종목 대표팀 총감독인 이용 강원도청 감독과 봅슬레이 4인승 원윤종·전정인·김동현·서영우 선수는 지난 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이용 감독은 “대한민국 유일 슬라이딩센터는 봅슬레이·스켈레톤 발전을 위해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정부 예산 부족으로 경기장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천 억 원을 들여 경기장을 세운 만큼 선수들이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6일 대한체육회로부터 우리 종목의 등록 선수가 적어 상비군을 운용할 수 없다는 연락이 없다. 상비군·전주자가 현재 대표팀 선수들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데 비인기 종목이라고 이렇게 해산하면 종목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추가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봅슬레이 ‘파일럿’ 원윤종도 “올해 슬라이딩센터가 폐쇄되면 이제 겨우 싹 트기 시작한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이 죽어버릴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운영비 발목,
한체대 MOU가 전부


왜 이렇게 됐을까,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총 공사비 1141억 원을 들여 2016년 10월 완공됐다.

지난해 2월과 3월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월드컵이 잇달아 열렸고 올해는 평창올림픽까지 훌륭히 치러냈다. 특히 최신식 시설과 깔끔한 빙질은 외국 선수 및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을 정도였다.

이와 함께 최근 일본 나가노 슬라이딩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아시아 유일의 썰매 전용 경기장이 됐다.

또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전 세계 16번째 썰매 전용 경기장이자 실내 스타트 훈련장과 실내 워밍업장 등 각종 최신 시설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신 시설이 운영주체와 예산에 발목이 잡혔다. 주체를 찾지 못하며 잠정 폐쇄조치에 이르렀고 이미 트랙의 얼음을 유지할 수 있는 암모니아가 빠지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데서 출발한다. 평창대회를 놓고 조직위원회는 세밀한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

올림픽 운영비뿐만 아니라 사후 활용에 대한 기금 조성까지 이뤄졌던 캐나다 캘거리나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와 달리 일단 ‘급한 불 끄고 보자’는 데에 만족했던 것.

사후 방안을 놓고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걱정할 정도였다. 이 같은 기우는 결국 현실화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를 놓고선 2015년 강원도가 한국체육대와 사후활용 업무협약(MOU)를 맺은 게 전부다.

2015년 강원도개발공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영비는 연간 약 21억3000만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일반 이용객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금 7억 원을 빼면 약 14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연간 이정도의 금액을 감당하면서 운영할 단체를 찾지 못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결국 강원도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체대와 손을 잡았지만 이 또한 마땅한 해법이 되지 못했다.

한체대 역시 유지·운영을 위해 단 한 푼도 낼 수 없는 단체이기에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바에 강원도는 자신들이 위탁운영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 역시 연간 운영비를 모두 떠안기에는 부담스러워 최소 60%~70%까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바라는 눈치다.

일단 정부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보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상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현재 기획재정부가 시설 활용 용도와 재원규모를 파악 중이다. 그 결과를 보고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측에서 운영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어 정상 운영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논의가 길어질수록 폐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국 봅슬레이 4인 남자
대한체육회
예산 중단 비수 꽂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썰매선수들이 올림픽은 마쳤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다음 시즌 대비를 위해 당장 이달 중순부터 훈련을 시작하려 했지만 실전 훈련을 할 수 없게 돼 과거의 아스팔트에서 훈련하던 시절로 회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더욱이 운영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9~10월 진행하려던 트랙 훈련도 쉽지 않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한체육회의 동계종목 선수 육성 예산 지원이 종료되면서 봅슬레이·스텔레톤대표팀 상비군은 해체됐다.

이 감독은 “등록 선수가 적어서 상비군을 운영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스태프와 선수를 합쳐 상비군 19명을 위한 운영비는 연간 8억 원 정도다. 동고동락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예산 편성이 안 됐다는 이유로 해산돼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간 15명의 선수와 4명의 지도자로 구성된 상비군은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하기 전 트랙을 점검하고 썰매를 정비·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

이 감독은 “메달을 따기 위해 열심히 함께해 준 선수들인데 안타깝다”면서 “유소년, 상비군 선수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스켈레톤, 봅슬레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뚜렷한 예산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며 안타까워 했다.

여기에 외국인 코치진과 기술진도 자기 나라도 돌아갔다.

이처럼 슬라이딩 센터를 비롯해 썰매종목 지원까지 예산부족을 핑계로 외면하면서 성공개최라는 칭찬은 무색해 졌다.

아시아 최초 썰매 금메달이라는 위업에도 불구하고 인기 없는 종목, 선수 부족이라는 점을 들어 일방적인 예산지원 중단은 여전히 현재 성적에만 급급한 한국 체육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음 베이징 대회에서 더 많은 메달획득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부실한 지원과 연맹, 협회 측의 탁상공론 태도에 선수들이 버틸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해외 사례 응용
대안 마련 필요


한편 슬라이딩센터 운영을 놓고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슬라이딩센터 운영은 ‘뜨거운 감자’로 여겨질 정도로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간 건설된 썰매 트랙 30개 중 이미 14개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캐나나 휘슬러, 미국 파크시티 등은 월드컵, 북아메리카컵 등 꾸준히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관광 상품을 개발해 연중 사람이 끊이지 않는 ‘테마 파크’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시아 유일의 썰매 전용 경기장이라는 가치를 활용해 크로스컨트리센터, 스키점프센터 등 주변시설과 연계해 발전시키는 방향을 찾는다면 썰매 경기장을 보존하면서도 수익이 날 수 있는 묘수를 찾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방안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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