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쪽에서만…” 불만 토로에 공작설·각종 지라시 ‘난무’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 정봉주 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법조계·문화예술계·연예계 등에 이어 정치권에도 미투 쓰나미가 일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정봉주 전 의원·민병두 의원·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까지 현재 성추문에 휩싸인 인사들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진보 진영에 속해 ‘음모론’과 각종 설(說), 지라시까지 혼재돼 분출되는 상황이다.
 
안희정·정봉주·민병두·박수현까지 성추문 논란 진보에 편중
공작설·기획설 등 ‘2차 피해’ 우려…“피해자 모욕하는 행위”

 
안희정 전 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파문, 정봉주 전 의원의 기자 지망생 성추행 의혹, 민병두 의원의 여성 사업가 성추행 의혹, 박수현 전 대변인의 불륜 논란까지 잇따라 민주당 인사들의 성추문 사건이 터지자 진보 진영에선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SNS 상에선 “왜 미투 운동은 이쪽에서만 튀어 나오나” “왜 진보 진영에만 터지나” 등의 볼멘소리에다 “보수는 돈으로 매수했나” 등 근거 없는 주장도 등장하며, 음모론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음모론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건 언론인 김어준 씨의 ‘미투 공작설’ 발언이 시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본격 음모론 파장
김어준發 공작 발언

 
김 씨는 지난달 말 ‘공작 예언설’에 이어 지난 11일 인터넷 팟캐스트 ‘다스뵈이다’ 14회에서도 공작과 관련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의 말을 다시 추려서 인용해 보면 이렇다.
 
“안희정에 이어 봉도사(정봉주 전 의원)까지…이명박 각하가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 제가 공작을 경고했는데 그 이유는 미투를 공작으로 이용하고 싶은 자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왜 한쪽 지형만 나오나, 왜 특정 영화 출신 배우만 나오느냐. 그게 분명히 한쪽에 몰려있는 건 맞다. 근데 그건 지금 얘기하면 안 된다. 그와 별개로 이 폭로가 사회 인식을 바꾸고 시스템 개선으로 나가는 효과를 봐야 한다.”
 
그는 또 “공작은 막고 (미투를) 사회운동으로 기회를 살리고, 이 두 개를 동시에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씨의 발언이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정치권,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허성우 한국당 수석부대변인은 “김어준은 ‘민주당 성추문 덮어주기 TF’ 팀장이냐”라고 비난했고,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김 씨는 사과하고 즉시 방송에서 떠나라”고 촉구했다.
 
김 씨는 본인 발언과 관련 ‘미투를 공작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기존 주장을 강조하면서, “‘안희정, 정봉주 (사건을) 공작이라고 해’ 이런 식으로 보도가 됐다. (이런) 말조차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미투=공작’과 ‘미투=공작 이용 세력 있음’을 혼동하고 있다고도 하고, 성추문 사건과 관련한 각종 발언 과정에서 오독(誤讀)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그간 김 씨의 공작 관련 발언 의도로 볼 때 당시 방송에서 “공작은 ‘막고’”라고 말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주요 언론엔 “공작은 ‘맞고’”라고 보도됐다. ‘발음(?)’상의 문제로도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한편 음모론과 관련된 인사는 김 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7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 참석해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투 운동에서 무사한 걸 보니 다행”이라며 “안희정 사건을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소문이 다 퍼졌다”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음모론은 최근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지라시로 떠돌던 얘기다. ‘임 실장이 한양대 재학 시절 같은 과 후배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있다. 피해자는 현 진보정당에서 재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의 음모론이 떠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성(性) 관련 문제는 사건 특성 상 당사자 외엔 정확한 진실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람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민감한 소재인 탓에 정치적 진영과 이해관계에 따라 각종 카더라식 의혹과 지라시가 확대재생산되는 실정이다.
 
특히 안희정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비서 김지은 씨와 관련한 각종 음모론이 상당수 양산됐다. 김 씨를 최초로 인터뷰한 언론사가 장충기 등 삼성 관련 보도를 덮으려고 미투를 이용했다거나, 김 씨의 부친이 새누리당·자유선진당 당원이라는 내용도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김 씨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각종 음모론과 진용 논리가 동시에 뒤엉키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피해자 중심 사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병두 의원 <뉴시스>
  ‘피해자 중심 사고’
전문가들 입 모아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투라는 운동이나 현상은 여성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것”이라며 “이를 정략이나 자기 진영에 유리한 논리로 몰아가는 것은 심각한 성폭력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자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백 상임대표는 이어 “그런 대응을 하는 정치권이나 진영은 사실 희망이 없다”며 “여성들은 더 이상 그런 사람들한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미투 공작설에 대해 경계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미투 공작설’은 절실함과 용기로 고발에 나선 성폭력 피해자들이 마치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매도하고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김현영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이 더 많이 나오는 이유는 진보 진영에 더 많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미투 운동에 공작설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진보 남성들 스스로가 강간 문화를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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