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마무리용’? 논란된 범죄 수익 몰수 기대도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검찰과 경찰이 범죄·부정부패 수익 환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경찰은 지난 11일 각각 범죄수익환수부와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을 출범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각종 부정부패 등 범죄 수익 환수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등이 각종 비위·불법행위로 경제적인 이익을 취했음에도 범죄수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경찰이 범죄수익 환수 관련 부서를 신설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렬 지검장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 시작”
시민들 “범죄 수익 이번 기회에 확실히 추징해야”


올바른 법 집행과 범죄수익 환수는 공정한 사회의 필수요소다. 하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듯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법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새롭게 신설될 범죄수익환수과와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이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범죄수익환수반 확대
4차장 산하 부서로 출범


지난달 12일 대검찰청에서는 문무일 검찰총장 등 대검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부패부 산하에 설치한 범죄수익환수부의 현판식을 개최했다. 

범죄수익환수부는 자금세탁 및 은닉된 범죄수익을 추적하기 위한 전담 조직으로 새로 보임된 4차장 산하 부서다. 부장검사 1명, 검사 2명, 수사관 3명이 배치됐다. 기존 검사 1명과 수사관 2명으로 구성됐던 '범죄수익환수반'이 확대된 것이다. 

초대 과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 초대 팀장을 맡은 김민형(44·사법연수원 31기) 검사가 맡았다. 김 과장은 국정농단 수사팀에서 최순실 씨의 독일 내 재산 추적도 담당했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범죄수익 은닉 방법이 점점 전문화·지능화·국제화되면서 자금세탁방지 및 범죄수익환수 업무에서의 전문 역량을 구축할 필요성에 따라 신설됐다. 또 국정농단 사건 등 대형 범죄수익 은닉 현안이 발생하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통한 신종 범죄수익이 출현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범죄수익환수부는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 등 전국 각 일선 청의 범죄수익환수 담당 검사들의 자금세탁범죄 수사 및 범죄수익환수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업무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전문 검사·수사관 양성 및 실무 매뉴얼도 제작·배포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환수 등 대형 범죄수익 발생 및 은닉 현안에 대한 환수 업무도 지원한다. 관련 법리 검토 및 입법 건의 등을 지원할 예정이며 중요 현안에 대한 TF구성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동안 전씨 일가 재산 추적에 나서 지난해 9월 기준 추징금 2205억 원 가운데 1155억 원을 환수한 바 있다. 현재까지 집행률은 52.3%이다. 최 씨는 1심에서 벌금 180억 원, 추징금 72억여 원을 선고받았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가 27억 원 상당의 내곡동 사저와 수표 30억 원(1억 원 30장) 등 60억 원이 추징 대상으로 오른 상태다.

윤석열 지검장은 “지금까지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처분에 주력해 왔는데, 지금부터는 그것과 병행해 범죄 수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대물적인 처분에 더욱 주력하는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 시작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세탁·범죄수익 환수
노하우 축적·전수한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범죄수익은닉법 관련 법령을 개정해 유사수신 및 다단계 범죄 등으로 환수 대상 범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죄 판결 없이도 범죄사실과 재산이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한 ‘독립몰수’ 제도 등 선진국 제도를 연구해 적용 가능성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 밖에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공조하고 대검 국제협력단 등 유관부서와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자금세탁 및 범죄수익 환수 업무에 대한 전문 수사력과 노하우를 축적하며 유관부서 및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국제형사사법 공조를 강화하겠다”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범죄수익은닉 행위에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범죄수익추적수사팀 
지능범죄수사대에 배치


경찰의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치됐다. 경찰청은 금융·회계 분석 전문가 등 12명을 배치해 운영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은 주로 금융계좌 분석, 회계·세무 분석, 기업 압수수색 현장지원, 범죄수익 추적을 통한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 지원 등을 담당하게 된다. 지방청 및 경찰서 수사팀에서 지원 요청 시 수사팀에 합류해 업무를 지원한다.

경찰청은 범죄수익 추적수사팀 운영을 통해 경찰의 초동수사 단계부터 은닉된 범죄수익을 적극 발굴, 재산을 동결하고, 판결 후에는 몰수·추징·집행 등의 범죄수익 환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형 경제·기업범죄, 부패비리 범죄 등 중요범죄에 대한 수사역량을 높이고, 증거 확보에도 일조해 경찰의 경제·금융범죄 수사 전문성을 한층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경찰청은 시범운영 결과 분석 및 미비점을 보완해 전국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며, 향후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의 전문자격증 소지자를 채용, 범죄수익 추적수사팀에 배치할 계획이다.

정치권, 정치적 의도 의심
검경 충성심 경쟁?


정치권에서는 범죄수익환수부와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부서 설립취지는 충분히 동감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적폐 청산을 외치며 정부부처는 물론 공기업, 산하단체 등에 대해 대대적인 적폐청산몰이를 해 왔다. 심지어 정권의 동력이 ‘적폐청산’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범죄수익환수부와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이 적폐청산 마무리를 위한 전담팀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찰, 검찰 등에 의한 적폐 수사 후 재판 결과에 따른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징하기 위한 부서라는 지적이다.

또 검찰과 경찰이 현재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정권에 충성경쟁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여론은 신설부서에 대해 호의적이다. 일부 시민들은 이 부서를 통해 그동안 제대로 몰수하지 못한 범죄 수익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추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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