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영 소식에 국민청원까지 시청자들 당혹…재개 여지는 남겼지만 사실상 폐지
- 출연진 고령화를 비롯해 최근 트렌드에 편승하지 못한 것도 휴식을 선택한 이유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13년간 토요일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사랑받았던 MBC ‘무한도전이 오는 31일 공식 종영한다. 봄 개편에 맞춰 변화가 감지됐지만 김태호 PD가 하차를 결정한 이후 원년 멤버들 역시 하차 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아쉬운 마침표를 찍게 됐다. 팬들을 비롯해 MBC도 여전히 아쉽다는 감정과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어 종영 이후에도 후유증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무한도전’ 종영 사실을 공식화했다.

MBC 측은 “‘무한도전’은 변화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한 끝에 3월 말 시즌을 마감하고 휴식기를 가지기로 결정했다”며 “최행호PD가 준비 중인 ‘무한도전’ 후속 프로그램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방송사는 또 “후속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시즌2가 아닌 새 출연자와 새 포맷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며 오는 4월 방송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MBC는 “김태호PD는 당분간 준비할 시간을 갖고 가을 이후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로써 ‘무한도전’은 13년의 도전을 마무리하게 됐다.
유재석, 김태호PD(왼쪽부터)
유대감과 참신함으로
이어온 13년


2003년 4월 ‘무모한 도전’이라는 코너로 시작한 무한도전은 당시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등이 나와 황소와 줄다리기 시합을 벌이고 바가지로 목욕탕 물 퍼내기 같은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이들이 내건 모토는 ‘초일류 연예인이 되기 위한 무한 프로젝트’였다.

특히 ‘무한도전’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를 중심으로 멤버들의 변화가 다소 있었지만 출연진들 간의 티격태격하는 끈끈한 유대감이 돋보였고 이들을 통해 진행되는 참신한 기획과 도전, 다양한 특집이 만들어지며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출연진 모두 당초의 목표대로 톱스타 연예인으로 성장했다.

국민MC 유재석이 성장하는 기폭제였고 박명수, 정준하, 하하 등 대중문화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3여년간 쉼 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은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김태호PD는 줄곧 시즌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도입되지 못했다.

또 기획력도 점점 고갈되어 갔고 원년 멤버들 역시 나이가 들면서 체력 부담이 큰 도전은 엄두도 내지 못할 지경이 됐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최근 변화되는 예능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한몫했다.

‘무한도전’은 여전히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였다.

더욱이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 변방으로 취급되고 ‘나혼자 산다’가 각종 상을 휩쓸면서 ‘무한도전’의 한계를 몸소 느껴야 했다.

이에 최승호 MBC 사장은 무한도전의 시즌제를 제기하며 변화의 물꼬를 텄고 긴급히 양세형, 조세호 등의 젊은 출연진을 수혈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는 듯했다.

하지만 개편을 앞두고 김태호PD가 하차를 선언했고 잇달아 기존 출연진들 역시 하차 의사를 표명하면서 ‘무한도전’은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이에 MBC는 원년 멤버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결국 불발되면서 기존 멤버들을 데리고 새로 시작하려던 새로운 ‘무한도전’은 무산됐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휴식 없이 달려온 일정과 고령화는 무한도전 제작진을 비롯해 출연진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무한도전’은 잠정 휴식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한도전’ 애청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한도전’의 종영 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또 ‘무한도전’ 종영에 대한 아쉬움은 방송국에도 있다. 그간 MBC의 광고 등 수익적인 측면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새 시즌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무한상사’, ‘토토가’ 등
명장면 가득


일각에서는 MBC가 가을 김태호PD 복귀를 알린 만큼 새로운 ‘무한도전’의 가능성에도 기대가 쏠리고 있다. 이는 그냥 보내기는 아쉽다는 마지막 바람으로 풀이된다.

한편 ‘무한도전’이 종영을 앞두면서 이들이 남긴 추억들이 회자되고 있다.

우선 2016년 MBC 예능연구소가 ‘무한도전’ 500회를 기념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시리즈’는 ‘무한상사’, ‘추격전 시리즈’, ‘가요제 특집’ 순으로 집계됐다.

‘무한상사’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무한상사라는 가상의 회사를 배경으로 이끌어 가는 일종의 콩트시리즈로 2011년 5월 야유회 편을 시작으로 오피스, 신년특집, 추석특집, 뮤지컬 특집, 위기의 회사원 등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직장인들의 애환과 에피소드를 담아내 공감대를 이끌었다.

‘추격전 시리즈’는 매번 다른 제목과 콘셉트로 시청자들에게 반전 재미를 선사했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필두로 2년 주기로 개최된 ‘무한도전 가요제’는 올림픽대로, 서해안고속도로, 자유로, 영동고속도로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고 방송 이후 음원차트 상위권을 독식하는 등 예능계와 더불어 가요계를 뒤흔들었다.

더욱이 한때 무한도전 가요제를 의식해 대중가수들이 신곡 발표를 연기하는가 하면 가요제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깜짝 스타가 되는 등 연예계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외에도 ‘무한도전’은 에어로빅, 봅슬레이, 카레이싱, 레슬링, 조정 등 많은 연습과 준비시간이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출연진의 땀과 노력을 통해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 왔다.

특히 봅슬레이의 경우 많은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통해 알게 됐을 정도로 낯선 종목이었다.

2009년 영화 ‘쿨 러닝’을 인상 깊게 본 노홍철의 제안으로 시작된 봅슬레이편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멤버들의 투혼이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월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이 ‘무한도전’을 보고 봅슬레이에 입문했다고 말해 ‘무한도전’의 저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토토가3 H.O.T.편
지난달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H.O.T.의 완전체 재결합을 보여줬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특집도 ‘무한도전’ 명장면으로 꼽힌다.

2014년 시작된 토토가는 첫 특집에서 김건모, 엄정화, 터보, 지누션, 소찬휘, 쿨, 김현정, 조성모, SES, 이정현 등 90년대 최고 인기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여기에 방송 당시 가요계 복고 열풍을 일으키며 90년대 추억을 선사했다.

2016년에는 ‘젝스키스’ 편을 통해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재결성을 이끌어 냈고 올해 H.O.T.편을 통해서도 17년 만에 완전체가 무대를 선보여 팬들을 비롯해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이처럼 수많은 추억과 대중문화를 이끌어 온 ‘무한도전’의 종영은 내내 아쉬움 지점이다. 하지만 13년 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온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또 ‘무한도전’이 남긴 수많은 추억들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진한 여운으로 남게 됐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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