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함께 했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절대 다수이고, 이들 대부분은 호남권에 편향됐기 때문에 전국정당화를 이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당이 전국정당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호남성향을 탈피해야 한다.”(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탈호남을 강조하는 것은 반역사적 행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주의 행태를 극복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특정지역을 허물면서 다른 지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또 다른 지역주의의 원인이 될 수 있다.”(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우리당이 강조하는 전국정당화의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두 의원은 사뭇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이러한 두 의원의 상반된 생각은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분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수면아래 잠복해 있던 열린우리당(이하 약칭-우리당)내 갈등은 당 중앙위 의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김원기 공동의장을 주축으로 당 중진들이 내세운 간선제 방식을 일부 소장파 의원들과 친노인사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김의장이 주장한 간선제는 중앙상임위원회를 거쳐 직선제에 밀리고 말았다. 김의장을 비롯한 다수 의원들은 원내중심 정당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간선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원내정당화를 하자면서 당의장 선출을 직선제로 하는 것은 기존 중앙당 중심의 정치로 회귀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논리에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당의 계파지형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한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대다수 간선제를 희망했다.

하지만 이강철 전 대통령후보 특보 등을 비롯한 영남측근 인사들과 천(정배)·신(기남)·정(동영) 등은 직선제를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중앙상임위 위원들의 설득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앙위원회 위원의 절반 가량이 특정세력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드러난 우리당내 계파간 갈등은 창당 초부터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우리당 내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이같은 상황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갈등은 우리당의 구성 성분에서 비롯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당의 ‘실권’은 원내보다 원외세력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

민주당 출신 한 의원은 “원내 의원은 40여명에 불과한데 외부세력 인사들은 그 몇 배나 되고 있고, 그들 다수가 영남권 중심의 친노인사들이기 때문에 수적으로나 힘으로나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라고 하소연하면서 “친노인사들은 민주당 출신 의원들을 들러리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크게 다섯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민주당 출신과 PK신당연대, 한나라당 통합연대, 개혁당, TK친노그룹이 그것이다. 따라서 각 계파간에 상당히 다른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 출신인사들과 나머지 그룹간 견해차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견해차는 큰 틀에서 친DJ냐, 친노냐에 따라 구분되고 있다. 물론 민주당 출신인사 중 천·신·정 의원은 친DJ보다 친노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갖는 소외감은 당내 친노성향 인사들이 갖는 반DJ인식과 연관돼 있다. 단적으로 민주당 출신인사들은 “DJ정책을 계승하고 호남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영남권 친노성향의 인사들은 “DJ를 내세우면 영남권을 공략하지 못한다. 호남을 희생시켜 영남을 끌어 안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본적 인식에서부터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최근 노대통령이 측근인사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측근들에게 힘을 실어주니까 현역의원들의 영향력은 더욱 외소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내의원 열사람의 입보다 오히려 이강철 전특보같은 측근인사들의 말 한마디에 당이 좌지우지 되는 형편”이라고 이 당직자는 전하고 있다.

당초 우리당의 창당주도세력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총선국면에 들어서면서 무게중심은 친노인사들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이른바 친노인사들의 ‘총선리스트’에 빠져 있어 공천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정가주변에서 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민주당 복귀설’이 나도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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