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 음악감독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오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평양에서 한국 대중가요 공연이 펼쳐진다. 

남북은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관련 실무접촉을 진행해 방북 기간, 공연 횟수, 장소, 출연진 등을 확정한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측 예술인의 방북 공연은 지난 2007년 11월 황해도 정방산에서 있었던 풍물공연 이후 처음이다. 

남북은 이번 공연에 160여명 규모의 남측 예술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예술단에는 조용필과 위대한탄생,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밴드,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의 대중가요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여기에는 지원인력과 기자단 등도 포함된다. 필요할 경우 참여 가수를 확대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남측 전문 사회자가 공연을 진행하는 방안도 계속 논의될 예정이다. 

남측 예술단은 오는 31일 평양을 방문해 내달 3일까지 나흘간 머물며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총 2회 공연한다. 내달 1일 첫 번째 공연을 하고, 2일 또는 3일에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해 두 번째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북은 이날 선곡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관련 논의는 판문점 채널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날 실무접촉에 수석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윤상 음악감독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참가하는 가수의 성향, 그들이 원하는 곡과 우리가 원하는 곡에 대한 조율이 쉽지 않았다. 정치적인 것을 떠나 잘 모르는 노래들도 많았기 때문"이라며 "(남북은) 우리 측 예술단이 질 좋은 공연을 할 수 있게끔 시나리오를 짜는 게 좋을 거라는 정도의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이어 참여 가수 선정 배경에 관해 "이들은 사실 북에서도 '최고의 가수'라는 명칭을 갖고 있을 만큼, 이념과 체제와 관계없이 오랜 시간 가수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분들"이라며 "그뿐만 아니라 (방북 공연이 없었던) 10년 사이에 우리가 사랑했던, 또 북에서도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아티스트들"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예술단 방북에 앞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공연 관계자와 시설 전문가로 구성된 사전점검단을 파견해 무대·음향 설비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공연장 2곳과 북측이 숙소 후보지로 제안한 고려호텔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이날 실무접촉 대표로 참여한 박형일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은 공연 장소 선정과 관련해 "북측에서 강력한 추천이 있어 (북측 입장) 존중하는 입장에서 일단 정했다"며 "(선발대가) 가서 구체적인 사항을 살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이날 실무접촉에서 이번 남측 예술단 공연과 관련해 방북하는 모든 인사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외에 실무적으로 제기되는 사안은 판문점 채널을 통해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남측 예술단의 방북 경로 등에 관한 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 감독은 "북측 동포들에게 (가수들이) 한국에서 보여준 것과 다를 바 없는 감동, 그리고 어색하지 않음을 전하는 게 (평양공연의) 가장 첫 번째 숙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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