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사찰 정보를 수집, 청와대에 보고한 논란이 가열되자 경찰이 자체적인 진상 규명을 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영포빌딩 압수수색에서 정치 사찰 관련 경찰 문건이 다수 발견된 것과 관련해 본청 내 자체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와 비자금 등을 수사중인 검찰은 지난 1월25일 영포빌딩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대통령기록물 3395건을 확보한 바 있다. 이 중에는 2008~2012년 경찰의 사찰 정보가 담긴 문건 60여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내용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2.0 사이트 개설을 통한 정치·사회적 이슈화 시도, 노 전 대통령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골프, 봉하마을에서의 노 전 대통령과 방문객 만남 횟수·시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의 만남을 통한 정치적 결집 시도,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동향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무력진압을 비판한 국가인권위원회를 좌편향으로 몰고 인권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 인적쇄신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경찰이 전국적으로 수천명에 달하는 정보관들을 동원, 치안정보 수집 범위를 넘어 불법사찰을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김정훈 총경을 진상 조사팀장으로 선임하고 10여명 안팎의 팀원들을 구성,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조사팀은 언론에 보도된 해당 문건들에 대해 엄정하고 폭넓게 조사를 하는 한편 당시 정보국장·정보심의관·정보국 각 과장 이하 직원뿐만 아니라 청와대 파견자들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 등을 통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