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상화를 바랍니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입시 비리 주범 김영우 즉각 퇴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총신대학교(이하 총신대) 입구에 걸려있는 플래카드 글귀다. 총신대 학생들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영우 총신대 총장의 퇴진, 재단 이사진 사퇴를 요구하며 50여 일 동안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학생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던 종합관으로 학교 직원, 용역업체 직원 40여 명이 들어가면서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어진 상황. 일요서울은 점거농성‧용역투입‧임시휴업까지 벌어진 총신대 현장에 찾아갔다.

학내 갈등 최고조···김영우 총장,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재판 중
임시 천막에서 수업 듣는 신입생···교육부 실태 조사 주목


지난 22일 오후 기자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총신대학교에 찾아갔다.

총신대 학생들의 종합관 전산실 점거, 학교 측의 용역 투입, 교육부의 실태 조사까지 바람 잘 날 없었던 이곳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종합관과 신관 입구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섰다. 이 컨테이너 박스는 건물 진입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는 바리케이트가 됐다.

 
   종합관 인근에는 ‘누가 죽었는가?’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플래카드 뒤편에는 조문 부스가 마련됐다. 부스에는 국화꽃과 함께 ‘수업 거부 결의 성명’ 문서 등이 비치돼 있었다.

또 ‘총신의 회복을 위한, 혹은 여러분의 기도 제목을 적어주세요’라는 게시판도 보였다. 이 게시판에는 ‘총신을 살려주세요. 아름다운 총신을 물려줄 수 있게 해주세요’ ‘회복을 꿈꿉니다’ ‘졸업생들도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등 학교 정상화를 바라는 학생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

 
   점거 농성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종합관 입구로 향했다. 컨테이너 박스로 된 바리케이트에는 ‘신원확인’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기자는 관계자에게 명함을 건네주고 신원을 밝힌 후에야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책상과 의자로 뒤섞인 바리케이트가 즐비했다. 현관문 바로 옆에는 ‘학생종합서비스센터’가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아직까지 유리 파편들이 가득했다. 지난 17일 학교 직원, 용역 업체 직원들이 이곳을 통해 진입하면서 생긴 흔적이다.

 
   지난 18일 경찰과 총신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0분경 학교 직원과 용업업체 직원 40여 명이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종합관 전산실 진입을 시도했다.

학교 측 직원들은 학생들이 쌓아 놓은 책상과 집기류를 치우고 유리창을 깨뜨리며 내부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용역 직원들과 학생들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함께 들어간 재단 이사는 전산실 문을 내리치기도 했다. 다음 날 오전 1시경 경찰들이 중재에 나섰으나 일부 학생들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총신대 학생들은 지난 1월 29일부터 배임증재, 교비 횡령, 뇌물 제공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우 총장의 퇴진, 재단 이사진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2016년 9월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에게 부총회장 후보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총학생회 관계자에게 현재 분위기를 물었다. 그는 “주춤하다가 얼마 전에 용역이 들어오면서 많은 학생들이 다시 들고 일어섰다.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노섭 총신대 재단이사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사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밖에 김 총장은 지난 1972년 서울 상계동 ‘선천교회’를 개척한 바 있다. 종합관 1층 로비에는 22일 오후 4시 18분경 선천교회에서 김 총장과 15년 이상을 함께했다는 선천교회 전 장로의 폭로가 이어졌다. 현장에는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 학생, 교수 등 인파가 몰렸다.

김경수 전 장로는 선천교회를 두고 “정상적인 교회가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김 전 장로는 준비한 유인물을 통해 선천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면서 문제됐던 김 총장의 재정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XXX.” 분노가 컸던 탓일까. 기독교 교리에 입각한 대학에서는 쉽사리 들을 수 없는 언행까지도 학생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후에도 현장은 탄식의 도가니였다.

김 전 장로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가만히 묻어버리고 지내서는 안 될 것 같아 큰 맘 먹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총신대에서는 학생들의 전산실 점거와 서버 차단으로 인한 학사행정 마비, 신학대학원(이하 신대원) 본관 점거 사태로 이어졌다. 급기야 개강이 연기되는 총신대 사상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그렇다면 개강 후 캠퍼스 로망을 가졌을 신입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은 학교 측에서 운동장에 임시로 세운 간이 천막에서 강의를 들어 왔다.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자 학교 측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임시 휴업 공고까지 내놨다. 총신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강의를 받을 수 있는 학내 종합관과 신관을 점거 중”이라며 “종합관 내 전산실 점거로 모든 전산 모든 프로그램도 멈춰 있어 임시휴업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학교 측은 점거 농성 중인 학생과의 대화나 임시 휴업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처음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동안 “학교 자율” “절차상 문제없음” 등의 기존 입장을 바꾼 것. 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종합관 점거 농성을 벌인 지 50여일 만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학교 자체적으로 학내 분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정책과장을 단장으로 한 실태조사단(8명)을 구성해 학사운영 파행을 촉발한 총장과 관련된 교비횡령, 금품수수 의혹 등을 중심으로 학사·인사·회계 등 학교법인(학교) 운영 전반을 조사했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총신대의 학사운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조사 결과 위법 부당한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원 학생인 A씨는 “학생들은 정상화를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천막에서 지내는 학생, 원래 수업을 들었던 학생 등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하루빨리 학교가 정상화가 돼서 편한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이 공통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부의 실태 조사로 인해 잠시나마 학생들이 활기를 찾은 모양새다. 최고조에 달한 학내 갈등이 이번 기회를 통해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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