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자리 지키기’ 청탁 MB 정부 때 기업인들 ‘긴장’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결정된 가운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과 주고받은 수십억 원의 뇌물이 향후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준 자금을 인사 청탁 명목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 자신의 자리 지키기를 위한 뇌물이었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승승장구했던 경영인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별사면 재벌 대상 총체적 수사 필요성 대두
자금 출처가 성동해양조선 의혹에 비판 가중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등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로비는 22억6230만 원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인사 청탁 명목으로 금품 외에도 고가의 맞춤 의류와 명품 가방 등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전 회장은 2008년 1월 김 여사를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3억5000만 원과 함께 1230만 원 상당의 의복, 100만 원을 호가하는 맞춤형 양복 7벌과 코트 1벌 등 총 8벌의 의복을 제공한 걸로 파악한다.

뇌물의 배경은 이 전 회장이 2008년 1월부터 같은 해 4월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 산업은행 총재 등 주요 금융기관장 직책이나 국회의원 공천권을 바랐다는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에게 들어간 자금은 19억623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회장이 2010년 12월 회장직 연임을 앞둔 당시 24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현금 1억 원 등 도합 3억 원을 전달한 정황은 김 여사와 이 전 대통령의 공모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2월 이 전 회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에 단독 후보로 내정, 전례 없던 연임을 확정 지은 바 있다는 것이 검찰의 조사 결과다.

또 이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청탁을 대가로 제공한 자금의 대부분이 성동조선해양에서 나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검찰은 부실 기업에 4조 원이 넘는 나랏돈이 지원된 뒷배경으로 이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검찰은 성동조선해양 측이 조성한 비자금이 이 전 회장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맏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친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된 증거도 찾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이 전 회장의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 ‘SD(이상득) 8억 원’‘이상주 14억5000만원’이라고 적힌 메모를 확보했다고 한다. 아울러 성동조선해양의 불법자금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대가 역시 이 전 회장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 보존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 사이 오고간 뇌물과 청탁 수사로 인해 ‘MB의 기업인’ 이라고 불리던 이들 역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꼴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조금이라도 이득을 취한 각 기업과 경영진들이 언제든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됐던 기업인의 특별사면에 대한 총체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을 거론하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의원은 총 6차례의 특별사면 중에서 2008년도에만 기업인 74명이 사면됐다”면서 “재벌급 범죄인들은 다 사면됐다고 볼 수 있다”고 일갈했다. 백혜련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업인은 총 107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MB, 뇌물 5억 받고 대보그룹 4대강 사업 넣어줬나

토목공사 업체 대보그룹이 관급 수주를 바라고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5억 원을 상납했고, 이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4대강 사업에 대보그룹을 포함시켜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대보그룹으로부터 5억 원의 뇌물을 받고 4대강 공사 업체로 선정해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당시 대선을 몇 달 앞둔 2007년 9월부터 11월 사이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의 금품 전달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을 통해 서울 방배동의 건물 주차장 등지에서 최 회장으로부터 다섯 번에 걸쳐 모두 5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소개로 만났다는 전언이다.

또 검찰은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이 당시 건설사업, 골프장, 휴게소, 고속도로 관련 정보통신 사업 등 관급공사 수주를 기대하는 최 회장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받았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2006~2007년 사이 이 전 대통령과 골프 회동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대운하 사업에 참여해 공약 실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보그룹의 대보건설은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변경해 추진한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 대보건설은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4대강 공사 4개 공사(총 수주액 약 794억 원)에 참여해 약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검찰이 적용하고 있는 혐의는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5억 원이 사전 수뢰 혐의다.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던 상황에서 관련 자금을 받은 것은 직무와 관련된 뇌물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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