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한국마사회가 10년도 훨씬 지난 경마승부조작 의혹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낙순 신임 마사회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고질적인 경마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마사회 측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본인 스스로 경마승부조작을 했다고 실토한 K씨와 마사회, 그리고 관련 기수 간 입장 차이가 커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마사회 측에서는 “신고포상금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는 반면 K씨는 “마사회 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관련 기수는 “K씨가 완전 사기꾼”이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그 내막을 알아보자.
 

- 경마 승부 조작 K씨, “2003년, 2005년 1200억 원대 사기쳐” 신고
- 마사회 측, “포상금 노렸으나… 근거 미약”, O기수, “완전 사기꾼”
 

사건 개요는 이렇다. 경마승부조작을 했다고 자청하는 K씨는 2012년 7월 관련 내용을 마사회에 1차로 신고했다. 당시 회장은 장태평 회장이다. K씨 주장에 따르면 2003년과 2005년 두차례에 걸쳐 제주.부산 경마장에서 1,200억 원대 경마승부조작을 통해 사기를 쳤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C기수를 통해 6명의 기수와 2명의 조교사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하고 부정경마, 사기 경마를 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수십억 원의 사기경마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C기수 통장 500만 원
수수 ‘들통’ 징계

 
2003년에는 금품 1억 원 이상 제공하고 50여 개 경주마에 약 700억 원대 승부 조작을 했고 2005년에는 C기수에게 5천만 원이상 현금을 주고 약 500억 원대 승부조작을 했다고 실토했다.

1차 신고 당시 사건은 유야무야됐고 K씨는 경마기수협회를 통해 4천만 원을 받으면서 회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K씨는 경마기수협회장에게 ‘만약을 위해 차용증을 써 줬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K씨는 별건으로 지명수배를 받다 2012년 12월4일 자수해 10개월간의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1차 신고 후 돈을 받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던 K씨는 2013년 12월 2차로 마사회에 경마승부조작건을 재차 신고한다. 당시 회장은 현명관 회장이다.
 
이에 마사회 측에서 장 전 회장 때와는 달리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마사회는 신고 포상금을 노린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K씨나 기수 등 관련자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위한 7년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으로 근거가 미약해 지급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었다.

민사소송청구 시효도 10년으로 지난 상황이었다. 이에 자체 조사 결과 마사회는 2014년 6월 16일자로 부산경마장 소속 C씨와 기수협회장 O씨 두 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내렸다.
 
C씨는 면허정지 6개월로 ▲ 품위손상,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 ▲ 공소시효 경과한 경마비위행위 은폐하려 외부인에 금전 제공의 혐의를 받았다. 정지기간은 2014년 2월8일부터 8월7일까지 받았다. 또한 C씨를 도와준 O회장에 대해서는 ▲ 품위손상,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 ▲ 타기수들의 비위사건 은폐에 개입하여 도움 제공 등으로 214년 6월16일부터 1년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마사회가 K씨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지점이다. 실제 관련 사건으로 C기수만 마사회를 떠나야 했고 O회장은 여전히 기수협회장직을 마치고 기수 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 C기수는 이후 부산 마사회에서 기수면허를 반납하고 2015년 1월 25일자로 11년간의 기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후 K씨는 2014년 1월부터 울산지청, 홈페이지 게시판, 경마소비자 연대 게시판, 성남지청 홈페이지 등에 수사기관에 관련 사실을 폭로하면서 “마사회가 부정경마 사건을 조작, 왜곡하기 시작했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마사회는 C기수만 사정기관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 역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에서 축소 수사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K씨는 보고 있다.
 
K씨, “승부 조작 가담했어도
신고한 까닭은…”
 

한편 경마승부조작 의혹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경마 게시판에는 마사회뿐만 아니라 K씨에 대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쏟아냈다. 경마 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검빛경마 게시판에는 “K씨의 범죄행각은 이미 판결과 시행이 된 상태에서 피해자는 순수한 마우회”며 “K씨가 억울하다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부정경마로써 30만 경마 팬들에게 막대한 금전적인 손해를 입혔다”며 “경마 개혁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고 포상금을 노린 것 아니냐”(대륙풍운아)고 의혹을 보냈다.
 
여론이 안 좋아지자 마사회는 2014년 C기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을 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2003년과 2005년 1,200억 원대의 경마승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마사회는 진상규명을 하지 않아 거액의 사기의혹 건은 경마 소비자들이 떠안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K씨는 3월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1,200억 원 사기 금액 산출 기준을 묻는 질문에 “한 번 판돈이 10억, 20억 하고 베팅이 10배 이상돼 그 정도 된다”며 “당시 잘못을 알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4천만 원을 기수협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을 인정하면서 “내가 통장으로 C기수에게 현금을 제외하고 5백만 원을 입금한 통장 사본을 폭로해 기수협회장이 ‘기수들 살려 달라’며 피해보상 차원에서 받았다”며 “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돈을 돌려주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2차 신고를 한 것과 관련해 “제대로 진상조사를 하지 않아 신고를 했고 마사회 개혁 차원에서 1년간 싸웠다”며 “하지만 형제처럼 지낸 기수들이 ‘무릎 꿇고 살려달라’하고 형사처벌도 안 돼 내 스스로 반성하고 마사회를 2014년 후반부터 떠났다”고 말했다.
 
특히 포상금을 노린 신고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노린 것은 아니다”며 “내부 제보일 경우 포상금이 1억 원이고 외부자는 2천만 원 수준”이라며 “마사회 현직 인사가 처벌된 것도 아니고 몇천만 원 때문에 신고할 정도로 쩨쩨하게 살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K씨가 승부 조작에 가담해놓고 마사회와 검찰 등 관련 게시판에 신고를 한 배경과 관련해 “부정경마, 사기경마를 했지만 오히려 나도 수십억 원의 사기경마 피해자”라며 “부동산 중개인이 부동산이 폭등한다고 사라고 부추키면서 복비를 받아 놓고 실제로는 부동산이 폭락해 손해를 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마사회, “공소시효 지나
승부 조작 확인 안 해”

 
이와 관련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승부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해 ‘모르쇠’ 입장을 보였다. 같은 날 통화에서 “2차례 신고를 통해 포상금을 요구해 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관계자들이 법적으로 처벌된 것도 아니고 공소시효도 지난 사건이라 근거가 미약해 지급할 명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내부 자체 조사 결과 관련 “O회장과 C기수에 대해 제재를 하고 다른 기수들은 연관성이 없어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K씨가 주장하고 있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벌어진 승부조작 주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 축소·은폐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당시 O기수협회 회장은 3월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K씨와는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O 전 회장은 전화를 받자 마자 “K씨는 사기꾼”이라며 “C기수를 협박해 중간에 중재하러 나섰다가 징계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그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부산과 제주에서 승부 조작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나아가 4000만 원을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K씨가 돈을 요구하고 협박을 했다”며 “거절하다가 C기수가 K씨와 돈거래를 한 게 맞아서 C씨가 돈을 줘 대신 전달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또 왜 징계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마사회에서는 사전에 알고 있는데 상부에 고지를 안 해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먹었지만 아직도 일을 하고 있다”며 전했다. 특히 마사회가 솜방망이 처벌로 축소·은폐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마사회가 유야무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마사회에서는 K씨가 검찰 마사회 등 관련 게시판에 투고하고 마사회를 찾아와 소란을 일으키니 가장 문제가 있는 C기수만 내보낸 것”이라며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축소·은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자체조사를 실시했으나 징계만 내리고 경마승부조작 의혹 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지 않은 현명관 전 회장에 대해서 경마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200억 원대 부정경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마 팬, 공소시효 지난
범죄수익 환수 ‘독립몰수제’

 
또한 경마팬 들은 ‘독립몰수제 도입’에 대해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독립몰수제란 검찰청 내 범죄수익환수과가 신설되면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제도다. 즉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선고유예 판결이 나오는 범죄사실이 확인됐지만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범죄수익으로 볼 금액을 몰수하는 제도다.
 
최순실·전두환의 해외 은닉된 재산 환수를 위해 설치됐지만 경마 팬들은 독립몰수제가 도입돼 1,200억 원대 피해와 범죄자들의 범죄 수익을 철저히 규명해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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