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슈’… 위태로운 실적 탓?

규제 강화와 논의 이뤄지자 위기 국면 전환 위한 알콜시장 진출
 
125년 전통 깰 만큼 ‘사업의 다각화’ 말고 별다른 돌파구 없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세계 브랜드 가치 순위에 매년 상위권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코카콜라가 ‘변화’를 택했다. 코카콜라는 최근 125년의 비알콜 전통을 깨며 ‘알콜 함유 음료수’를 일본 시장에 첫선을 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카콜라의 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가 ‘비만·당뇨’의 주범으로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지목하자 사업 다각화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건강 이슈’에 관한 관심으로 주 매출 시장인 미국·유럽에서의 탄산음료 규제 강화 논의가 일면서 코카콜라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코카콜라는 위기 국면을 전환하려고 최후의 선택지인 ‘알콜’을 택하며 알콜 시장 진출에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유통업계는 코카콜라가 전통적인 탄산음료 사업을 벗어나 올해 알콜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일본에서 10년째 고속 성장 중인 츄하이(Chu-hi)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코카콜라 CEO 제임스 퀸시(James Quincey)는 “코카콜라가 125년 전통을 넘어 급격하게 성장하는 츄하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주류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코카콜라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일본시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술과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을 즐기며, 음주량 자체가 적은 일본의 음주문화에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올해 주류를 출시할 예정이나 정확한 출시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시기는 내놓지 않았다.
 
츄하이는 일본어로 소주에 탄산이나 과즙 등을 섞어 만든 알콜 도수가 낮은 술이다. 츄하이 시장은 1982년 처음 출시된 후부터 매년 5~25%씩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알콜 업계의 미래먹거리로 꼽힌다. 일본 후지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츄하이 시장규모는 약 2343억 엔(한화 약 2조373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카드’ 꺼내 들어
 
코카콜라가 125년의 전통을 깨고 알콜 시장에 뛰어든 까닭은 명확하다. 전 세계에서 부는 ‘건강 이슈’ 바람으로 탄산음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는 추세다. 코카콜라가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자 ‘사업의 다각화’로 돌파구를 삼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카콜라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10% 이상 감소했다.

코카콜라가 곧바로 알콜 시장에 뛰어 든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도 100년 이상 고수해온 전통을 깨지 않기 위해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콜라나 다양한 스포츠음료를 선보이는 등 지난해에만 수백 개의 신제품 출시한 바 있다.

또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코카콜라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탄산음료가 비만과 당뇨의 원흉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급기야 ‘설탕세’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국가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미국인의 사망 원인 가운데 흡연 다음이 비만이며, 연간 40만 명 이상이 비만과 관련된 질병을 앓고 있다. 미국 버클리주에서는 2015년부터 콜라 한 병당 20센트(230원)에 해당하는 ‘설탕세’를 매기고 있고 필라델피아 주에도 역시나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에 ‘설탕세’ 적용을 시작했다. 이외 주에서도 학교에서의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 판매 등을 금지하는 등 그 규제의 정도는 강해지고 있다.
 
미국 외에도 ‘설탕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상당수 존재한다. 멕시코는 2013년부터 설탕이 함유된 음료 1리터당 1페소(54원)를 부과하고 있다. 헝가리, 핀란드도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영국은 설탕세를 전면 도입해 4월 6일부터 설탕 첨가물을 함유한 음료에 리터당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 일본 등도 비만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시 2013년 당시 복지부장관이 탄산음료에 비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폐기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미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만세 도입을 공식 권고하기도 했다. 비만은 선진국병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선진국, 개도국 모두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게 WHO의 입장이다. 국가적 규제에 이어 소비자들도 건강 음료를 찾는 추세로 급변하자 급락하는 매출액의 출혈을 막기 위해 코카콜라가 알콜 시장 진출이라는 ‘마지막 카드’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시장 출시 전망은
 
코카콜라가 일본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국내 시장에도 코카콜라판 ‘츄하이’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츄하이’는 아직까지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평이 대다수다.
 
코카콜라판 ‘츄하이’의 국내 시장 출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한국에서의 ‘츄하이’는 아직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원조 격인 수입제품 구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내 출시 제품 역시 성공적인 안착에는 실패했다. 2001년 롯데칠성음료에서 ‘하이주(Hi-CHU) 카카오’를 출시하며 ‘탄산 알콜 음료’를, 부라더소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고 평가받는 보해양조가 2016년 12월 스코틀랜드 산 위스키 원액과 콜라 맛을 합친 ‘술탄오브콜라주’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소비자들의 호기심만 불러일으켰을 뿐 시장 안착에는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반면 시장 전망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대와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가정 내 주류 소비 증가율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낮은 도수와 휴대성이 높은 ‘츄하이’ 시장의 잠재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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