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내미는 중국 잡을 과학적 증거 찾았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하늘색을 더 이상 ‘하늘색’이라 부르기 어려워졌다. 원인은 미세먼지. 뿌옇게 하늘을 메운 미세먼지 때문에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봄 풍경마저 바꿔버렸다. 거리의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았어도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공기청정기는 필수품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걱정을 넘어 공포의 시선을 보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날씨와 미세먼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일과이고, 핸드폰에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이들도 많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중국…연구 결과 수용해 태도 바뀔까
호흡기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초미세먼지, 인체 축적 가능성 높아



미세먼지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입자의 먼지를 말한다. 미세먼지 안에서도 먼지 입자의 크기에 따라 나눠진다. 먼지 입자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mm) 이하일 경우 미세먼지(PM10), 2.5㎛ 이하일 경우 초미세먼지(PM2.5)라는 명칭이 붙는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 배출가스 등을 통해 직접 배출되지만 간혹 대기 중으로 배출된 가스 상태의 오염물질이 아주 미세한 초미세먼지 입자로 바뀌기도 한다.

미세먼지에 관한 업무를 맡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허파꽈리 등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혈관으로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보다 위험하다는 결론이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4분의 1 규모로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코나 기관지에서 잘 걸러지지 않고 인체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감기, 천식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피부,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중국 발 오염물질 원인 밝혀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이 지목되고 있다. 바람을 타고 온 중국 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를 더욱 짙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사실을 부정하며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동안 중국 측에 제시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이 상황을 탈피할 수 있게 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국내 유입된 중국 발 오염물질이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국내에 흘러들어 온 중국 발 오염물질이 초미세먼지 농도를 '나쁨' 수준으로 올린 데 영향을 미친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냈다. KRISS 가스분석표준센터 정진상 책임연구원 팀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중국 춘절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m³)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착안해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 춘절기간 중 불꽃놀이에 사용한 폭죽과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 간 상관관계를 최초로 밝혀냈다.

특히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측의 발언과 관계 깊다.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 발 미세먼지가 꼽힌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중국 당국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산’이라는 과학적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한·중 양국의 산업이나 농업 분야 성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배출되는 물질들 역시 유사하다. 단순히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 분석만으로는 이 먼지가 ‘중국산’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먼지 배출지 검증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 더욱 의미 깊다.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친 건 KRISS 연구진이 개발한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칼륨과 레보글루코산 둘 다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이지만 배출 과정이 다르다. 칼륨은 폭죽과 바이오매스(생물연료, 화학적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식물·동물·미생물 등의 생물체. 바이오에너지의 에너지원을 의미)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모두, 레보글루코산은 오직 바이오매스가 연소될 때만 배출된다.

정 연구원은 “바이오매스 연소의 경우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의 농도가 같이 올라간다”면서 “만약 칼륨 농도만 급격히 올라가고 레보글루코산의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농작물 등을 태우는 것이 아닌 대규모의 폭죽을 터트리면서 초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일등공신은 불꽃놀이
춘절 이후 칼륨 농도↑
 

연구팀은 지난해 1월 말 중국 춘절이 시작될 때 한반도의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국내 대기 중 칼륨 농도가 평소보다 7배 이상 높아졌으나,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는 변화하지 않았다.

그 원인으로 중국과 한국의 상이한 명절 풍습을 들 수 있다. 춘절이란 중국의 설날로 매년 음력 1월 1일을 중심으로 치르는 중국 문화권의 새해맞이 명절이다. 춘절 당일 기준으로 전후 3주 동안 명절기간이 계속된다.

이들의 주장은 춘절 기간에 중국에서 있었던 대규모 불꽃놀이로 인해 폭죽에서 중국 발 초미세먼지가 배출됐고, 이것이 한반도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정진상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며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연구 및 정책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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