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 쏟고 또 쏟지만 정작 청년은 ‘시큰둥’

김동연 경제부총리<뉴시스>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정부가 지난 15일 내놓은 청년 일자리 대책은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해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의 취업 보릿고개를 넘기는 대책으로,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난에 이들 세대가 겹치면서 응급 처방을 하겠다는 것. 단순히 돈을 푸는 ‘땜질식’ 대책으론 당장의 취업률을 높일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노동시장 진입 인구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3~4년 뒤를 대비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목돈 준다고 가겠나’ 퍼주기 식 文정부 청년 일자리 대책
재정 늘린다지만…전문가들 “근본 해결 어려워” 실효성 의문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새로 취업하거나 재직 중인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확대 개편,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현재 운영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 새로 들어간 34세 이하 청년이 2년간 근속하면서 300만 원을 내면 기업과 정부가 지원해 총 1600만 원으로 불려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7월 도입됐다. 정부는 여기에 3년형 방식을 추가하기로 했다. 청년이 기업에 3년간 근속하면서 600만 원을 내면 총 3000만 원으로 늘려주겠다는 것. 다만, 지원 대상이 중소·중견기업 신규 취업자에서 ‘생애 최초 취업자’로 범위가 좁아졌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중소기업에 다니다 이직해 가입하는 것은 불가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기업은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된다. 기업은 기존 2년형의 경우 청년 근로자 1명당 2년간 400만 원, 3년형은 3년간 600만 원을 적립해야 하지만 이 비용은 모두 고용보험기금에서 정부가 지원해준다.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제반 행정비용도 보전해 2년형은 300만 원, 3년형은 45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정부가 가입 청년 한 명당 기업에 주는 돈은 각각 700만 원(2년형), 1050만 원(3년형)이다.

정부는 전월세 보증금을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주거비 경감 제도도 도입했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했거나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청년 창업지원을 받은 34세 이하 청년이 대상이다. 보증금 5000만 원(60m²) 이하 주택의 전월세 보증금을 3500만 원까지 4년 동안 저리(1.2%)로 빌릴 수 있다. 단, 연소득이 35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교통 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는 매월 교통비 10만 원이 지급된다. 택시와 버스, 지하철, 고속버스 등에서 사용 가능한 청년 동행카드를 발급하는 형태다.

창업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늘어난다. 기존의 창업 세제 지원은 만 29세 이하 청년이 창업하면 첫 3년간 법인·소득세의 75%를 감면해주고, 이후 2년 동안은 50%를 감면하는 방식이다. 이를 보완해 5년간 법인·소득세를 100% 감면해주기로 한 것. 연령과 지역에 무관하게 연매출이 4800만 원 이하인 모든 창업자는 5년간 법인, 소득세를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추가고용 장려금제도를 다시 손질해 중소·중견기업이 청년 1명을 전일제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면 연봉의 1/3 수준(1인당 9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34세 이하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5년간 소득세 전액을 면제한다.

아울러 청년 1명을 신규 고용할 경우 대기업까지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다. 중소·중견기업은 3년간 1인당 연 700만~1100만 원을, 대기업은 2년간 1인당 연 300만 원의 세금을 감면해준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추경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4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부 세금 혜택은 올 초 소급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진일보한 정책” vs “미봉책”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이 발표되자 재계와 노동계는 지난 15일 서로 다른 반응을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범정부적 차원의 청년 일자리 대책은 시의적절하다”며 “한시적 대책과 함께 투자에 대한 규제개혁, 혁신성장 가속화,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 구조적 대응을 지속해 병행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공공부문을 넘어 일자리 창출의 근간인 민간부문의 수요 창출에 정책의 중점을 둔 정부의 인식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한시적으로 제한한 것은 민간 주도의 안정적인 고용 창출 구조 확립 필요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반영된 조치”라고 의견을 표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는 “청년고용 기업을 위한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과 청년 고용증대 세제 지원 확대·청년 구직자를 위한 내일채움공제 확대 등 청년과 기업의 양자 균형시각에서 마련한 것”이라며 “기업 인센티브 부여, 청년구직자 지원 등 측면에서 기존의 것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재계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노동계는 정부 정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책이 “청년실업의 핵심 원인인 비정규직 고용구조 혁신과 노동존중에 대한 실질대책은 없이 소득지원과 창업대책 일변도의 미봉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중소기업의 청년고용 지원정책은 저임금, 노동강도, 노동조건 등의 열악성 탓에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해온 정책임에도 이번에도 실질적인 해결 방안 없이 소득지원만 확대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청년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수준을 향상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을 주도하고 불공정 원하청 거래를 통해 중소기업 인력난을 가중시켰던 대기업의 세금감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관심 없는 청년들

그렇다면 정책 수혜대상인 청년들은 어떠할까. 이들은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가장 큰 ‘취업 미끼’인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해서도 영 시큰둥한 반응이다. 취업 포털 인쿠르트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구직자 회원 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자리 대책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다수의 청년들은 ‘금전적 지원이 중소기업 취업 유도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란 견해를 표했다. 단순히 ‘목돈 마련’을 위해 대기업 갈 것을 포기하긴 어렵다는 것.

명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한 취업준비생은 “2년여 뒤 받을 목돈을 생각해서 이 시기에 중소기업으로 취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금 더 준비기간을 들여 대기업에 가면 그 이상 돈을 벌 수 있는데, 딱히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와 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구직활동 하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뭔지는 알게 됐지만 가입 기업이 사실상 처우도 좋아 보이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은 월급도 많이 안 주면서 빡세다는(?) 편견이 있어 썩 입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이점에 끌려 중소·중견기업에 입사했어도 수혜 후 이탈할 가능성이 큰 현실. 위에서 언급한 인크루트 설문조사에서 ‘만약 3년간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중소기업에 입사 및 재직하다가, 이후 지원이 중단될 경우 계속 재직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응답자는 37.5%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그래도 계속 재직하겠다’고 답한 구직자의 비율(27.6%) 대비 10%가량 높은 수치다. 지난해 4월 정부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기간(2~3년)이 종료되면 목돈 수령 후 퇴사하려는 청년들이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사실상 기업은 가입해도 부담이 없고, 오히려 정부 보조금을 더 받는데도 불구하고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률은 저조하다. 최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기업(누적 기준)은 지난해 7월 시행 후 올해 2월 말까지 2만6000여 곳이다. 전체 중소기업 사업체 수(2015년 기준 360만 곳) 대비 0.7%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외에도 이처럼 ‘돈 뿌리기식’인 일자리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한시적인 정책으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어 청년들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의 중추가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지배구조 등 전반적인 경제 개혁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재정 지원이 균형을 맞춰야 중소기업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라며 “임금을 보전해서 고용을 늘리는 건 목표달성에만 치중된 전시행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M&A가 이뤄져야 한다는 구체적인 의견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우선 정부가 영세한 국내 중소기업의 M&A를 추진토록 해 규모를 키우는 게 첫째, 그 다음 설비·작업환경 등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기업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 여기에 기술교육 지원까지 따른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확연히 커질 것이다. 국가의 미래와 중소기업의 발전을 하나로 묶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4조 원대 일자리 추경…내달 국회 통과 관건

문재인 정부가 극심한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하면서 국회 통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문 정부 들어서는 이번이 두 번째 추경 편성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추경 예산안 규모는 4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공개한 주요 사업이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즉각 추경 예산 편성에 나서 다음 달 초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제출하고 이르면 상반기 중 집행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퍼주기 예산’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경의 요건, 정책의 실효성, 정치적 배경을 두고 거센 진통이 예상된다.

김 부총리는 “정치 일정을 앞에 두고 추경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정치적 고려나 일정은 추호도 감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세운 이번 추경 편성은 법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핵심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대량실업, 경제협력과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상황이 추경 요건 중 ‘대량실업의 우려’에 부합한다고 보지만 본예산이 확정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시기도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해 중장기적 시각에서, 본예산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일자리 대책 추경과 관련해 “국민 혈세만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임시방편 대증요법”이라고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자유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도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과 청년 눈높이를 외면한 탁상행정에서 나온 재탕·삼탕 정책, 땜질식 임시처방, 고질적인 혈세 퍼붓기에 불과하다”고 청년 일자리 대책을 평가 절하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같은 날 “지난해 일자리 집행 예산도 60%에 못 미치고 올해 편성된 일자리 예산이 아직 집행되기 전에 3월부터 추경발언을 하고 있다. 눈앞에 문제 해결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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