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그룹 자리 내준 신한금융…수익 구조 다변화 등 숙제 남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출범 1년을 맞이한 신한금융그룹의 조용병 호(號)를 두고 세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조용병 회장의 신한금융그룹이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리딩뱅크(Leading bank) 자리를 KB금융지주에 빼앗긴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 때문이다. 아울러 10년 만에 다시 신한사태가 부상하면서 검찰의 수사 확대까지 거론되고 있어 현 경영진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6000억 원 배당금 두고 잡음
지워지지 않는 꼬리표 ‘신한 사태’도 골치

 
지난 9년 동안 금융권 리딩그룹 자리를 수성해 온 신한금융은 올해 10년 만에 KB금융에 왕좌를 빼앗겼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공교롭게도 순위가 뒤바뀐 시기가 조용병 회장 취임 첫해와 맞물리다 보니 수장의 책임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3조 원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신한금융이 9년간 차지한 금융그룹 1위 자리를 가져왔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4.5%(1조1682억 원) 증가한 3조3119억 원을 기록했다.
 
반대로 부동의 1위 그룹이었던 신한금융은 2017년 당기순이익이 총 2조91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 성장을 이뤘다. 연간 실적으로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의 비약적 성장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신한금융 입장에서 더욱 씁쓸한 것은 실적뿐 아니라 자산 규모나 주가 등 주요 경영지표에서 대부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섰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의 작년 말 자산 규모는 436조8000억 원이다. 차순위로 밀려난 신한금융은 426조3000억 원이다. 신한금융은 2016년 말 395조7000억 원으로 KB금융 375조7000억 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지만 불과 1년 만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또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KB금융 0.82%, 신한금융 0.70%, 자기자본이익률(ROE)는 KB금융 10.18%, 신한금융이 9.1%로 집계됐다. 뒤바뀐 실적 개선세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시가 총액은 KB금융이 26조8000억 원으로 금융사 전체 1위, 신한금융은 22조5000억 원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3위에 그쳤다. 2014년 말 신한금융이 21조1000억 원으로 KB금융 14조 원에 비해 압도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추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해 실시해 온 자회사인 신한카드의 배당금과 관련해서도 비판적인 견해가 나오는 실정이다. 또 카드 업계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금융지주가 배당금을 가져가는 것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해 유독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다. 신한카드는 전년(4000억 원) 대비 50% 증가한 1주당 4786원, 총 배당금 600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신한카드의 배당금은 전액 지분의 100%를 보유한 신한금융지주에 지급됐다.
 
종합해보면 시장 상황이 팍팍해져도 카드사의 대주주에 대한 배당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결론이다. 또 조용병 회장이 취임 이후 경쟁사와 비교해 다소 소극적인 경영 방침으로 수위 자리를 내준 시기인 터라 잡음이 심해진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향후 수익 구조 다변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회장도 “리딩 금융그룹 탈환을 위해 비이자익 부문과 글로벌 부문에서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전일 진상 규명이 필요한 12건의 우선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검찰의 우선 조사 대상 중 신한금융과 연결돼있는 대상은 이른바 남산 3억 원 사건이다.
 
남산 3억 사건이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08년 2월 중순 무렵,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측이 서울 남산 인근에서 정권 실세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건은 신한금융의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인 신한 사태 때 수면으로 떠올랐다.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며 남산 3억 원 제공 사건이 나왔던 것이다. 이후 지난해 3월에는 대법원의 판결로 신한사태도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당시 대법원은 배임과 금융지주법 위반 혐의를 받은 신 전 사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일부 회삿돈 횡령만 유죄로 인정, 벌금 2000만 원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행장은 금융지주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 의원 중심으로 신한사태를 금융적폐로 규정하며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남산 3억 원 제공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사실관계를 재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신한금융은 해당 지적들 모두 잘못 알려졌거나, 관련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경영진이 두 번이나 교체됐을 정도로 오래전 사건”이라면서 “현재 경영진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신한금융이 언급할 만한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KB금융에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내준 것은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917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KB금융이 약진하는 동안 신한금융은 뭐했느냐는 식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2020 SMAR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로운 성장을 위한 핵심영역인 자본시장, 글로벌, 디지털에 대해 사업부문 확대 개편 및 그룹 차원의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사 배당 논란에 대해선 “금융지주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지적일 뿐, 돈잔치를 벌이려고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배당금은 LG카드 인수 자본금 상환이나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한 부분이며, 자회사의 자본적정성이 최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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