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 정책’ 이상론일까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문재인 정부 시작과 함께 가장 큰 이슈가 됐던 단어다. 불안정한 국내 경제 상황에 먹고사는 문제는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tvN의 드라마 ‘송곳’을 비롯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지난해 5월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오늘 어떻게 바뀌었을까.


6개월째 시청 앞서 피켓 시위 중인 이원열 씨
지난해 9월 계약기간 만료 이유로 일방 해고 통지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매일같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 장애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이원열 씨다. 이 씨는 2015년 9월 14일부터 2017년 9월 13일까지 서울의료원에서 주차관리요원으로 매일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4시간씩 근무했다.

그가 피켓 시위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9월 서울의료원 측으로부터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의 시위는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논의
‘빛 좋은 개살구’
 

정부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정책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 20일경이다. 이원일 씨가 입사할 당시였던 2015년에는 이런 정책이 없었다. 하지만 근무 기간에 새 조항이 생겼다.

이 씨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처가 계약을 연장해 정규직 전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이를 보류해 심의조차 받을 수 없었다.

서울의료원 제2노조인 새서울의료팀 김경희 분회장은 서울의료원 내의 비정규직 문제가 비단 이 씨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도에 시에서 상시고용업무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했다. 당시 서울의료원의 경우는 (비정규직 인원이) 158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52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나머지 인원은 계속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 7월에 (비정규직 제로 관련) 정부가이드라인이 하달됐지만 병원 측은 서울시에서 딱히 명령이 내려온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 이후로도 비정규직 50여 명 정도가 자동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서울의료원 측
“장애인 채용, 선의로 시작”

 
이 씨의 근무 장소가 서울의료원이라는 것도 쟁점 중 하나다. 서울의료원은 서울특별시 산하 12개 시립병원 중 하나로, 1977년 시립강남병원이란 이름으로 개원했다가 2006년에 현재 명칭으로 바뀌었다. 공공병원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 씨 사례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의료원 측은 “이 씨가 입사할 때 계약직이라는 걸 명확히 표기했었다. 계약직 모집 공고를 내걸었을 때는 문재인 정부 측에서 (만든 조항이) 구체화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였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 씨의 경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면서 “필요한 직무는 아니지만 장애인들이 와서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보자 해서 (일자리를) 만들었다.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자리를) 만들었다. 그 자리가 필요한 자리가 아니어서 정규직으로 모집을 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료원 측에 따르면 장애인 비정규직 채용은 공공기관인 서울의료원이 앞장서 왔고 장애인 관련 취업을 확대하자는 선의였다는 것이다.

이 씨의 의견은 이와 달랐다. “(장애인) 채용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아니다. (이미) 2012년 서울시, 서울시의회, 장애인고용공단이 ‘서울시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의료원과 장애인공단이 어떤 일자리가 적합한지를 알아보고 합의를 거쳐 근무하게 된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서울의료원 측은 “장애인 중 일자리가 필요한 게 그 분 하나만이 아니다. 다른 장애인들도 2년간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계약 해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씨는 이러한 입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청년실업이 문제니까 지금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 다 내보내고 2년마다 새로 사람 뽑겠다는 이야기랑 뭐가 다르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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