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 변수 예측 불가능하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우리나라와 북한 그리고 미국의 사이가 급변하고 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더니 급기야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미북정상회담까지 약속을 했다. 지난해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전쟁론까지 언급됐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다. 하지만 북한의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6·13일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자칫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경우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6·1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각 정당들은 후보 선정 작업으로 바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는 인물난으로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4월에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야당은 지방선거에서 완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남북정상회담이 6·13 지방선거의 초대형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잘하면 본전이지만 못하면 선거판이 완전히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남북정상회담이 여권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돼 있는 부담 속에서도 야당의 공세를 적절히 잘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이나 ‘안보 불안론’을 적절히 방어하며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로 평가 절하하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회담이 이뤄진 것이 아닌 만큼 선거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당장은 여권에 호재이기는 하지만 회담 내용과 결과에 따라 여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남북정상회담 
훈풍일까 역풍일까


과거 정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주요선거 때마다 큰 이슈가 됐지만 여당에게 꼭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실례로 2000년과 2007년 열린 1, 2차 남북정상회담이 애초 여권의 호재로 여겨졌지만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거나 오히려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총선을 사흘 앞둔 4월 10일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통일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용을 공개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등 보수정당은 정상회담을 ‘선거용’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에도 정치권은 정상회담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회담 추진은 오히려 중도 진영의 반감을 샀고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초래해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줬다.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원내 1당을 유지했고 여당이던 민주당은 115석에 그쳤다.

2007년 10월 이뤄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역시 비슷하다. 남북은 당초 그해 8월 28~30일 2박 3일 동안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백종천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회담 성사에 관여한 이들이 함께 정상회담을 발표했다.

그런데 개최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북한에서 발생한 대형 수해로 정상회담은 10월로 연기됐다. 당시에도 야권은 대선을 두 달 남기고 개최되는 ‘대선용 정상회담’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야권의 우려와 달리 12월 열린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이명박 후보는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준비하며
역전 기회 노려야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긴장 완화 국면이 이어지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뤄질 경우 선거 승리의 최적 조건을 갖출 수 있다. 사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야당의 패배는 거의 확실하다. 야당 입장에서는 더 이상 쓸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의 성추문 사건들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당 관계자들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내부적으로 사고만 치지 않으면 지방성거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가운데 성추문 사건이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투운동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은 가운데 당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은 당 지도부들이나 지지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당 지도부의 부적절한 대처도 도마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된 공격조차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남북정상회담을 평가절하하면서 ‘정치쇼’ 공격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세를 쉽게 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마냥 정상회담을 깎아내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정상회담이 여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회담 합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할 경우 자칫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야당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파격적인 입장 변화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차분히 선거를 준비하면서 기회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  

분위기 좋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마냥 즐거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예정돼 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돌출 행동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포석을 마련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도 낙관을 점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으로, 성급한 낙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 속내 알 수 없다
국제사회도 北 신뢰 못해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해결 된다면 한반도는 새로운 격변의 시대를 맞게 된다. 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의 악의 축’으로 불렸던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북한과의 협상은 늘 변수가 등장해 왔다. 아무리 예측을 해도 우리나라와 미국의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게 북한이다.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체제 보장 문제를 들고 나올 확률이 크다. 

하지만 과거 북한은 앞뒤가 다른 행보를 보여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우리나라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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