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바탕에 빨간색의 단풍잎 한 점. 우리가 기억하는 캐나다는 이토록 단순하지만 또 그토록 담백하다. 캐나다 서쪽의 밴쿠버에는 두 가지의 색이 더 채색된다. 자연이 지닌 자연의 빛깔과 밴쿠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사람의 색. 그것은 초록이어도 좋고 또 노랑이어도 좋다. 그 자체로 투명함을 지닌 한 장의 수채화가 되는 밴쿠버의 봄 여행.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할 때면 언제나 맨 앞자리에 서는 밴쿠버. 바다와 산 그리고 밴쿠버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풍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우면서도 차분한 정서가 가득한 곳. 자연이 인간을 만들고 또 사람이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장 이상적인 밴쿠버는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타이틀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쓰여야 옳다. 모든 것이 조화롭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우아한 도시.
 
        캐나다 플레이스
 
밴쿠버의 상징이자 정신. 캐나다 플레이스는 높이 솟은 마천루와 푸른 물, 초록의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 밴쿠버라는 도시를 가장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자리한다.

1986년 밴쿠버 엑스포가 열렸던 전시장은 커다란 범선의 마스트와 하얀색의 돛을 이용해 형상화한 건물로 캐나다 플레이스의 기준점이 되며, 밴쿠버 베이 라인의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데 하나의 커다란 포인트가 된다.
        북쪽의 인디언 암에서 흘러내려온 물은 이곳 밴쿠버 하버에 넉넉하게 담긴 후에 비로소 밴쿠버 섬의 빅토리아를 통과해 멀리 태평양으로 나아간다. 반대편에 푸르른 자연으로 가득한 노스 밴쿠버의 모습이 펼쳐지고 왼쪽의 스탠리 파크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라이온스 게이트 브리지가 한눈에 포개지면 이 지점에서 밴쿠버에 대한 애정은 이미 결정 난 셈.
        밴쿠버 하버 비행센터에서 부드럽게 날아오른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이 정경에 정점을 찍는다. 날씨가 좋은 날 하얀 구름과 함께 유난히 반짝이는 캐나다 플레이스.

이 공간 속에서 해안을 따라 소소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밴쿠버가 주는 가장 높은 수준의 축복이다. 밴쿠버에서 가장 천천히 걸어야 할 시간.
 
       밴쿠버 전망대
 
밴쿠버가 위치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하버센터 타워. 다운타운을 걷다 보면 빌딩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언제나 밴쿠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밴쿠버에 빛을 비추며 도심을 지키는 등대와도 같은 곳.

1977년 처음 문을 연 28층 168.6m 높이의 이곳은 인공적인 건물로는 가장 높기에 물론 가장 높은 곳에서 밴쿠버를 바라볼 수 있다.
       타워의 전망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40여 초라는 빠른 시간 안에 올라간다. 밴쿠버 시내와 인근 교외는 물론 태평양과 북부의 노스쇼어 산까지 통 유리창을 통해 360도 전망으로 즐길 수 있다.
       외부로는 개방되지 않아 비바람 등을 피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 타워 내에 무료로 운영되는 가이드 투어가 있으며 한국인 가이드도 미리 예약하면 준비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안개로 덮이면 안개에 덮여 희미한 대로, 하버센터 룩 아웃은 내부에서 보는 풍경과 바깥에서 보는 건물의 모습 모두가 아름답다.
       티켓을 구매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갈 수 있는데, 해가 지는 시간에 간다면 빌딩 사이로 유난히 붉게 지는 선셋을 볼 수 있으며 이어서 밴쿠버 도심에 켜진 점점의 불빛과 반대편의 캐나다 플레이스의 돛까지 이어지는 야경까지 만끽할 수 있다. 입장료가 결코 아깝지 않은 곳. 밴쿠버 여행의 대표적인 추천 코스 중 하나다.
 
      개스타운
 
개스타운은 밴쿠버를 이야기할 때 보통 캐나다 플레이스보다 먼저 언급되는 곳이다. 다운타운 오른쪽에 형성돼 있는 구역으로, 시내 도보여행의 동선이 거의 이곳을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1860년경에 시작된 밴쿠버라는 도시의 최초 발상지답게 고풍스런 이미지로 가득하다. 개스타운의 명물은 하얀 김을 내뿜는 증기 시계인데 특히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린 날 시계에서 퍼져 나오는 기체는 매우 낭만적인 풍경을 내어준다.
      하지만 개스타운의 이름이 클락타워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밴쿠버에 최초로 정착하게 된 당시 영국 상선의 선원이었던 존 데이튼의 이름을 딴 것.

그의 별명은 개시 잭(Gassy Jack)이었고 이후 그가 위스키를 팔며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개스타운으로 불리게 됐다.
      전 세계에서 단 두 대밖에 남지 않은 시계 앞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스팀은 15분마다 간단한 멜로디와 함께 퍼지며 개스타운에 온 것을 환영한다.

빅토리아풍의 건물들이 배경이 되고 노변에 늘어서 있는 가로등에 불이 켜지면 개스타운의 밤 풍경은 또 다른 세상을 보인다.
      낮과 밤, 개스타운의 진짜 모습은 적어도 두 번은 들러야 볼 수 있다. 근처에 골목 전체를 온통 핑크와 노란색으로 칠한 핑크 앨리가 있으니 핑크 마니아라면 연계해서 들를 것. 개스타운은 밴쿠버와 함께 시작됐고 그래서 밴쿠버와 가장 오래할 이름이다.
 
     예일타운
 
힙하고 핫한 밴쿠버의 가로수길. 과거에는 다운타운 남쪽 펄스 강으로 들어온 무역선들이 물건을 하선하고 보관하는 창고의 역할을 하던 곳이었으나 엑스포 이후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다시 태어나 개스타운과 함께 밴쿠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특정 타운으로 성장했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논할 때 북미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자 작품으로 꼽히는 예일타운은 현재 밴쿠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 중 한 곳으로 중국계가 유난히 많은 밴쿠버에서 가장 캐나다스럽고 밴쿠버적인 정서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개스타운에서 도보로 15분여. 햇살 좋은 날 노천카페에 앉아 가볍게 브런치를 즐기기에 더 없이 가벼운 곳으로 밤 시간 역시 개스타운과 더불어 아늑하고 따뜻한 불빛을 밝혀준다.
 
차이나타운
 
밴쿠버의 차이나타운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규모가 큰 차이나타운이다.
    개스타운과 예일타운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크기는 둘을 합한 면적을 넘어설 정도. 미국의 골드러시를 좇아 서쪽으로 온 중국인 노동자들이 금광을 찾아 다시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형성됐다.

북미의 다른 차이나타운과는 달리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유달리 홍콩계 이주민의 유입이 늘어나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에어홍콩이 화물선으로 운항되고 있을 정도.
    중국의 국부로 알려진 쑨원공원이 있어 고즈넉한 중국식 풍경을 볼 수 있지만 해가 진 이후에는 차이나타운으로의 발걸음은 다소 줄이는 편이 좋다. 쑨원공원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 지어진 최초의 전통 중국식 정원으로 의미가 있다.
 
   밴쿠버 뮤지엄
 
안개가 짙고 비가 자주 오는 겨울의 밴쿠버에선 그만큼 여행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밴쿠버만의 힌트가 있다.
   바로 무수히 많은 실내 스폿들. 밴쿠버 뮤지엄은 다운타운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밴쿠버 박물관이 처음 세워진 것이 1894년이니 1867년경에 시작된 밴쿠버는 도시를 만든 이후 빠르게 이들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셈이다.

그만큼 밴쿠버 사람들에게 중요한 공간. 독특한 형태의 하얀색 지붕으로 디자인된 박물관은 밴쿠버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관한 자료들로 컬렉션을 채우고 있다.
   북미 인디언들과 초기 이주민의 역사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외에서 유입된 자료들과 시즌마다 열리는 특별 전시도 박물관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밴쿠버 뮤지엄의 숨은 보석은 바로 초록의 잔디가 깔린 뒷길. 박물관을 나와 아무도 없는 호젓한 잔디밭을 걷다보면 맞은편의 선셋 비치 파크와 마주해 뜻밖의 풍경과 만날 수도 있는 곳.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잔한 바다와 간간이 떠다니는 요트 몇 척 그리고 완벽한 한적함. 이곳에서 예술이 되는 멋진 소품들.
 
  밴쿠버 아트 갤러리
 
밴쿠버 아트 갤러리는 밴쿠버는 물론 캐나다에서도 손꼽히는 헤리티지 미술관이다. 과거에 대법원으로 사용됐던 본 건물은 1983년 밴쿠버 아트 갤러리로 변경된 뒤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타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도심을 걷다 보면 언제든 만날 수 있으며 고대의 신전 기둥을 본뜬 모습과 돔 형태를 띤 지붕 등 다양하게 적용된 건축학적 업적이 곳곳에 다채롭게 스며있어 밴쿠버 시에서 직접 역사 유적 건축물로 지정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출신 아티스트로 캐나다를 대표하는 에밀리 카의 작품이 다수를 이루며 피카소와 다빈치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앤디 워홀을 비롯해 키스 해링과 백남준 등 현대미술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전위적이고 혁신적인 거장들의 작품도 전시됐거나 전시돼 있다.
  추상과 구상, 영상과 조각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총 전시물은 만 여 점이 넘는다. 화요일은 다소의 기부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미술학도들의 방문이 러시를 이룬다.
  미술전공자를 넘어 밴쿠버를 다양한 기억으로 이해하기 위해 꼭 들러야 할 투어 포인트. 밴쿠버 아트 갤러리 앱을 받으면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밴쿠버 공립 도서관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공공도서관인 밴쿠버 도서관은 아트 갤러리와 두 블록의 거리에 있다.
 콜로세움과 같은 웅장한 외관이 먼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내부의 모습은 그보다 더 멋지고 충분히 예술적이며 그래서 마땅히 밴쿠버 여행의 중요 스폿으로 여겨지곤 한다. 외부의 빛은 날이 좋은 날 유리창을 통해 안쪽으로 쏟아지기 때문에 채광에 있어서는 전 세계 도서관 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몇 년 전 영국 BBC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10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밴쿠버가 2013년 평창과 올림픽 개최지를 두고 경합을 벌일 때 밴쿠버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이 도서관을 제일 먼저 등장시킬 정도로 밴쿠버 사람들이 어느 곳보다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책과 사람들, 기능과 건축이 결합된 매우 이상적인 공간. 한해 대출되는 책은 900만 권을 훌쩍 넘길 정도이며 보유 장서와 관련 자료들이 300만 권에 이른다.
 아침 10시에 개관, 요일에 따라 오후 6시와 9시에 나눠서 문을 닫는다. 흔한 관광지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이토록 멋진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밴쿠버 도서관.

그 유명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호텔 수영장을 디자인한 모쉐 사프디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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