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여론뭇매 왜?

15개월만에 박용성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가운데, 두산그룹이 최근 노사갈등 및 중대재해 발생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달 시민·노동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산중공업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며, 사실상 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의 복귀와 함께 노사갈등이 재연되고 있고,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그룹안팎에서 구설수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용성 전회장 등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최근 두산중공업 직원이 해고되면서, ‘보복성 인사조치’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박용오 전회장의 검찰 투서로 촉발된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은 두산 오너 일가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줬다. 그해 11월 ‘형제의 난’을 책임지고 박용성 전회장 등 두산 오너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두산 오너일가는 23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2,838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세간의 비난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너일가의 귀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면 받은지 한달만에 오너 복귀

박용성 회장 등은 지난 2월초 특별사면을 받은 지 한달여만에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16일 시민·노동단체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산중공업 등기이사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달 19일에는 두산중공업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각계 비난 여론을 무시한 박 회장의 빠른 ‘재기’로 인해 그룹안팎에서는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선, 박 회장의 복귀에 대해 여론이 뭇매를 가하고 있다. 박 회장 등 오너일가의 경영복귀에 대해 회사측은 “책임경영을 위해 두산 대주주들의 경영 복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개역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박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단 1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고, 오너일가 지분율 역시 3.24%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주주로 지칭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이들 오너일가는 과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 불법행위의 전력이 있다”며 박 회장 등의 경영 복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너일가의 귀환’에 맞춰 노사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임단협 협상이후 노사관계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던 두산중공업은 박 회장의 복귀와 함께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회장 비난했다고 해고 조치

최근 노사갈등의 발단은 두산중공업이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을 저지른 박 회장 등 회사경영진을 비난했던 직원을 해고처리하면서부터. 두산중공업 국내영업팀 김모씨는 지난 2003년 ‘배달호 열사 분신 사건’과 관련해 회사의 노조 탄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또 박 회장의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도 오너일가와 회사경영진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26일 중앙인사위원회을 열고 김씨에 대해 권고사직 조치를 내렸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박용성 회장을 비롯해 회사 경영진들의 명예을 훼손하고 인신공격까지 한 점이 인정돼 회사 사규에 따라 권고사직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두산 일가 비리 등을 노동조합의 게시판에 지적했던 것은 4년여 전의 일이다. 4년이 지난 다음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그동안 인사위원회에서 결과를 내지 않다가 박 회장이 복귀하고 비판여론이 수그러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박 회장의 사면과 복귀 등으로 인해 미뤄뒀던 인사조치를 최근 단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그간 참아오다가 박 회장의 사면과 경영 복귀 등이 이뤄지자 ‘괘씸죄’를 적용해 김씨를 해고한 것”이라고 사측을 비판했다.


괘씸한 직원은 해고?

이에 대해 사측은 “박 회장의 사면이나 주주총회를 고려해서, 김씨의 인사조치를 미룬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해고 명분이 약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22일에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메카텍 하청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남항대교 상판 가조립 작업을 하던 중 연결부위가 넘어지며 철판이 떨어진 이 사고로 작업인부 정모씨와 조모씨가 철판에 깔려 사망했고, 주변에서 작업하던 인부 두명이 크게 다쳤다.

두산중공업 안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해 박종욱 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장은 “생산중심의 무분별한 작업환경과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재해가 분명하며, 인명을 경시하고 이윤창출에 혈안이 된 두산자본이 자초한 만큼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노조측은 “이번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두산그룹과 두산메카텍이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려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두산은 그룹차원에서 올초부터 안전사고 근절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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