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동향 파악 및 폭 넓은 인맥 쌓기 등 경험 폭 넓혀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 쌓고 가족회사에 ‘입사’
 
베인앤드컴퍼니 관계자 “그들이 선택한 것”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씨,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의 셋째 아들 조현상 효성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 구본걸 LF 회장의 조카 구민정 씨,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아산재단 상임이사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라는 점이다. 가족회사에 곧바로 들어가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 본격적인 경영수업 이전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에 재직하며 경영을 위한 준비기간을 가진 것. 현재 이들은 ‘베인앤드컴퍼니’를 떠나 경영 일선에 나서기 위한 기반 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한 까닭은 무엇이며 이곳에 몸담았던 재계 오너 자녀들의 행보를 따라가 봤다.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중 가장 주목받는 재계 오너家 자녀는 단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씨다. 윤정 씨는 2008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 입학해 생물학을 전공했다. 이후 시카고대 뇌과학 연구소에서도 연구원으로, 미국 하버드대 물리화학 연구소와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어머니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만든 연구모임 ‘싱귤래러티99’에서 실무를 맡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2015년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하면서 부터다. 그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석유화학, IT(정보기술) 등 SK그룹의 주력 사업과 관련된 팀에서 주된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 씨는 지난해 1월 퇴사 후 같은해 6월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신약 승인,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SK바이오팜은 SK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을 이끌고 있는 계열사 중 한 곳이다. SK그룹은 바이오·제약 사업을 5대 핵심 성장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윤정 씨에게 베인앤드컴퍼니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그는 그곳에서 배우자인 윤 씨를 만나 지난해 10월 결혼에 골인했기 때문. 배우자 윤 씨는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현재 IT(정보기술) 분야 벤처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컨설팅 회사 재직 이후 행보는
 
윤정 씨와 함께 베인앤드컴퍼니에 재직한 인물은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다. 민정 씨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경영수업 차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를 택했다.
 
그러나 민정 씨는 2년여간 근무했던 베인앤드컴퍼니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지난해 1월 1일 자로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입사했다. 민정 씨의 첫 근무지는 경기도 오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뷰티 사업장으로 SC제조기술팀이었다. 업계에서는 서경배 회장 역시 첫 근무지가 용인공장이었던 만큼 3세 경영에 시동을 건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민정 씨는 예상과 다르게 입사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사직서를 내고 아모레퍼시픽을 떠났다. 이후 그는 지난해 9월 중국 경영대학원 진학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있는 청쿵상학원(CKGSB)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전 회장의 증손녀이자 구본걸 LF 대표의 조카인 구민정 씨도 베인앤드컴퍼니에 재직한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중순 현재 퇴사한 상태다.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LG家는 예전부터 딸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민정 씨가 경영 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이외에도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아산재단 상임이사 남이 씨는 미국 남가주대(USC)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거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 앤 컴퍼니에서 근무하다 2013년 아산나눔재단에 합류했다.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의 셋째 아들 조현상 효성사장은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지사, 동경 지사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실무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그는 1998년 효성 사내컨설턴트 역할을 맡아 구조조정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고 이후 일본 NTT에 합류해 NTT 한국지사 설립을 주도했다. 그는 2000년 효성에 재입사했다.
 
서로 이해타산 맞아
 
컨설팅회사는 재계 오너의 자녀들이 경영승계를 앞두고 ‘필수코스’로 교육 받는 곳으로 꼽힌다. 이처럼 재계 오너가 자녀들이 외국계 컨설팅회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컨설팅회사는 여러 기업들의 동향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고 다양한 업무 수행 과정에서 폭 넓은 인맥을 쌓는 등 경험의 폭이 넓다는 점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해석한다. 또 다양한 산업, 다양한 회사에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으며, 이에 다른 산업,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컨설팅회사는 해외 유학파가 많으며 조직 내 분위기도 국내 대기업과 달리 수평적이어서 대기업 오너 후계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컨설팅 회사 입장에서도 예비 후계자들의 입사를 반기는 분위기로 이는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컨설팅회사를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회사 중 최고로 평가하는 곳은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앤드컴퍼니 3곳이다. 이곳에 입사한 신입 컨설턴트가 보너스 포함해서 받는 초봉은 약 8000만 원에서 최대 억대 연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인앤드컴퍼니 측 관계자는 “대기업, 중소기업 자녀들은 현재 재직 중에 있지 않다”며 “(재계 오너의 자녀들이) 특별한 이유로 인해 입사한 것이 아닌 그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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