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결합’도 ‘화학적 결합’도 안 되는데... 安·劉 정략결혼 地選 후가 ‘고비’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바른미래당이 요동치고 있다. ‘유승민 차출론’과 ‘야권 연대론’을 둘러싼 당내 잡음이 친안(親安)·친유(親劉) 그룹 간 알력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원외 지역위원장 50여 명은 얼마 전 안철수·유승민 동반 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당 최고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합당 전 국민의당 출신이라는 점이다.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 사이에선 이들이 유 공동대표를 흔들어 당내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 대표가 야권 단일화를 언급하자 이번엔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렇든 바른미래당은 ‘물리적 결합’도 쉽지 않았지만 통합 후로 기대했던 ‘화학적 결합’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당 지지율마저 통합 전 장담과 달리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선 ‘지선 참패→전당대회 →안철수·유승민 이혼’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한 安… 전대 前 ‘제 사람 심기’ 일환
- 미래당, ‘不可’라는데… 유 측, ‘야권 연대론’ 솔솔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거듭된 거부 입장 표명에도 당내에선 6.13 지방선거 ‘유승민 차출론’목소리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 소속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3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위원 연석회의 직후 이태규 사무총장에게 “선거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면서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과 ‘안철수·유승민 동반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劉 “국민의당 출신 요구일 뿐
불출마 변화 없다” 일축
 

이에 유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에 불출마한다는) 제 뜻은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성명에 동참한) 지역위원장 중 100% 가까이가 국민의당 출신”이라며 “그것은 상당히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 대표의 지적대로 이날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인사 대부분은 합당 전 국민의당 출신이다. 이를 두고 바른정당 출신의 한 당직자는 “국민의당 출신들이 스크럼을 짜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면서 “유 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이를 요구하고 반대급부로 공천권을 보장받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유 공동대표가 배지를 내려놓고 선거에 출마해 선당후사를 하든지, 아니면 서울을 비롯해 바른미래당의 당선이 가능한 지역에서 공천권을 양보하든지 선택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아울러 바른정당 출신 관계자들은 안 위원장이 선거전의 전면에 선 상황에서 자칫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유 대표를 주축으로 한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당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친안계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들은 또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늦어지는 것도 이 같은 당내 파워게임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안 위원장이 일선에 복귀할 당시 민생특위 위원장이 아닌 인재영입위원장을 택한 것도 자기 사람을 심어 지선 이후 열린 전당대회에서 ‘내 사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바른정당 출신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 대표가 ‘야권 연대론’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자 이번엔 친안계 의원들이 들고일어났다. 유 대표는 지난 3월 26일 카이스트 도곡동 캠퍼스 특강에서 “보수가 이대로 비실비실하고 계속 분열되고 이러면 다음 총선, 대선도 전 어렵다고 본다”며 “다음 대선 전에 어떤 식으로든 후보 단일화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 대표가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무소속과 당 잔류 사이에서 거취를 고민 중인 원희룡 제주지사를 붙잡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유 대표는 원 지사가 제주에서 1대 1 구도 등 사실상 야권연대를 원한 데 대해 “바른미래당과 같이 가야 할 인재라고 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생각(야권연대)을 한다”고 설명했다.
 
‘뇌관’에 불 붙인 유승민
全大서 충돌 가능성↑

 
그러자 국민의당 출신이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장진영 전 수석최고위원은 곧장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불가는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이라며 “유 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오해 소지가 없도록 보다 명확한 표현을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이 통합한 바른미래당에서 자유한국당과의 관계 설정은 당의 ‘뇌관’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유 대표의 발언은 이들의 뇌관에 불을 붙이고 만 것이다. 국민의당 시절 ‘중재파’로 분류됐던 호남 중진 의원들의 경우 자유한국당과의 연대가 공론화되는 것만으로도 지역구의 반발에 부딪칠 수 있어 반대 입장을 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어떤 이유로도 자유한국당하고는 연대할 수 없다”며 “적폐세력, 청산과 극복의 대상과 어떻게 연대를 하나. 우리 스스로가 적폐 세력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야권연대를 부정하고 있는 당 지도부와는 달리 정작 당 내부에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야권 연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첨예한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물론 지선 전 까지는 선거 승리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양측의 갈등이 일부만 표출되고 잠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선 이후 특히 전당대회가 다가올 때 친안계와 친유계 간의 ‘앙금’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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