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발단은 지난 3월 20일 비홍계가 들고 나온 ‘홍준표 험지 출마론’이다. 홍 대표의 인재 영입 성과가 미흡함을 들어 홍 대표 자신이 직접 서울시장에 출마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홍 대표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조기 전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 재임에 성공하면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으니 협조하라는 일종의 엄포(?)로 비치는 대목이다. 친홍계는 현재 명실상부한 한국당의 주류 계파로 자리매김했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전후로 몰락했고 친이계는 친홍계로 흡수됐다.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더라도 당내에선 홍 대표에 맞설 경쟁자가 없다는 얘기다. 홍 대표가 지선 직후 치러질 조기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을 장악, 21대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친홍 왕국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다.
 

- 친朴 ‘청산’ 친李 ‘흡수’… 당 장악 끝마친 洪 “하면 못할 거 있나” 재신임 노려
- 당내 일각 地選 참패 속내 “洪 끌어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공천 국면에서 또다시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비홍계 중진 의원들이 ‘홍준표 험지 출마론’을 제기하면 서다. 정우택 의원 등 일부 중진 의원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홍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홍 대표가 직접 출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기 全大’ 맞불 놓은 洪,
재신임 자신감 근거는?

 
그러자 홍 대표도 즉각 반발했다. 발끈한 홍 대표는 이날 중진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켜 당이 공백이 되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 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특히 홍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당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헌신하는 정치를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은 홍 대표가 당내 비주류 세력에게 ‘엄포’를 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홍 대표가 자신은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재선에 도전할 것이고 당선되면 21대 총선에서 의원들의 ‘생사’와 직결되는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알아서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
 
실제로 한국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기 전대가 선행적인 조건이나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대가 열리게 되고 만약 내가 다시 재임하게 된다면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같이 협조적으로 가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재임을 자신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엔 “그렇다. 본인은 ‘하면 못할 거 있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역시 홍 대표의 이 같은 자신감이 전혀 근거 없진 않다고 말한다.
 
‘투 트랙’ 전략으로
친洪계 주류 등극

 
현재 친홍계는 명실상부한 자유한국당의 주류 세력으로 거듭났다. 홍 대표는 당 대표에 취임함과 동시에 친박계는 내치고 친이계는 흡수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당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친박 청산을 추진했고 급기야 박 전 대통령을 제명했다.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과 유기준 의원의 당협위원장 자리까지 박탈했다.
 
친박계가 사라진 곳은 친이계인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이 오롯이 차지했다. 홍 대표는 보수 지지층과 당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 사무총장에 복당파인 홍무표 의원을 임명했다. 권성동·김영우·장제원 의원 등도 한국당에 돌아오며 친홍계로 흡수됐다.
 
당협위원장 교체 지역을 보면 홍 대표의 친이계 길 터주기는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현역이 아닌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솎아낸 곳 역시 친이계 복당파 의원들의 지역구가 대거 포함됐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이 대표적이다. 또 강길부(울산 울주군), 이진복(부산 동래), 정양석(서울 강북갑), 김영우(경기 포천·가평), 여상규(경남 사천·남해·하동), 홍철호(경기 김포을) 의원들의 지역구에서도 원외 인사들이 맡고 있던 당협위원장 자리를 빼앗겼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PK지역만 보더라도 친홍 세력이 압도적으로 많다. 범 친홍파까지 합치면 전체 33명의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이 친홍 성향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정설이다.
 
여기에는 복당파와 새 당협 위원장, 특보단, 공천관리위원장 및 간사 등 다양하다. 당장 김무성·이진복·장제원·강길부·김재경·이군현·여상규 의원 등 복당파 의원들은 명실상부한 친홍계로 분류된다.
 
최근엔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의원도 지난달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왔다.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민주평화통일자문위회의 사무처장,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홍 대표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최근 부산 해운대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전망이다.
 
결국 세력 확대가 필요한 홍 대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체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한 친이계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물린 덕분에 홍 대표는 친이계를 모두 품으며 자신의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조기 전대 카드’가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내 주류세력인 친홍계가 ‘최고위원이 3명이나 공석인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온전한 구성을 위해서라도 조기 전대를 개최해야 한다’ 또는 ‘최고위원 선거만 다시 할 경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가 엇갈리게 된다’ 등의 당 내 여론을 만들어 홍 대표에게 조기 전대 개최의 당위성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수의 심장’ TK
‘反홍’ 정서 강해
 

다만 홍 대표가 당 장악에 성공했음에도 정작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만큼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은 조기 전당 대회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홍 대표가 당 장악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정작 최대 텃밭인 TK지역 장악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TK 지역 보수 유권자들은 애초부터 홍 대표의 당 대표 취임을 달갑지 않아 했다.
 
홍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박 전 대통령을 향단이에 비유하는가 하면 친박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하는 등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게 연민의 정서가 남아있는 TK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언행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가 급기야는 박 전 대통령을 제명시키자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 한국당(33.1%)이 민주당(31.3%)을 1.8%p 앞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해 29일 공개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0.4%p 내린 52.2%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보수층에서 지난 주 대비 8.3%p 오른 32.0%를 기록한 반면 부산·경남·울산에서는 지난 주 대비 4.9%p 떨어진 47.7%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도 지난 주 대비 1.0%p 내린 19.6%를 기록하면서 1월 4주차(21.8%) 이후 두 달 동안 20% 전후에서 정체하고 있다.
 
한국당 지지율은 대구·경북에서 지난 주 대비 9.7%p 하락한 33.1%였고, 대전·충청·세종에서도 3.4%p 내린 14.8%를 기록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주 대비 0.9%p 오른 7.3%였고, 정의당은 지난주 주간집계와 동률인 5.0%를 나타냈다. 민주평화당 또한 지난주와 동률인 2.6%였다.
 
이번 리얼미터 주중 여론조사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은 5.8%였다. 기타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의원 등 4명의 중진의원들은 22일 간담회를 열어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영 의원은 비공개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달라는 것은 (공석인) 3명의 최고위원을 보임해 최고위원회의를 제대로 개최하고, 당원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당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다음 총선까지도 본인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마각을 어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비홍계 일부에서는 차라리 지방선거에서 당이 대패해야 홍 대표를 흔들 수 있다며 은근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기를 바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는 극히 일부의 의견이다. 아무리 미워도 패배는 안 된 다는 게 절대다수의 의견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안 되는 이유는 이번에 패배하면 홍 대표 교체 수준이 아닌 당 자체가 문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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