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이 4월 초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한다고 알려졌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3선 도전의 길이 순탄치는 않다. 당내에서는 우상호, 박영선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고 박 시장과 경쟁하고 있다. 확실한 친문 서울시장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비문인 박 시장 도전에 맞서 신친문을 자청하는 두 인사의 연대 가능성도 엿보인다. 박 시장이 경선을 통과한다면 안철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박 시장이 공식 출마를 선언하는 같은 날짜에 출마 선언을 할 정도로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 시장의 3선 도전 성공 여부는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려 전초전 성격으로 흐를 공산이 높아졌다. 7년 만에 ‘동지’에서 ‘적’으로 만나는 안 위원장과의 대결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 비문 박 시장…우상호 ‘86’ 운동권 중심 신친문 ‘도전’
- ‘야권 연대’, ‘보은론’ 안철수 여야 양강 구도 ‘유력’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이변’이 없는 이상 3선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여야 후보를 포함한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당내 경선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승리를 자신할 만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일단 당내 경선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초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는 우상호·박영선 두 인사 외에 정봉주·민병두·전현희 전현직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친문 세력을 등에 업은 정봉주 전 의원과 민병두 전 의원은 ‘미투운동’으로 중도 낙마했다. 전현희 의원은 자진 사퇴했다. 경쟁자가 많을 경우 1위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3명의 후보가 포기하면서 ‘컷오프’보다는 결선투표제 효과가 높아져 2등 주자가 유리한 대신 박 시장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상호 ‘세대교체론’
VS 박원순 ‘대망론’ 맞짱

 
무엇보다 당내 경선에서 2위를 달리던 박영선 의원의 지지율이 빠지고 우상호 의원이 치고 올라오는 점도 부담이다. ‘비문’에서 ‘친문’으로 말을 갈아탄 박 의원이지만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금메탈 리스트 윤성빈 선수와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특혜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 의원은 박 의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판단해 박 시장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3월25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장 자리가 다음 대선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며 “박 시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경선에 나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 시장에 대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교체지수가 높다는 점을 들어 ‘세대교체론’도 주장했다. 우 의원은 “박 시장 교체 여론이 너무 높다”며 “이는 박 시장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피로도가 그만큼 높다”고 주장했다. 재지지도가 낮다는 것은 본선 경쟁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공격했다.
 
실제로 지난 2월11~14일 SBS가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여야 후보 적합도에는 30.8%로 1등을 달렸다. 하지만 교체지수를 묻는 질문에 ‘한 번 더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37.3%, ‘인물 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57.5%였다. (서울 성인남녀 807명을 대상, 유선(30%)과 무선(70%) 전화면접방식, 응답률은 17.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 의원이 ‘세대교체론’을 들고 박 시장을 압박하는 데는 신친문으로서 경선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일단 박 시장은 지난해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기득권 청산 대상’으로 비판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공분을 일으켰다.
 
박 시장은 2017년 1월 대선출마가 임박했을 때 문 대통령을 향해 “이미 기득권이 된 사람이며, 오래 민주당을 장악했고 지금도 여전히 여의도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명”이라며 “그동안 정치를 잘했으면 촛불 민심이 일어났겠느냐”고 공격했다.
 
이어 박 시장은 “민주당조차도 기득권 해체를 요구받고 있다”며 “친문 기득권이 가져온 여러 문제도 청산의 대상이고 그래야만 확실한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고 강하게 공격했다.
 
반면 우 의원은 1987년 이인영 전대협 의장 시절 전대협 부의장을 역임한 ‘86운동권’ 대표적인 인사다.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 비서실장과 동지적 관계다. 이미 ‘86’출신 전현직 정치인들이 우 의원 캠프에 합류하고 있어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고 김근태 상임고문이 중심이 됐던 민평련 역시 우 의원에게 우호적이다. ‘특정 정치인’보다는 ‘재야 운동권’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어 주류 세력을 등에 업을 경우 당내 경선에서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박 시장 측에서는 시민단체 출신으로 전현직 정치인들과 친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과 당내 세력이 없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7년간 서울시장을 하면서 서울시내 당협위원장들과 관계가 돈독해 막상 경선을 치르면 무난하게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룰은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50%로 본선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이 넘지 않으면 결선투표제를 통해 최종후보를 결정한다.
 
박 시장이 1차 관문인 당내 경선을 통과하면 본선에서는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에게 뒤지고 있지만 막상 본선에서 두 사람이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경우 결과는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일단 자유한국당에서는 적당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 위원장에게 긍정적이다. 3파전으로 흐를 경우 승리가 요원한 게 현실이다. 한국당에서는 홍정욱 전 의원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병준 전 총리후보까지 모두 서울시장 자리를 고사하면서 ‘인물난’에 빠졌다.
 
‘인물난’에 빠진 한국당
‘깜짝 인사’는…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로선 면이 서질 않는 대목이다. 이에 반발해 일부 중진들은 ‘홍준표 서울시장 출마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원내 제 1야당으로서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깜짝 놀랄 만한 인사’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 박원순 대 안철수 양강 구도로 깰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과 미래당 사이에 야권 연대나 ‘연합 공천’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직까지 양당은 ‘연대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도지사 후보로 ‘인물난’에 빠져 있는 미래당 역시 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으면 경기도지사 후보를 ‘무공천’해 남경필 현 지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식으로 ‘선거공조’를 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유승민 미래당 공동대표는 최근 이와 관련 “한국당과 선거 연대는 당내 반발이나 국민적 오해를 극복하면 부분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저는 그런 점에는 마음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 대표는 “안 위원장이 출마해 당선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연대를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안 위원장은 유 대표 입장과는 미묘하게 차이를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으로 나서는 국민의당 출신 원외 지역위원장은 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금지를 당론으로 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안 위원장 측은 “이번 선거가 한국당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해 왔는데 가장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국당과 손을 잡으면 이런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단 안 위원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4월2일 공식선언하면서 야권연대나 연합공천보다는 ‘박원순 대항마’로서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 시장의 공식 출마 선언 날짜와 겹치는 날을 잡은 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특히 안 위원장 측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유력 후보로 부상했지만 당시 무소속 후보였던 박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다는 점에 은근히 기대감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진 사퇴한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 선거는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안철수-박원순 시대였다. 기존 여야 구태 정치에 염증이 난 국민들은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과 성공한 벤처기업인에 의사, 교수까지 지내며 승승장구한 안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특히 박 시장은 당시 무소속 후보로 ‘5%’대의 지지율을 받고 있는 반면 안 위원장은 50%를 상회하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활화산처럼 분출되던 시기로 안 위원장에게 서울시장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그해 9월6일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돌아온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직을 과감하게 양보했다. ‘서울시장 출마론’이 사그라지는 대신 그 이듬해인 2012년 대선까지 ‘안철수 대망론’이 불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차기 대권도 노릴 수 있는 서울시장 자리를 안 전 대표가 양보한 배경으로는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가 한몫했다. 박 시장이 2002년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를 만들자 안 위원장은 재단이사로 10년간 함께 일했다. 또 박 시장이 주도한 ‘희망제작소’에 도 참여해 둘의 관계는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할 정도로 인연과 신뢰가 뒷받침됐다.
 
하지만 2018년 안철수와 박원순 두 사람의 관계는 확 달라졌다. 7년 동안 ‘동지’에서 ‘적’으로 변해 서울시장직을 두고 맞붙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안 위원장이 경쟁자로 등장한 것에 대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에 전혀 불편하지 않고 지난 2011년 보궐선거 당시 후보직을 양보해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7년 만에 ‘동지’에서
‘경쟁자’로…최대 관심처
 

하지만 박 시장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지향점이 보수화된 반면 나는 여전히 진보진영의 민주당 소속으로 남아 있는 만큼 어떤 길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그리고 최근 안 전 대표를 포함한 여론조사를 보면 시민들의 반응을 잘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정면대결을 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 위원장 역시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출마를 결심하기전 ‘박 시장에게 양보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가 결심을 한다고 해도 양보를 받아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안 위원장은 “2011년 양보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박원순 이사장께서 시장이 돼서 잘 해 주실 거라고 믿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7년 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다시 만난 두 인사다. 승자는 차기 대권을 패자는 야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 최대의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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