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 세계 무대에 전격 데뷔했다. 김 위원장은 3월말 중국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중으로 중국과 북한은 6년간의 앙금을 털고 관계를 복원하게 됐다. 무엇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방중으로 중국의 면도 살게 됐다. 한반도 안보문제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김 위원장이 외교적 실리를 챙겼다는 평이다. 자칫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되거나 좌초될 경우 중국이 나서 중재할 수 있는 ‘플랜B’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83년생으로 35살의 젊은 나이에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방문한 배경을 알아봤다.
 

- 북한-중국 한반도 북핵 문제 ‘주도권 잡기’
- 83년생 김 위원장 북미회담전 배짱 부릴 ‘보험’

 
나이에 맞지 않은 현란한 외교 전술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두고 나오는 반응이다. 외신들은 “김일성·김정일도 못한 일을 김정은이 해 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깜짝 방문’을 한 것은 남한보다는 미국의 허를 찌르는 고도의 숨겨진 노림수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지금 까지 단계별 전략을 구사해 왔다. 1단계 전술로 대남 평화 공세를 펼쳤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각종 제재를 사실상 약화시키며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이 정상회담 조건으로 ‘북미 관계개선’을 내세우자 김 위원장은 남측 대북 특사단에게 2단계 카드인 ‘미·북 정상회담’을 또 제안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대북체제 완화위해
단계별 전략구사
 

하지만 미국은 정상회담 개최와는 별도로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강경 매파’들로 외교안보팀을 새로 꾸렸다. 이때부터 북한 노동신문에서는 ‘북한이 제2의 이라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북중 방문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의 목적이 양국의 관계 복원은 기본이고 향후 있을 트럼프 미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의 기술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 파트너를 전부 강경론자로 교체하면서 ‘협상 결렬’후 군사적 위협에 대한 우려감을 높여놨다.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에 흔쾌히 수락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매파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일괄타결’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해 서로 입장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은 과거 리비아가 ‘핵폐기 후 경제 지원’이라는 미국의 약속을 믿고 폐기했다가 지켜지지 않아 정권이 망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 미국이 ‘선비핵화 후 외교·경제 정상화’에 대한 약속을 북한이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결렬되거나 좌초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B'가 절실했고 북중관계 개선에 나서게 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과 관계개선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후견인이 생겼다. 미국과 회담이 결렬되거나 평행선을 달릴 경우 최소한 북 체제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원유 등 중국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이미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핵 포기를 하고, 자유시장경제 받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당국에서 4월말에 대규모 경제 원조를 하는데로 합의했다”, “북한이 원산과 남포항을 개방해 미국 선박도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근거 없는 지라시도 돌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중국과 관계 개선 및 지원 약속이 성사된다면 대남뿐만 아니라 대미 협상력도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배짱’을 가지고 협상을 이끌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북한의 김 위원장이 최대의 수혜자라면 다음은 중국이다. 한반도 안보 문제에 ‘중국 배제’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면이 서지 않았던 시 주석이다. 한반도 내 미국의 영향력 확대로 인한 전략적 손실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깜짝 방중’으로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고 한반도에서 영향력도 높이게 됐다. 외형상이지만 김 위원장이 남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전 중국으로부터 양국 정상회담 의제 관련 자문을 받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입장에서 가장 관심 사안은 핵 문제다.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북중 관계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 게 국제적인 현실이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을 표명하고 평화협정에 적극 나선다면 중국으로 선 북핵문제와 한반도 문제에서 우선권을 갖게 된다. 남북미 축으로 흐르던 북핵 문제가 재편되면서 중국과 북한, 미국과 남한으로 팽팽하게 2대2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 셈이다.
 
中 4월 대규모 경제지원설
나오는 까닭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향후 남북미 정상회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 주석이 구두 약속한 ‘답방’이 이뤄질 경우에는 협상 주도권은 확실하게 중국과 북한의 손으로 넘어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2000년대 이후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 주석, 2009년 원자바오 총리 사례가 전부다. 대북 소식통들은 중국 최고 지도자가의 방북에는 항상 대규모 경제 지원이 뒤따랐고 시진핑 또는 리커창 총리가 미국 견제 차원에서 5월 북미 정상회담전 방북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시중에 나도는 ‘중국의 4월 대규모 경제 지원설’은 ‘카더라식 소문’이 아니라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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