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검찰이 JTBC가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 보도했던 태블릿 PC의 입수 과정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하면서 도태우 변호사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도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2월 태블릿 PC 관련 보도를 했던 JTBC 심 모 기자와 성명불상의 기자 몇을 특수절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심 기자와 성명불상의 1명 이상이 서로 짜고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라는 더블루K 사무실에 들어가 태블릿 PC를 훔쳐 보도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대해 지난해 7월 불기소처분을 내렸고 도 변호사는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여기에 대해 서울고검이 3월 19일 성명불상자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한 것이다. 태블릿 PC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넘겨줬는지, 그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는지를 재조사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3월 28일 청계천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도태우 변호사를 직접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盧·朴 탄핵 소추 모두 ‘졸속’으로 의결… 완벽한 적법 절차 무시”
- “태블릿 PC, 절도죄 아니라면 점유이탈물횡령죄…재정 신청 준비 중”

 
도태우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에 입학 후 3학기 만에 자퇴하고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다시 입학해 정식으로 등단한 소설가 출신이다. 문학인의 길을 가려던 차에 그는 김홍우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현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법과 정치를 멀리하던 도 변호사가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원으로 활약하면서부터다. 도 변호사는 2017년 4월 재판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유영하·채명성·이상철·김상률·도태우·남효정·이동찬 변호사)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해 10월 14일 재판부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재발부에 항의해 변호인직에서 사임했고 현재는 박 전 대통령의 민사 소송 대리인만 맡고 있다.
 
다음은 도태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소설가의 길을 걷다 변호사가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80년대 당시 약소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선 의대보다 공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더 많았다. 나 역시 ‘공학을 전공해서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꿈을 품고 공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인 1987년은 전국적인 민주화운동 바람이 불고 있을 때였고 나 역시도 당시 우리나라 체제의 정당성을 비롯하여 큰 의문들을 가지게 됐다. 이 같은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인문대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인문대에서는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 역사 등을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문학인의 길을 걸어 나갔고 1999년에 등단했다. ‘디오니소스의 죽음’이라는 소설집을 낸 것은 2003년이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된 것은 그 일 년 뒤인 2004년이다. 사법시험 준비를 결심하게 된 것은 내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준비할 때다. 나는 당시 정치사상을 전공하신 김홍우 교수의 조교를 했다.
 
당시 김 교수는 법과 정치라는 과목을 개설해 보통법 강의를 시작했는데 이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나는 80년대 대학을 다닐 동안 정치학과를 멀리했고 법대는 더더욱 멀리했다.
 
그런데 이 강의를 통해 보통법(영미법)이 내가 멀리하던 개념 법학의 세계와 많이 다름을 인식했다. 법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경험과 논의를 통해서 성장해 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특히 보통법은 판례를 중요시했다. 개념적인 서술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다는 얘기다. 문학에 관심을 가졌던 내가 법에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다. 사람이 사는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던 내가 법이라는 영역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특히 2004년에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는 내가 법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내가 탄핵과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탄핵 소추는 기각되고 총선에서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압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당시 나는 법적인 지식이 없었음에도 대통령과 국회 등 전반적으로 헌정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이제 보면 적법절차의 원리가 지켜지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됐던 것 같고, 법을 공부하면서 이 같은 나의 의구심은 점차 확신이 됐다.
 
법 공부를 하면서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점이 바로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의 ‘화근’이 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소추 의결의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기각’이 아닌 ‘각하’ 판결을 내렸어야 했다. 당시에도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은 너무나 졸속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추에 대해서도 국회가 그런 식의 졸속 소추 의결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졸속 소추 의결은 헌법재판소가 각하한다는 전통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의혹이 제기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변변한 조사도 없이 언론 기사들 수십 개를 인용하면서 공소장과 언론 기사만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추를 의결했다. 이는 완벽한 적법절차 무시다. 적법절차는 영미법에 지고의 원리다.
 
적법절차는 절차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체적인 것도 함께 다룬다. 형식적인 절차만 거쳤다고 적법절차를 만족하는 것이 아니고 그 속에 있는 실체적인 정당성까지 만족돼야 하는 것이 적법절차다.
 
- 어떻게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하게 됐나.
▲ 일단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었다. 나는 박 전 대통령 형사 변호인단에 정식으로 들어가기 전 탄핵 정국 무렵부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며 글도 쓰고 세미나 발표도 했다. 당시 나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적법절차가 훼손되고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으며 언론의 보도가 진실을 지향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에 나는 누군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변호를 맡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구체적인 증거기록들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이 정말 죄가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이 전부였다. 그러나 막상 변호인이 되고 정식으로 기록들을 열람하면 할수록 정말 박 전 대통령이 무죄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 검찰이 JTBC 보도의 핵심 근거였던 ‘태블릿 PC’의 입수 과정에 대해 재기수사 결정을 내렸는데.
▲ 처음 내가 고발했을 때 검찰은 1차적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혐의 없음 또는 불기소 처분이 아닌 각하였다. 각하란 형식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내리는 결정이다. 그러나 정작 각하 사유는 형식요건이 아니었다. 관리인의 ‘양해’라는 표현을 쓰면서 절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처분권이 있는 사람이 허락하는 것을 ‘양해’라고 하는데, 건물 관리인이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그는 태블릿 PC에 대한 권한이 없다. 따라서 이에 비춰서 절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는 해석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를 들어 각하를 했고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해 항고를 했다. 나는 피고발인을 둘로 나누어 적었다. 심수미 기자는 당시 자신이 (더 블루K 사무실에) 직접 간 것처럼 보도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나와 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심 기자도 그곳에 갔다는 것을 전제로 피고발인에 심 기자의 이름을 넣게 됐다.
 
그리고 보도에서 ‘저희들’이라는 표현이 나왔기에 이름은 모르지만 같이 갔던 어떤 사람들을 공범으로 보고 ‘성명불상자’로 피고발인에 추가한 것이다. 성명불상자는 법률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행위를 한 것은 분명한데 이름을 모를 때 쓰는 단어다.
 
그런데 나중에 jtbc가 미디어워치를 고소할 때 언론 보도를 보면 심수미 기자는 가지 않았고 김필준 기자가 갔다고 한다. 심수미 기자는 가지 않았으니 항고는 기각된 것으로 안다.
 
다만 성명불상자에 대해선 고등검찰청에서 재기수사 결정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 재기수사 결정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 실체적인 수사를 할 수도 있을 것처럼 보도된 곳도 있고, 또 다른 일부 언론은 당시 각하 결정 통보를 할 때 특정인이 정해진 상황에서 여전히 성명불상자로 각하 통보를 했기에 이러한 절차상의 잘못이 있어 이 부분만 바꾸려고 재기수사 결정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나는 재기수사를 한다는 것만 통보받았을 뿐 앞으로 어떻게 수사가 진행될지에 대해선 전혀 전달받은 사안이 없다. 내가 통보받은 바는 아니다. 언론의 보도일 뿐이다. 대표적으로 jtbc가 이렇게 보도한다. 다만 나는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재정신청을 할 생각이다.
 
사실 나는 JTBC의 태블릿 PC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조차도 의심스럽다. 정말 거기서 가져온 것인지, 누군가에게 받은 것인지, 가져다 놓고 가져오는 시늉을 한 것인지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JTBC의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절도에 해당된다고 확신한다.
 
최근 검찰의 주장이 살짝 바뀐 것 같다. 태블릿 pc가 유류물 즉 버리고 간 물건이라는 것이다. 시건장치가 된 사무실 안에 있는 물건이 길바닥에 떨어진 물건과 같이 취급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지만, 백 번 양보한다 해도 이는 점유이탈물횡령이라는 죄에 해당된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 또한 박 전 대통령 수사와 마찬가지로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 ‘불법에는 평등이 없다’는 말이 있다. 열 사람이 잘못을 했는데 한 사람만 벌을 줘도 불평하지 말라고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경범죄, 행정 형벌 같은 것들에만 적용된다. 주차위반이 대표적이다.
 
이와 반대로 형사소송법 이론에는 ‘선별적 공소제기는 위법이다’는 이론이 확립돼 있다. 열 명을 같이 수사했는데 한 명만 기소하는 것은 굉장히 자의적이고 위법한 공소라는 것이다. 이는 공소기각 사유로 해석한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열 명 중 한 명만 수사하는 경우다. 아홉 명은 수사하지 않고 한 명만 수사해서 단 한 명만 기소하는 것이다. 이는 위법한 수사고 위법한 공소 제기라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죄를 저지른 아홉 명은 관심도 가지지 않으면서 한 명만 벌을 주고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할 때 정말 법적인 ‘정의’가 실현된 건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된다. ‘형평’ 또한 법의 정신 중 중요한 일부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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