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위원장 지각 사퇴’ 예외 인정, 김 의원 출마 위한 포석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 6.13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경선을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 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경수 의원이 ‘지역위원장직 지각 사퇴’로 광역단체장 공모에 신청을 하지 못하자 당이 직접 나서 이미 닫힌 문을 열어준 모양새를 자초한 것이다. 현재 김해을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선거 120일 전(2월 13일)까지 사퇴를 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출마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며 김 의원의 출마 활로를 확보, 출마를 돕는 반칙을 범했다는 지적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불공정 경선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민주당 경남도지사 경선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린 공민배 전 창원시장 등도 당 지도부에 ‘경선 특혜’라고 쓴소리를 내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김영록 전 장관도 지각 출마… 김 의원 출마 길 열어
공민배 “특정인 경선 참여시키려는 비민주적 행태” 반발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는 지난 26일 ‘전략공천 및 경선룰 변경을 위한 당규 개정의 건’을 심의 상정하지 않았다. 대신 차후 지역위원장 사퇴 예외 상황 등 필요사항이 발생하면 당무위 권한을 최고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사실상 지역위원장 사퇴 규정에 대한 예외를 인정, ‘지각사퇴’하는 지역위원장들에 대해 출마의 길을 열어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당 규정으로 전남도지사 후보 공모에 참여하지 못한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구제키로 했다. 김 전 장관은 당초 출마를 고려하지 않았으나 유력 후보였던 이개호 의원이 지도부 권유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뒤늦게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해남‧완도‧진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전 장관은 지난 19일 지역위원장직을 ‘지각 사퇴’했고, 민주당 당무위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출마 자격을 부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경수 의원의 출마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김경수 의원도 김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김해을지역위원장을 사퇴하지 않아 경남도지사 경선 출마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역위원장 120일 사퇴 규정’의 예외 인정 여부를 최고위 판단에 넘기며 김 의원의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를 출마할 경우 전략공천 또는 당 규정 개정과 추가 공모를 통한 경선 참여 중 한 가지 방법을 택해야 한다. 현재(3월 30일)까지 김 의원은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중앙당의 강력한 요청에 사실상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다른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클 점을 고려해 전략공천보다는 경선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경남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공천이든 경선이든 당초 출마가 불가능했던 김 의원에게 중앙당이 ‘예외적으로’ 길을 터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불공정경선’이라는 잡음을 피해가기는 어렵게 됐다.
 
민주당 경남지사 경선에 먼저 이름을 올린 예비후보들도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권민호 전 거제시장과 공윤권 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 상태다. 권민호‧공윤권 후보는 “민주당 내 분란으로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다면 언제든 수용하겠다”는 등 다소 미온적 태도를 내비쳤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된 공민배 후보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공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 다음으로 우위를 나타내며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공 후보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특정인을 경선에 참여시키기 위한 비민주적이며 무원칙한 행태는 공당으로서 결코 보여서는 안 된다.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우리 당의 참모습이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가 만약 이런 꼼수를 스스럼없이 자행한다면 당 분열 초래는 물론 중도 보수층으로부터도 외면당해 결국 자승자박하는 덫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 후보 지지자들인 ‘공민배를 사랑하는 모임’도 ‘불공정한 공천 담합을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지난 29일 발표했다. 이들은 “민주당 최고위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수면 아래 준비해 온 위인설법 식의 짜맞추기 전략공천 또는 불공정 경선의 전모가 드러났다”며 “중앙당은 경선 참여 자격조차 없는데도 특정인을 위한 추가 재공고를 서슴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또한 김경수 의원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문재인의 복심이라 자부한 김 의원이 문 대통령이 말한 평등, 공정, 정의가 존재치 않음을 스스로 반증했다”며 “민생과 개헌, 대북외교 등 산적한 현안은 안중에도 없이 특권과 반칙에 의한 불법 꼼수 경선을 획책하고 있다”고 수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특혜’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김 의원을 경선에 참여시킨 데는 경남지사 선거에서 반드시 승기를 잡겠다는 속내가 비친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꿰뚫는 ‘복심’으로 알려진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실세로 일찍부터 지사 후보에 꾸준히 거명된 바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월 23~25일 경남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경남도지사 적합도 조사에서 19.3%로 1위를 기록하며 한국당의 텃밭을 탈환할 전사로 거론되기도 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발급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78.8%)와 유선전화(21.2%)를 이용해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응답률은 1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수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 민주당 내 복수의 관계자에게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광역단체장 추가 공모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마감 시한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2차는 27~28일에 끝났고, 또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다소 추상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편 한국당 경남지사 경선에서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측근으로 유력 후보였던 윤한홍 의원이 지난달 30일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경선 국면이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경남도지사로 역임할 당시 호의적인 도내 평판을 받았던 홍 대표가 어떤 카드를 내밀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 대표는 경남도지사 선거의 자신의 신임까지 내걸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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