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천안함 특별법도 만들어야” 울분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아들 고(故)이상희 하사의 묘를 찾은 유족 회장 이성우 씨 <사진=이 씨 제공>
재조사 요구 “유족 상처 후비는 것… 원망스럽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천안함 사건은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계기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가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그의 방한에 대해 강력 항의했으나, 한반도 화해 국면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들 목소리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천안함 유가족을 소홀히 대한다는 ‘홀대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지난 26일 천안함 8주기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은 천안함 ‘기일’이었다. 일요서울은 고(故)이상희 하사의 아버지인 이성우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8주기를 맞은 유가족의 소회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7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유선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서해수호의날(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 올해는 지난 3월 23일)과 별도로 해마다 이맘때쯤 백령도를 찾는다고 들었다.
 
▲ 우리가 매년 백령도에 들어가는데 그 이유는 6명의 ‘산화자’(미발견 실종 장병)가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망한 장병들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지만 산화자들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백령도에)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이 있는데 그 곳에서 전방 2.5km 지점 천안함 침몰 장소가 보인다. 산화자들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1박2일로 백령도를) 찾아 배를 타고 침몰 지점으로 간다. 산화자 부모들이 자식들 이름 외치며 울부짖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이 회장을 비롯 유가족 51명 등은 서해수호의날 이튿날인 지난 24일 백령도를 찾았다. 당시 해상의 짙은 안개로 27일에야 육지로 나오는 바람에 26일 평택2함대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불참했다.)
 
- 이번 서해수호의날 행사에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으로 인해 불참했다.
 
▲ 서해수호의날은 보훈처 주관 정부 행사다. 해외순방이라 대통령이 불참한 건 이해하지만 유가족 입장에선 서운한 감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김영철 문제도 있고 해서 직접 참석해 가족들 위로하고, 한 말씀 해주시길 바랐는데 많이 아쉽다.
 
-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천안함 유가족들을 소홀히 한다는 ‘홀대론’을 제기한다.
 
▲ (크게 한숨 쉬며) 저만 느끼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여기 가족들 다 느끼고 있다. 김영철 올 때도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면 이렇게까지 안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 연다면 좋은 결과 얻어야 되고 그걸 반대할 가족이 어디 있겠느냐.
 
하지만 군인 신분으로 나라를 위해 (복무하다) 희생됐는데 (김영철 방남 때) 아무 사전 얘기도 없었고 (청와대에) 공식 항의 편지를 2번이나 보냈는데 반응도 없고 얘기도 없다. 저희를 홀대하고 무시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 천안함 유가족을 대하는 데 과거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비교한다면 어떤가.
 
▲ 전 정부도 마찬가지고 사실 국가에서 크게 해 준 건 없다고 생각한다. (천안함에) 관심 가져 줬던 것은 당시 사고 났을 때 국민들이 저희 위로한다고 성금 모았을 때다. 그때 말고는 별로 없다. (다만) 그래도 전 정부는 예의는 지켜줬다. 현 정부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솔직히 일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겠느냐. 각종 행사나 언론 통해서도 여러 차례 의사 표시했지만 아무런 얘기가 없다.
 
- 김영철 방남 계기로 천안함 재조사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KBS 추적60분에서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격앙된 목소리로) 천안함 재조사라는 게 가족들 입장에선 이렇다. 2010년 당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호주, 스웨덴 등 국제 조사단이 꾸려져서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을 냈다. 이런데도 말도 안 되는 의혹을 자꾸 부풀려서 저희 가족은 또 한번 가슴이 찢어진다.
 
그 방송은 (유가족들) 상처를 후비는 거고 보기 거북하다. 원망스럽다. 애들 명예 잃게 하는 거 아니냐. 또 한쪽 얘기만 듣고 방송 내보낸 거 아니냐. 제기한 의혹들 조사 과정에서 다 증명된 사실이다. 그런 방송 내보내면 국민들 또 믿게 되지 않느냐. 우리 가족들 (크게 한숨) 재조사 운운할 때마다 상처 무지 받는다.
 
진짜 그렇다면 재조사를 그렇게 요구하면 (차라리) 천안함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 세월호도 특별법 만들어 재조사하지 않았느냐. 민간인들도 특별법 만들어 위해주고 하는데 왜 우리 애들은 못해 주냐. 생존 장병들 고통 많이 받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취업 문제 등 이에 대한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존 장병이나 유가족들 지원, 누가 주체가 돼서 조사를 할 건지 차라리 특별법 제정해서 제대로 해줬으면 한다.
 
- 언제 아들 생각이 많이 나고, 아들 꿈은 뭐였나.
 
▲ 아들(사고 당시 22살)은 호텔 조리학과 다니다가 입대했다. 조리병이었는데 관련 자격증 3개를 딴 뒤 입대했다. 제대하면 일본 유학까지 계획하고 있었는데 제대 1개월을 앞두고 사고가 났다. (한숨) 특히 3월만 되면 생각 안 날 수가 없다. 행사 때마다 우리 애만 한 생존 장병들 많이 만나는데 그때마다 미친다. 그렇게 눈물이 난다. 그 나이 또래 애들만 봐도 어떻게 생각이 안 나겠느냐.
 
가족들끼리 만나면 ‘언제 눈물이 마를까’ 부모들끼리 그런 얘기하는데 평생 눈물이 마르겠냐.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부모 입장에서. 저희도 사람인지라 울다가 웃다가 한다. 이번에 백령도에서 3박4일 머무르면서 (부모들끼리) 저녁에 술도 한잔씩 먹고 애들 생각나면 울고, 또 떠들고 웃다가 그렇게 있었다.
 
-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천안함 관련 메시지를 내거나 행보를 활발히 했는데. 이는 어떻게 바라봤나.
 
▲ (천안함 사건이) 이명박 정부 도중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일말의 책임 있으니까 한 거라고 본다. 당시 군통수권자로서 나라 지키다가 희생한 장병들을 조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우리는 정치 세력이랑 연계되거나 시민단체와 연계된 것도 없다. 사무실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가족들끼리 모였다. 명칭은 있어야 되니 유족회라고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반정부 투쟁할 생각 있냐 없냐는 그런 질문도 하던데.
 
애들 명예 (지켜주고) 자식들 잃고 살아가는 부모들 위로하고 격려해 주고 그런 걸 원한다. 대통령도 작게 바라보면 한 가정의 아버지라고 본다. 5.18도 자식, 세월호도 자식, 천안함도 다 자식이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겠는가. 다 자식이라 생각하고 아버지 된 입장에서 자식 보듬듯이 위로해 주고 쓰다듬어 주길 바란다.
 
(저희가 또) 일관되게 주장하는 건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통령께서 김정은한테 천안함 북한 소행이고 사과만큼은 언급하셔서 받아주셨으면 한다. 그 바탕 위에서 회담하면 진정성 있는 거고 국민들 지지를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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