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지 등에 업은 찬성은 ‘시끌’ 기득권 카르텔로 보일까 반대는 ‘쉬쉬’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중에서도 국민소환제는 연일 뜨거운 감자다. 국민소환제란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국민 투표로 파면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직접민주주의 강화 요소를 갖는다. 일단 국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개헌안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국민소환제만큼은 91%의 압도적 지지율을 나타냈다. 수치상으로는 그야말로 ‘국민적 지지’와 다름없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의 의견은 어떨까. ‘대놓고’ 국민소환제 반대에 나서는 의원은 거의 없다.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익명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국민소환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속내를 들춰봤다.
 
與野, 국민 권한 확대하는 일이라더니 국민소환제 두고 ‘동상이몽’
‘압박’하고 ‘눈치’ 보며 정략적 이용… 개헌 본질 흐려져 ‘눈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국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국민들은 국민주권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줬다”고 국민소환제의 신설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또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해당 규정을 신설했다. 직접민주주의를 대폭 확대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 소환해 국민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직접민주주의 방법을 통해 국회의원의 책임성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은 국민소환제가 남용될 경우 정상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대세는 찬성 쪽으로 확연히 기운 모양새다. 이미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주민소환제가 수월히 시행되는 것을 보더라도 오남용의 위험성이 적다는 견해다.
 
특히 국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지난 1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91.0%가 국민소환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6~17일 전국 성인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우 찬성한다’는 70.5%로 압도했고, ‘찬성하는 편이다’는 의견은 20.5%였다. 반면 ‘반대한다’는 5.9%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국민헌법 사이트를 통해 실시한 국민소환제 찬반 조사에서도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총 2만816명 중에서 찬성 1만6050명(77.1%), 반대 4710명으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를 종합하면 연령, 성별, 특히 정치적 이념에 따른 구분 없이 국민 주권시대에 대한 열망이 온전히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개헌안 전체 내용에 대해 찬반 여론이 갈리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국민소환제만 놓고 본다면 ‘국민적 지지’와 다름없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공식 발의에 앞서 공개된 개헌안 내용 중 국민소환제는 단연 독보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며 “국민들의 지지도가 큰 만큼 국회가 이를 간과하기 힘들 것이다. 호랑이굴로 들어간 국민소환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국민소환제가 ‘호랑이굴’인 국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다. 일단 지금까지는 찬성의 목소리가 크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촛불혁명 정신을 담은 개헌안’이라며 국민소환제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에서는 초선의원들까지 국민소환제 찬성 여론 조성을 위해 두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국민의 뜻과는 괴리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선출인(국회의원)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대의제의 실패가 나타난 것”이라며 “선거인(국민)들의 눈치를 보기 위해서라도 국민소환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국민소환제의 직접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난색’을 표하기는커녕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는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놓고 반대할 경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영리한 수를 뒀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소환제를 통해 여론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오면서 야당 압박 수단으로 활용 수 있게 됐다는 것. 국민소환제 등 국민 지지도가 높은 안건을 포함시킴으로써 개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한편, 이를 반대하는 야당을 ‘적폐 기득권 세력’ 프레임 안에 가둘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본지가 복수의 야당 관계자들과 통화한 결과 국민소환제에 대한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는 없었지만 ‘찬반을 나눌 수 없다’ ‘실효성이 없다’는 등의 부정적 답변이 나왔다.
 
서울시 A 구의원은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들에 대해 시행하는 주민소환제도 2006년부터 적용됐지만 크게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며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국민소환제를 한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나. 하나의 끼워 맞추기 식(제도)이라고 생각한다”고 회의를 표했다.
 
또 최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배지를 내려놓은 B 후보 측 관계자는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부정적인 점도 있다. 국민소환제 자체에 대한 찬반을 답변하기 애매하다”며 “당 구분 없이 국회의원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에게 지탄받는 게 당연한 사실이지만, 진위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국민소환제를 정치적으로 남용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는)신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야권의 분위기를 보면 국민소환제가 야당 압박을 위한 지렛대로 오용될 여지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유독 ‘튀는’ 국민소환제 논의 가운데, 개헌의 본질과 다른 현안들이 등한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민 권한 확대를 위한 일이라는 국민소환제를 여야가 정략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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