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노조 갈등 속 경영 정상화 가능할까?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과 노조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자본 유치만이 살길이라는 채권단과, 해외매각은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노조가 1년 넘게 줄다리기 중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자율협약 시한(3월 30일) 당일 오전까지도 금호타이어 노사는 자구계획안 도출에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해외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생사 갈림길에 선 금호타이어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 부도를 맞을지, 해외매각을 통해 극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뤄낼지는 조만간 있을 노조의 찬반투표로 결정될 전망이다.

中 ‘더블스타’로 해외매각 놓고 채권단·노조 갈등
노조 “찬반투표로 결정하겠다” 마지막 선택은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노조의 갈등은 지난해 1월 중국기업인 더블스타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며 시작됐다. 당시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주식 42.01%를 955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상표권 사용료 협상 잡음과 노조의 반대 등에 부딪혀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채권단이 추진하려는 이번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은 구주 매각이 아닌 신주를 발행해 더블스타로 경영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계약금은 총 투자액의 5%인 323억 원으로, 금호타이어가 유상증자(6400억 원 규모)를 마무리하면 더블스타가 이를 인수해 지분 45%를 갖게 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더블스타는 3년, 채권단은 5년간 지분매각이 제한된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중국법인 정상화, 채권단 손실 최소화의 관점에서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봤다”며 “더블스타가 제시한 비전과 운영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커 보여 투자협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긴급 유동성을 확보하고, 중국 사업장의 부실을 메우려면 더블스타의 자본유치가 필수적인 만큼 오늘(30일)까지 노사에 이를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 투자유치가 성사되면 채권단도 2000억 원의 신규자금을 수혈하고 기존 채무도 금리를 낮춰 만기를 연장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수 차례 자율협약 종료일까지 해외자본 유치 전제 조건인 ‘노사 자구안 합의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해외 매각 동의 난항

자율협약 종료시한 당일(30일) 오전까지도 해외매각 결사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던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오후 해외매각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노조는 여태껏 해외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국내에서 공개 매각을 새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9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 더블스타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산은을 상대로 ‘국내기업 인수 보장을 수용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었다.

조삼수 금호타이어 생산직 노조 대표지회장은 “인수 의향이 있는 국내 기업이 있는데도 산은이 법정관리를 하겠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해외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국내 인수 희망 업체를 참여시킬 경우 노조도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에 적극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은 “더블스타로 매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30일을 기점으로 돌입하는 법정관리 절차는 청와대도 막지 못한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산은은 채권단 자율협약 종료 시점에 금호타이어 인수설이 불거진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자율협약을 위해 30일까지 연기해 놓은 건 국내 협약 채권뿐, 당장 다음달 2일과 5일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270억 원과 회사채 400억 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금호타이어 노조가 더블스타 자본유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산은은 또 지난 27일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힌 타이어뱅크에 대해서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타이어뱅크는 산은에 별도로 금호타이어 인수 관련 제안서나 투자계획서 등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은은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여력이 없다고 봤다. 타이어뱅크는 2016년 기준 매출 3729억 원, 영업이익 664억 원, 당기순이익이 272억 원에 불과하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상장, 회사 담보대출, 해외자본 유치 방안 등을 내놨지만 더블스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에 투입하려는 자금규모가 6400여억 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이어뱅크가 단독 인수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벼랑 끝…회생, 파산?

노조와 채권단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동안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위기로 부도 직전에 놓였다. 다음달부터 기업어음(CP) 만기가 줄줄이 돌아와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22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찾은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금호타이어 전체 채무는 2조4000억 원에 중국 쪽 해외채무만 7000여억 원으로 줄줄이 만기가 돌아온다”며 “데드라인을 넘길 경우 유동성 문제 때문에 산은의 의지와 관계없이 금호타이어는 어려워지고 법정관리가 아닌 최악의 경우 ‘청산’까지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도 실질 실사 등에 소요되는 기간만 2~3개월이 걸린다. 결국 채권단이 다시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를 의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청산’이란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 경우 금호타이어 근로자의 일자리는 보장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역경제로의 타격도 예고된다. 협력사들 역시 미지급된 물품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줄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곧 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법정관리 신청 후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찬성비율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생사의 기로에 선 금호타이어 앞날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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