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낡은 호헌 세력 남을지 결단해야” vs 野 “지방선거용 관제 개헌 반대”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청와대발 개헌 열차가 우여곡절 끝에 여야 모두를 싣고 출발했다. 개헌안 표결을 두고 보이콧 선언까지 하며 장외투쟁을 불사했던 한국당이 장내로 뛰어들면서다. 한국당은 김성태 의원을 필두로 자체 개헌안 제출 의사를 밝히며 개헌안을 둘러싼 논의 테이블에 앉았다. 일단 ‘호헌 세력’으로 개헌을 무산시켰다는 역풍만은 피하고 보자는 행보로 비친다. 대신 사회주의개헌저지특위를 구성해 개헌안 저지를 위해 온몸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그러자 여당의 압박 수위도 한층 강화된 모양새다. 여당 지도부는 “억지궤변” “당리당략으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등 야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여야의 프레임 대립에 따라 개헌안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국 좌초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논의 시작됐지만 첨예한 입장 차이로 ‘삐걱’ 프레임 대립 변질 우려
시한 내 합의안 도출 ‘먹구름’ 地選 후에도 논의 지속될까 물음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개헌안이 이튿날인 지난달 27일부터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자체 개헌안 마련을 위한 첫 협상에 나섰다. 이 같은 여야의 논의 착수는 양측 모두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한국당은 당초 국회 표결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개헌안 무산을 위한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해 한국당의 반대 입장은 여전하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 및 헌정특위 위원 등은 지난달 29일 정부 개헌안에 대해 권력구조 개편 방향, 이념적 지향 등을 문제 삼아 4대 불가론을 펼쳤다. 한국당은 먼저 기본권과 관련해 ‘사람’과 ‘국민’의 권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이다. 이밖에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편 ▲권력기관 개혁 ▲개헌투표 시기 ▲토지공개념 ▲지방분권 등 내용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보수 야당 내에서는 개헌안 자체가 ‘지방선거용’으로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청와대에서도 가결을 목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한 것이 아니라, 부결될 것이 뻔한 개헌안을 내놓고 그 책임을 국회와 제1야당인 한국당에 돌리려는 속셈이라는 주장이다.
 
A 의원은 “청와대가 개헌안 가결을 진심으로 바랐다면 이렇게 국회를 자극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하며 “지방선거 때 이를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보인다. 청와대 참모진을 중심으로 개헌안을 처리하고, (개헌안을 심의 의결하는)국무회의는 요식행위로 했다는 것 자체가 그 저의가 깔려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또한 국민들에게 ‘개헌은 필요한데 의원들이 반대한다’는 단순논리로 몰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적 성향의 법조인 B씨도 “절차적으로 기존의 헌법 질서를 파괴한 개헌”이라며 “국무회의 상정부터 의결까지 4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명시적 규정은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이미 발표를 다 해놓고 형식적으로 45분 만에 의사봉을 치고 끝냈다. 이것이 개헌인지 폐헌인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B씨는 방대한 개헌 내용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B씨는 “헌법 중 한 조항 정도를 바꿀 때 이를 개헌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개헌안은 130개 조항 중 손을 안댄 곳이 없다”며 “헌법이라는 것은 워낙 추상적이면서도 강력한 효과를 갖기 때문에 한 글자를 바꿀 때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은 국민적 지지를 내세우며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제202차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 논의가 시작됐지만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시기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민주당의 개헌안 당론을 바탕으로 국민 여론을 적극 수렴해 만들었다. 대통령 개헌안은 민주당의 당론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 대표는 “그러나 야당은 이처럼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개헌안을 부정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국민을 앞세운 뒤, “민주당은 국회 합의안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야당과 협상하겠다. 야당도 당리당략을 떠나 오로지 대한민국과 국민의 앞날을 위해 개헌 논의에 진지하게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대통령 발의권 행사 절차 자체를 문제 삼은 것에 대해 “국민개헌 발목잡기용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여당은 국민개헌자문특위를 통해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쳤고 내용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국무위원 간에도 의견 수렴을 거쳐 만들어진 개헌안이다. 국무회의 심의 의결 절차도 충실히 거쳤다. 절차적 하자가 전혀 없는데 문제 삼는 것은 그저 생트집”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전히 양측은 개헌안 내용과 발의 절차 등에 대해 현저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최장 60일간 지속될 논의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여야는 ▲대통령 개헌안 표결 ▲합의안 도출을 통한 6월 개헌 ▲6월 개헌 합의, 9월 개헌 국민투표 ▲무기한 연기라는 4가지 카드를 쥐고 있다.
 
우선 당장 이달 27일 예정된 1차 시한까지는 국회 합의안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야가 개헌안 의결 시기를 두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최장 의결 시한인 5월 24일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회는 개헌안 표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여당은 6월 지방선거와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당은 6월 개헌 합의 및 9월 개헌론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당의 목표대로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가 성사되지 않으면 1987년 이후 31년 만의 개헌은 무산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여당 측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에 개헌안 의결이 이뤄져야 야당이 국민들의 눈치를 볼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반대 쪽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 정부여당이 개헌을 강하게 밀어붙일지 의문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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