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적극’ 金 ‘NO’ 鄭 ‘현재는…’ 6월 이후 등판 가능성 솔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6.13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정치권에서 ‘올드보이’들 이름이 재등장했다. 바른미래당이 이들에 대한 영입 추진 방침을 밝히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을 필두로 바른미래당이 인재 영입에 난항을 겪자 ‘중진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현재 이러한 올드보이 귀환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보다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해 보인다. 이는 곧 바른미래당이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 지지율 침체와 역할론 모호 등으로 이들이 실제 나설지 의문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방선거 이후 보수 재편 과정에서 올드보이 등판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재난 극심 바른미래당, ‘올드보이’에 러브콜
사실상 손잡은 손학규 “할 일 있으면 하겠다”
김종인 “쓸데없는 소리” 정의화도 가능성 낮아…인재 영입 난항 방증
安 ‘출마 임박’ 劉 ‘불출마 완강’…“동시 출격 안하면 공멸” 목소리 여전

 
정치권 원로로 평가받는 이들의 공통점은 경험이 많고 중량감 있는 인물로 꼽힌다는 점이다. 인지도도 높은 데다 바른미래당이 지향하는 이념 스펙트럼과도 맞닿아 있다. 이들의 이름은 지난달 25일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와 안철수 위원장이 만찬 자리를 갖고 인사 영입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유 공동대표는 이튿날 이들의 영입설에 대해 “국회의장, 당 대표 등을 지낸 정치 경험이 많은 분들인 만큼 이 분들을 어떻게 하면 모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던 와중에 전날 만찬에서 얘기가 나왔다”며 “앞으로 이 분들의 입장을 배려해서 우리가 좀 조용히 노력을 하자고 얘기가 됐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고문은 민주당 대표와 경기 지사를 지냈고, 3선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5선 출신이자 경제민주화 선봉장에 선 인물로,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정의화 전 의장은 19대 후반기 국회의장까지 역임한 5선 출신으로, 합리적 중도보수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들에 대한 영입설이 나오자 당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당의 한 지역위원장은 “제3지대를 키워 보수 재건과 민주당의 대안 세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중도보수, 중도개혁성향의 그런 분들이 같이 합류하면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세력을 껴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영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젊은 신생 정당’을 추구하는 당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전 대표는 79세, 손학규 전 고문은 72세, 정의화 전 의장은 71세로 모두 70대다. 정치적 신선함이 떨어져 식상하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영입으로 인한 파급력도 떨어진다.
 
이들의 정치적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김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은 모두 보수·진보 진영을 오간 전력이 있다. 이들은 지난 대선 무렵부터 제3지대를 외치며 중도 세력의 구심점이 되려 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맨 파워’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이들을) 영입 인사라 하기엔 이미 너무 ‘내부인사화’돼 있어서 정치적 감동도 반향도 없다”며 “정계 은퇴할 만한 연세도 됐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가 별로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손 전 고문은 최근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정치 활동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 <뉴시스>
  孫, 본격 활동 초읽기
출마설엔 선 그어

 
손 전 고문은 지난달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개헌 대토론회’에 참석해 사실상 바른미래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 모두 만나봤다”며 “제게 필요한 게 있으면 구체적으로 갖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역할을 맡는다기보단 제가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제가 어떤 부분을 도와줄지, 공식적인 발표를 언제할지 등은 당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에서 구체적 역할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있을 경우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경기지사 출마설과 관련해선 강하게 선을 그었다. 이날 손 고문은 이를 의식한 듯 “경기도 뭐 이야기 나오는데, 아이고 난 아니야”라고 손사래를 쳤다.
 
손 전 고문의 역할과 관련해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했던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아직 정해진 건 없고 당이 격식을 갖춰서 자리를 한 번 마련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손 고문의 민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 출신이기도 하다.
 
반면, 김 전 대표와 정 전 의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어 현재로선 합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단호한 입장이다. 김 전 대표는 29일 통화에서 “쓸데없는 소리다. 듣지 말라. 전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의 경우 직접 정치에 참여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나 계기가 있을 때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은 지난해 대선 이후 정치계를 떠나 본업인 의료계로 돌아갔다. 부산 출신인 그는 20년 전 자기 자리인 봉생의료원장으로 복귀했다. 현재 정 의장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뉴시스>
  끌어드릴 ‘판’ 못 만들어
‘安 멘토’ 윤여준 접촉설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위원장의 과거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영입 물망에 올라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바른미래당의 합당 과정이나 최근 지방선거 준비 등에 대해 상당히 실망을 한 것으로 전해져 영입 제의가 온다 해도 합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현재 바른미래당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판’을 못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연대의 그림을 보여준다거나 구체적이고 강한 야당의 비전을 제시한다거나 안철수-유승민이 동시에 출격한다거나 이런 식의 게임판을 만들고 힘 실어 달라고 하면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뚜렷한 정치적 계기가 없어서 역할을 해 달라고 해도 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태까지 만들어 온 그들 나름의 지위가 있는데 현 시점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가 (본인) 말년이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자신들 명예를 지키는 데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을 안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만약 바른미래당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보수 재편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론이 다시 부각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엄경영 소장은 “지금은 합류 시점이 애매하고 선거 전 역할이 마땅치 않다”며 “세력 재편 시기와 와야 하는데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바른미래당이 ‘중진 모시기’에 나선 배경에는 현재 여의치 않은 인재 영입 사정과 직결된다. 안 위원장은 최근 영입 인사들을 잇따라 선보였지만 정치적 반향을 일으킬 만한 눈에 띄는 인재는 없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제3세력이라는 신선함이 있어야 하는데 신선한 맛이 없다”며 “인재 영입했다는데 제1,2세력에서 흘러나온 인물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떡이 필요하지 떡고물이 필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도 인재 영입 문제와 관련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후보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 특히 광역단체장 후보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뭔가 빨리 여러분께 다 꺼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참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파구 안 보이는 바른미래
‘안-유 동시출격’ 목소리 여전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안철수-유승민’ 동시출마론이 대두됐지만, 유 공동대표가 이를 여러 차례 강하게 일축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안 위원장의 출마는 임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는 여전히 불만 섞인 목소리가 표출하고 있다.
 
안 위원장의 한 측근이자 현재 바른미래당 광역단체장 후보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의원은 “안-유가 함께 나와야 파괴력 있지 안 혼자서는 안 된다”며 당의 ‘간판’인 두 사람의 동반 출마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 인사는 “신생 정당답게 당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활력 있게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은 뭘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목적을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유 대표 출마가 현재의 지리멸렬한 상황을 풀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라며 “뭔가 배지를 던지고 과감하게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야 감동도 하고 국민들이 믿어줘 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지금은 답답하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보면 합당이 됐는지 바른미래당이 어떤 당인지 국민 절반은 모르는 것 같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승리가 어렵다. 당 존재감을 알리고 다음 총선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유 동반 출격하면 나도 죽을란다 하고 뛰어들 것이고, 아니면 불출마할 것”이라며 “중앙당에 통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 출신 한 관계자는 유 공동대표의 출마 요구와 관련해 “경기도든 대구든 어디든 확실히 나가지 않겠다고 했고 지금도 (유 대표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애초 공동대표 수락할 때 (유 대표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이후 백의종군하겠다고 미리 선언했다”며 “그게 대표 임기 도중에 생각이 바뀐 게 아니라 일관되게 그런 생각을 밝혔다. 그분들 입장 존중하지만 입장 선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동시 출격을 주장했던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도 “유 대표의 불출마 의사가 확고해서 (현재 출마를) 건의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스타급 인사를 끌어들이기엔 지지도가 약하고, 지지도를 끌어올리기엔 마땅한 후보군이 없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바른미래당이 선거 두 달여를 앞두고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지 맥없이 추락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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