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원 위원장은 3월26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그는 북핵과 관련해 “한미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5년 동안 김정은 아버지 김정일이 한국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속여 온 “행동 대 행동”보상 방식을 또 다시 주술(呪術)처럼 외우고 나선 것이다. 
북한이 핵을 단계별로 해체해 나가면 그 단계마다 보상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 “행동 대 행동” 보상 방식대로 네 차례에 걸쳐 서방 측과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지원만 받아 챙기다가 갑자기 터무니 없는 구실을 붙여 합의를 파기하고 돌아서곤 했다. 그리고는 6차례에 걸쳐 핵 실험을 자행했고 수소폭탄까지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김정은은 기만적인 “행동 대 행동” 계략이 더 이상 옛날처럼 통하지 않게 되자 시진핑을 업고 밀어붙이려 한다. 미국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버티고 있는 데다 존 볼턴까지 가담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병든 강아지”라고 경멸했고 더 이상 지난 25년처럼 북에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며 벼른다. 거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초강경파인 볼턴 전 유엔 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했다. 볼턴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정당하다고 역설했고 북핵 폐기방식은 미국의 “리비아 비핵화 방식”이어야 한다며 “선 핵폐기–후 보상”을 주장했다. 
미국과 리비아는 2003년 4월부터 비핵화를 위해 비밀협상에 들어갔다. 그해 말 리비아는 핵과 생화학 무기를 완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05월 10월 완전 폐했다. 그 후 미국은 리비아에 대한 모든 제재들을 풀었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빼줬으며 국교 정상화도 단행했다. 리비아가 핵을 완전히 포기한 건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와 군사 압박에 견디지 못한 데 기인했다. 미국은 리비아와 1981년부터 외교를 단절하고 미국 내 재산 동결 등 경제제재로 들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끌어냈고 원유수출도 봉쇄했다. 그러면서 1986년 리비아의 트리폴리와 벵가지의 카다피 은둔 지역들을 공습, 1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볼턴은 저 같은 대북 군사 옵션과 ”선 핵 폐기–후 보상“ 리비아 방식을 오랜 동안 주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리비아식 핵 포기를 반대했다. 카다피 권력이 핵을 폐기한 탓에 주민들의 봉기와 북대서양방위조약(NATO) 공습으로 붕괴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카다피 정권 붕괴를 핵폐기 거부 이유로 둘러대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북한은 핵 없어도 북·중방위조약과 중국의 군사 보호로 정권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다. 시진핑 주석은 27일 김정일을 만난 자리에서도 김정은에게 “피로써 맺어진 친선”이라며 든든한 군사동맹을 환기시켰다. 북한은 중국의 엄호로 핵을 지키며 핵으로 미국을 위협해 돈을 뜯어내고 미·북평화협정을 체결,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남한을 결정적 시기에 적화하려 할 따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리비아식 북핵 폐기 수순으로 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년 동안 역대 미국 행정부들이 “선 핵폐기-후 보상” 방식을 포기하고 “행동 대 행동” 방식을 되풀이해 왔음을 거듭 비판했다. “행동 대 행동”보상이 북한에 수소폭탄까지 만들 수 있는 경제 지원과 시간만 벌게 해 주었을 뿐이라고  했다. 
더 이상 북한에 속지 않고 핵을 폐기할 수 있는 길은 리비아 방식밖에 없다. 볼턴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말고 트럼트 대통령에게 리비아 방식을 설득해야 한다. 김정은은 시진핑 주석과 만나서도 “행동 대 행동” 주술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에 이은 볼턴 등장으로 만만찮은 임자를 만나게 되었다. “선 핵 폐기-후 보상” 방식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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