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장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4일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오석근 영진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 위원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각고의 준비를 통해 마련한 자리”라고 운을 뗀 후 읽어 갔다.
 
사과문에 따르면 영진위는 ▲‘2009년 단체 지원사업’에서 촛불시위 참여단체 배제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사업의 공모제 전환과 사업자 선정 과정 부당 개입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 지원 사업’ ‘독립영화 제작지원사업’ ‘다양성영화 배급지원사업’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 등의 지원 대상자 결정 심사과정 부당개입 등을 행해 지난 10년 가량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역할을 했음을 고백했다.
 
뿐만 아니라 영진위는 편법 심사, 심사과정 직간접 개입 등을 통해 통보받은 작품과 영화인을 제외해왔으며, 이것의 실행 과정 중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영진위 내부 직원을 별도 관리해 불이익을 준 사례도 있음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영진위는 청와대에서 하달된 지침에 따라 각종 지원 신청작(자)에서 해당 작품과 영화인을 선별 보고하고, 관계 당국이 특정 작품의 지원배제 여부를 영진위에 통보했음을 실토하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잠정적으로 존재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로부터 상영중지 요청 또는 ‘문제영화’로 거론되어 지원이 배제된 작품으로는 ‘다이빙벨’, ‘천안함 프로젝트’ 등 총 56건으로 드러났다.
 
문제영화로 선정된 영화들은 세월호(‘엄마가 팽목항으로 올 때면 난 엄마보다 먼저’), 재일조선인(‘할매꽃2’), 용산참사(‘두개의 문2(공동정범)’), 강정해군기지(‘잼 다큐 강정’·‘구럼비-바람이 분다’), 한진중공업(‘그림자들의 섬’), 밀양송전탑(‘밀양 아리랑’) 등을 소재로 삼은 것들이다.
 
이는 감사원 기관운영감사, 문체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위원회’ 중간 조사결과 등을 통해 가시화됐다.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종료 후엔 이보다 더 많은 사례가 드러날 전망이다.
 
영진위는 ▲문체부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와 연계한 후속 조사 진행 ▲피해 사례로 등록되지 않은 미규명 사건에 대한 신고 및 제보 ▲별도 조사 병행으로 여러 배제와 차별, 탄압사례 면밀 조사를 통해 확실하게 후속 조치하겠단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영화인에게 사과와 피해 복원 등 가능한 후속 조치와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발표된 ‘사무국 직제 개편 및 인사소개’에서 조종국 사무국장은 “그동안 영진위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여성 인사를 전면 재배치했다고 말했다.
 
개편을 통해 여성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올린 부서는 경영지원본부를 비롯, 지원사업운영팀, 인사총무팀, 국제교류전략팀 등 총 4개다. 특히 박희성 경영지원본부장의 경우 본부장제 도입 이후 최초의 여성 본부장이다.
 
이어 조 사무국장은 “단순히 (여성 보직자의) 숫자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영진위 이후 최초 여성본부장을 중용하고 주요 인사에 여성 직원들이 배치된 것은 영진위 조직문화의 상징적인 조치”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이다. 이에 영진위 측은 “한국영화 100주년의 키워드는 ‘화합’”이라고 말하면서 한국영화 100주년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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