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애인 살인 청부한 엽기 청년


임신한 애인을 살인 청부한 혐의로 이모(25·무직)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자기의 애인 박모(31·회사원)씨를 살인할 목적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우연히 안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1,100만원을 건네 살인을 청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박모씨는 충격으로 임신했던 아이를 지웠고, 이씨는 청부살인미수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여섯 살 연상 연하 커플인 이들이 왜 이런 극단적인 파국으로 내몰렸을까. 그 전말을 취재했다.


이모씨(25, 무직)는 여섯 살 연상의 박모씨(31)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여섯 살이라는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장래를 약속한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이씨는 새 여자친구 A양(25)을 만났고 박씨와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종종 외로울 때마다 박씨와 관계를 가졌고 박씨는 지난 7월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새로운 여자 친구와 결혼까지 약속한 이씨는 자신의 과거가 밝혀질까 염려해 박씨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심부름센터 직원 모씨를 만나 1,100만원을 건네 박씨의 청부 살인를 의뢰했다. 하지만 모씨는 박씨에게 사실을 알리고 살인으로 위장을 했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임신한 애인을 청부살인하려한 혐의로 이(대학중퇴생·25)씨를 전격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4년 게임방 알바를 하면서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피해자 박(31)씨를 만났다. 당시 이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개인적 사정으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한 상태였다.

여섯살 연상녀와 사랑에 빠져
평소 게임을 좋아하던 이씨는 게임방 알바를 시작했고 같은 건물에서 A회사 경리로 일하던 박씨와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게 됐다.
박씨 역시 게임을 좋아했던 터라 게임방에 자주 들렀고 둘은 자연스레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그 후 둘은 함께 밥도 먹고 게임도 즐기면서 친해졌고 편한 누나 동생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후 둘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급기야는 동거도 마다 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와 박씨는 미래를 약속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차 지난 4월부터 둘의 사랑은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씨의 누나들이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은 박씨를 처음부터 탐탁지않게 여겼다. 박씨가 자신들보다 학력도 낮고 게임을 즐기던 나이 많은 여자라는 이유로 박씨와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반대했다는 것. 또 둘의 사이가 벌어지게 된 결정적 원인은 이씨에게 새 애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아이 임신
이씨는 지난 4월 우연히 알게 된 A양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동년배로서 말이 잘 통하는 새 애인을 만나자 이씨의 마음은 박씨에게서 더욱 멀어져갔다. 급기야 이씨는 박씨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연락을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새 애인을 사귀던 이씨는 박씨를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박씨를 만났다. 소위 말하는 양다리 연애를 즐겼던 것이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관계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씨와 만남을 지속해오던 박씨는 이씨의 아기를 갖게 됐다. 박씨가 원하지 않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박씨에게 아이를 지울 것을 요구했다.
새 애인까지 생긴 이씨에게 박씨와 뱃속의 아이는 무거운 짐일 뿐. 이씨는 박씨에게 눈물로 호소도 하고 협박도 하면서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겠다는 박씨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
이씨는 새 애인과 관계가 깊어지면서 이런 박씨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가해자 이씨는 경찰 진술에서 박씨가 자신에 관련된 사람들 연락처를 알고 있어서 그 연락처로 내 주변에 임신사실을 다 알릴 것 같았다고 했다. 이씨는 결국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부담스러운 박씨를 떼어내기 위해 살인할 생각을 한 것이다. 이씨의 생각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박씨는 이씨가 새애인과 결혼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지인들로부터 듣고 이씨에게 결혼 포기를 종용하고 있었다.

결국 청부살인 결심
그러나 이씨의 선택은 점점 박씨 살인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씨는 박씨 살인를 위한 방법으로 청부살인을 생각해냈다. 이씨는 지난 10월 국내 유명 사이트인 A포털 사이트에서 ‘살인 청부’로 게시판 글을 검색했다. 다음 날 이씨는 심부름센터 직원인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의 댓글을 발견했다.
‘돈을 주면 사람도 죽일 수 있다’는 댓글을 본 이씨는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살인을 청부했다. 직원은 이씨에게 박씨를 살인해 주는 대가로 1,100만원을 요구했다. 이씨는 직원에게 박씨의 집 주소 및 휴대전화 번호, 얼굴 사진을 박씨의 이메일로 보냈다. 또 박씨가 죽은 것이 확인되면 돈을 즉시 입금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이씨는 박씨 청부살인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친지들에게 돈을 빌렸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돈이 급한 이씨는 결혼을 약속한 새 애인에게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1,100만원을 빌렸다.

청부업자, 살인 위장
그러나 자칭 살인청부업자였던 심부름센터 직원은 박씨 살인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청부살인을 의뢰받은 심부름 센터 직원 모씨는 고민 끝에 지난 10월 23일 박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씨는 이씨에게 살인을 청탁받았다고 그간의 일들을 털어놨다. 이에 놀란 박씨에게 모씨는 살인을 위장한 사진을 찍어주면 굳이 당신을 죽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부름센터직원은 처음부터 박씨를 죽일 의도 보다는 돈을 가로챌 목적으로 이씨에게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박씨는 모씨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살인 위장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집에서 박씨는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신문지를 덮고 누운 채 동생에게 물감을 뿌리도록 시켰다. 또 자신의 시체를 위장한 사진을 모씨에게 건넸다.
한편 박씨는 언젠가 이씨가 자신을 또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악몽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던 중 방배경찰서를 찾아 사건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박씨가 사건 후로도 신분의 위험이 있을 것으로 우려해 이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청부살인에 놀란 박씨는 결국 집 근처 B산부인과에서 임신 4개월 만에 이씨의 아이를 지웠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현재까지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경찰은 달아난 자칭 심부름센터 직원 모씨를 찾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 애인에게 돈을 빌려 임신까지 한 옛 애인을 죽이려 한 이씨. 현재 돈도 날리고 애인도 잃은 이씨는 ‘살인미수죄’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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