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 계약해지 파문


최근 비정규직 보호법의 국회통과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이 회사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빌미로 대량 해고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1월 대우건설의 자회사 우리자산관리는 용역관리업체 동우공영과 동우SM 소속 기술·미화·보안직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해당 노동자들의 반발은 당연지사. 이들은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과 노조활동까지 탄압하는 불법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건설측은 180여 명의 노동자 중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만 골라 계약해지 통보했다. 특히 대우건설측이 노조 탄압을 계획적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문건이 공개돼 여론의 비난은 사고 있다.


대우건설과 노조와의 대립이 본격화된 시기는 올해 초부터. 대우건설은 대우센터빌딩 내의 보안과 미화를 담당하는 회사로 동우공영, 동우SM사였다. 대우건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2006년 1월 우리자산관리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대우건설 빌딩 관리를 전담한다.
올 1월부터 이 회사는 서울역에 위치한 대우센터 빌딩의 유지 관리 업무에 착수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직접 건물 관리사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하청업체에 재하청을 맡기면서부터다.

생종권 위협받는 노동자들
결국 대우건설-동우공영,동우SM으로 이어지는 하청관계가 대우건설-우리자산관리-동우공영,동우SM으로 2차 하청구조로 뒤바뀐 것. 대우건설측은 “경영합리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몇해 전부터 계획되어온 사업”이라고 말했다. 초대 우리자산관리 대표이사는 송모씨가 맡았다.
경영합리화라는 명목으로 2차 하청구조로 바꾼 것은 노동계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단계 하도급형태’라는 것. 전권을 쥔 우리자산관리는 기존 하청업체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개입찰을 통해 새로운 회사를 뽑겠다는 것. 다급해진 하청업체들은 우리자산관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결국 제시된 카드는 30% 임금 삭감이었다.
하청업체들은 재계약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존 직원들의 임금 30%를 삭감하거나 직원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가칭 대우건설시설관리 노동자 직접교섭 직접 고용 쟁취 투쟁위원회를 결성, 대우건설과 극한 대립 끝에 결국 고용승계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기간은 올해 말까지. 올해가 지나면 이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다. 또 우리자산측이 공개입찰을 통해 새로운 하청업체를 물색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노동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들은 대개 50~60대의 고령자인데다 지난 1978년 서울시 남대문로에 대우센터빌딩이 세워진 이래 30여년 간 이곳에서 한결같이 일해온 직원들이었다. 낮은 임금과 24시간 맞교대같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뎌왔다. 때문에 고용보장만큼은 생존권과 맞닿은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생존권이 다급해진 이들은 지난 10월 16일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노동조합 성격의 투쟁위원회를 설립해 대우건설과 우리자산관리측을 압박했다. 이들이 내건 조건은 고용보장과 임금 10% 인상, 우리자산관리의 해체였다.
이들의 요구에 대우건설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팽팽한 긴장관계에 놓였다. 대립이 지속되면서 대우건설측은 은근슬쩍 당근을 내놓았다.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노조탈퇴를 강요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경인서비스 노조 산하의 시설관리노조에 가입한 상태였다.
대우건설측과 노동자간 대화가 단절되자 이들은 파업을 결의하면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대우건설측은 동우SM측에 ‘2007년도 계약 낙찰 취소’를 통보했다. 같은 날 2007년 임금 5.4% 인상으로 2007년 계약금액을 확정한 동우공영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노동자들은 전형적인 노노갈등을 유발해 노조해체를 유도하려는 시도에 분개했다. 이에 대해 대투위의 구권서 위원장은 “시설노조의 조합원 86%가 동우SM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노조를 탈퇴하면 재계약과 함께 임금인상을 보장해주고, 탈퇴하지 않으면 계약해지로 협박하는 것밖에는 달리 볼 여지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탈퇴 회유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우리자산관리는 동우SM 소속 고층부 미화관리원들에게도 “내년 3월까지 고용을 보장할테니 조건으로 노조를 탈퇴하라”고 강요했다. 동우공영의 임금인상과 계약연장을 지켜본 고층부 미화원 46명은 강요에 못이겨 노조를 탈퇴했다. 180여 명에 달하던 시설노조원들은 현재 94명으로 줄었다.
노동자들과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대우건설측의 무리한 법적 대응도 물의를 빚고 있다.
대우건설측은 시설관리 노조집행부를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접수한 남대문경찰서는 피소된 노조간부 13명에게 두 차례에 걸쳐 소환장을 발송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 일각에서는 “우리자산관리와 대우건설이 남대문경찰서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노조탄압을 공모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측이 사전에 노조를 와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11월 22일 대투위 노동자들은 노조탈퇴 강요와 부당한 경찰고소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대우센터빌딩 14층에 위치한 우리자산관리 사장실을 방문했다.

‘DW 프로젝트’, 비정규직 노조를 분쇄하라
이들의 방문에 놀란 사장 송모씨는 밖으로 도주했다. 사장의 도주에 실망한 노동자들은 그대로 사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우리자산관리가 계획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해체에 관여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발견돼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DW Project’로 명명되는 이 문건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응하는 시나리오이다.
이 프로젝트 문건은 노조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 노동자들이 소속된 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대체 인력을 투입하며,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노조탈퇴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서와의 업무협조와 법률센터의 자문을 받아 고소 고발조치와 가처분 등으로 노조를 해체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앞서 언급된 남대문경찰서와의 협조체제 구축이 이 문건에서 비롯되는 것은 물론, 외한은행 헐값매각사태로 잘 알려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자문을 구해 가처분신청을 의뢰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한 가처분신청 의뢰는 ‘DW Project’문건과 함께 발견된 11월 22일자 ‘일일보고서’와 ‘동우대처안’에서 보다 구체화된다. 이 보고서에는 대우건설과 우리자산관리가 각각 3,000만원과 4,000만원씩 변호사비용을 부담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올 2월 ‘김앤장’측에 가처분신청 대리비용으로 4,000만원을 지급한 적이 있다.
노동자측은 “대우건설측이 부담하는 변호사비용인 총액 1억 1,000만원은 1년 동안 직원들에게 4만6,000원씩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임금교섭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밑도는 급여를 받아왔다.
노동자측이 공개한 급여대장에는 그동안 미화직 노동자들에 법정최저임금보다 평균 9만원이 적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미화직 노동자들의 인원을 합하면 매월 600만원의 급여가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측은 변호사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자산관리가 가처분신청을 의뢰할 때 변호사비용을 분담한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데, 어떻게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겠느냐”고 강변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우건설이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임금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한 동우공영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우건설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제 와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니…”
‘대우건설은 동우공영과 동우SM과의 하청계약에서 원청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 대우건설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시설관리 용역부문에 대해서는 우리자산관리가 직접 사용자이기 때문에 대우건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용역비용에 비례하여 사용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경쟁입찰을 통해 다른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자산관리의 경쟁입찰 실시에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못박았다.
노동자들은 대우건설의 태도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호정 부위원장은 “직원을 부릴 때는 사용자가 되고, 막상 해고시킨 다음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며 울분을 토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점거했던 우리자산관리 사장실을 나와 1층으로 농성현장을 옮겼다. 우리자산관리가 사설경호업체 직원들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50여 명에 달하는 경호업체 직원들은 우리자산관리측 직원들과 사무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대우센터빌딩 1층에 세워진 간이천막 앞에서 50~60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랜 집회에 지친 얼굴로 고용보장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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