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내년 사장단 인사 관전평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국내 대기업들에는 ‘인사바람’이 분다. 대상자들은 인사 때마다 특별히 신경을 곤두세우기 마련. 어느 때는 이것이 ‘산들바람’에 그치지만 어느 때는 그 영향력이 태풍급이 될 때도 있어서 사내 분위기를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특히 국내 재계 1위인 삼성그룹 사장단의 인사는 해마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파급효과가 내외적으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정·재계를 막론하고 삼성 인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내년 초 있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다시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별다른 이동없이 잠잠했던 올해 인사 탓에 내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임원진 내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내년 초 단행될 삼성그룹 고위직 인사의 ‘화두’를 짚어봤다.

이재용 상무, 올해는 승진할까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어느 때보다 ‘인사태풍’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 1월 단행한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 이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해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장단의 자리 이동을 점치고 있다.
삼성그룹의 인사원칙은 실적 위주로 평가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올 부분 인사에서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의 박종우 부사장이 같은 사업부 사장으로, 삼성물산의 최고재무책임자였던 지성하 전략기획실 부사장이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으로 승진, 발탁된 것이 전부였다.
두명의 신임사장 발탁은 환율하락과 원자재 가격급등 등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린 이건희 회장의 배려라는 주변의 평가다.
매년 삼성인사의 키포인트는 이재용 상무의 승진여부다. 지난해도 전무 승진설이 파다했으나 이재용 상무의 승진은 보류됐었다.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회실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용상무 본인이 고사해 좌절됐다고 했지만 재계에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검찰 수사 등 주변 여건이 순탄치 않은 탓에 굳이 관심을 집중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에도 이상무의 승진여부는 삼성그룹 인사의 최대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왜냐하면 이상무의 승진이 곧바로 삼성그룹의 대규모 인사변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학수·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왕파로 여겨지고 있어 이재용 상무의 승진은 곧 이들의 세대교체로 인식된다.
삼성 내부에선 이상무의 승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올해도 본인의 고사로 승진이 유보된데다 삼성그룹 내부에서 세대교체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학수 전략기획실 실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상무는 유력한 단일 승계자임이 분명하다”며 “이 상무의 승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두가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최근 떠도는 “삼성 후계자가 이재용 상무가 아닐 수도 있다”라는 설(說)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다른 하나는 내부적으로는 승진이 이미 확실하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풀이한 것일 수도 있다.
이재용 상무 대안론은 삼성에 가장 뼈아픈 가상 시나리오다. 이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상무는 사실상 후계자로 추대되는 분위기지만 거대기업 삼성을 이끌 경영능력이 검증이 안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재용 대안론이 재계에 나돌기 시작했다. 그 대안의 하나로 꼽히는 사람이 바로 이재용 상무의 바로 아랫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다. 부진씨는 자신의 경비원출신 남편을 맞이해 세간에 화제를 모았다. 부진씨는 호텔신라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착실히 쌓고 있는데다 최근들어 경영능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이재용 상무가 장악하고 있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악재도 여전히 존재한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조사가 최근들어 바짝 고삐를 죄기 시작한 것. 특히 검찰은 지난 10월 31일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이학수 실장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조만간 이 상무도 소환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가장 부담이 가는 대목이다.

이학수 실장·윤종용 부회장 거취도 관심
삼성인사의 또 다른 키포인트는 이학수 실장의 장기집권 여부다. 이실장의 집권에 악재가 겹쳐지고 있어 이실장의 실각설이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이학수실장의 거취는 본인 주장대로 이건희 회장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 못박고 있지만 최근 시사저널 사태에서도 일부 드러났듯이 이학수 실장이 인사권을 전횡해 삼성그룹 임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건에서 이건희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그룹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어 삼성내부에서는 주군에게 굴욕을 겪게 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가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론이 급부상중이다. 그 대상이 이학수 실장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이재용 상무의 승진이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면 시니어급에 속하는 이들도 언제까지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일선 후퇴론이 나온다.
이학수 실장은 현 위치(비서실장)에 오른지 10년째다. 이건희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삼성의 2인자’로 불리고 있다. 구조조정본부(비서실)를 이끌면서 삼성 계열사간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삼성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상무가 일선으로 등장함과 동시에 이건희 회장이 이선으로 물러난다면 이실장도 자연스럽게 물러나야하는 수순이 예정돼 있다.
윤종용 부회장의 거취문제도 이 상무의 승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무가 승진한다면 조직 내부의 대폭 물갈이가 일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상무와 후배들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윤 부회장에게도 부담이다.
이상무의 승진여부와 관계없이 외부에서는 윤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이끈지도 7년이나 됐기 때문에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부회장이 물러날 경우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사장,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 등이다. 이들은 그룹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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