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대상-CJ ‘김치전쟁’


숙명의 라이벌 대상과 CJ(주)가 식료품 시장을 놓고 한판 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식료업계의 대표주자 대상이 공격경영으로 CJ를 상대로 고삐를 바짝 쬐고 있는 것. 지난 10월 27일 대상은 자회사인 대상 FNF를 통해 두산의 식품BG를 1,05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대상은 두산의 대표적 김치브랜드인 종가집을 비롯해 두부, 콩나물 등의 식품 부문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에 따라 대상과 라이벌 업체 CJ와의 재대결은 불가피해졌다. 이번 새로 추가한 식품군들이 CJ의 제품들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지난 1960년대 ‘미원’과 ‘미풍’의 조미료대결로 세간에 화제를 모았던 두 기업의 경쟁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대상이 이번에 인수한 두산의 식품사업 중 알짜배기는 김치다. 두산은 종가집이라는 브랜드로 내수시장에 깊숙이 파고들어 소비자들로부터 인지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가집은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다.

대상, 종가집 ‘꿀꺽’
종가집은 지난 1987년 국내 최초로 김치 상품화에 성공했다. 두산은 소비자의 높은 호응을 받자 내수 시장확대와 수출로까지 눈을 돌렸다. 종가집은 내수를 발판으로 수출까지 확대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종가집의 포장김치는 2006년 상반기 시장점유율 62%를 차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다. 그 다음은 풀무원이 12.4%로 큰 격차를 보이며 추격하고 있지만, CJ는 1.9%로 미미한 실적을 올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종가집은 단일브랜드로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점유율에서만 따진다면 김치부문은 CJ가 확실한 열세상태다. 기존의 김치브랜드인 ‘햇김치’만으로는 자사 제품의 30배에 달하는 시장장악력을 뒤집을만한 결정적인 브랜드 파워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CJ가 꺼낸 카드는 ‘하선정식품 인수’다. 전통식품으로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하선정식품의 포장김치 시장점유율은 2.6%에 불과하지만 CJ의 판단은 마케팅의 부족이라는 시각이다. CJ가 하선정식품의 인수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5%대까지 끌어올려 1위인 종가집에 맞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CJ의 속내다.
두 기업이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두 기업 모두 안고 있는 고민이 있다. 김치사업 자체의 낮은 수익성이 바로 그것이다. 김치시장은 지난 2004년부터 김치냉장고의 보급으로 가정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먹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 발생한 기생충 파동으로 우리나라 대표 식품인 김치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수출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0월 30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리포트에서도 ‘김치 사업은 이익의 변동성이 높으며 수익성이 저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배추 등 변동성이 큰 원재료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불규칙적인 소비자 수요 패턴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소측의 시각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확보에 가장 큰 애로점이 바로 이 때문이다. 김치의 수익성 악화라는 화두는 두 기업의 경쟁 이전에 해결해야할 숙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피튀기는 라이벌 관계
김치시장의 수익성 악화와 대상의 종가집 인수에도 불구하고, CJ는 애써 표정관리에 돌입한 모양새다. CJ 마케팅부서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상의 김치시장 진입이 신규투자가 아니므로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며 “대상의 종가집 인수가 이뤄졌지만 이에 대응해 CJ의 식품 마케팅 정책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시장과는 달리 두부시장은 두 기업간의 경쟁이 시쳇말로 피를 튀긴다. 현재 두부 시장은 풀무원이 1위로 6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대상과 CJ가 각각 8%와 8.6%로 근소한 차이로 ‘도토리키재기’를 하고 있다. 대상이 인수한 종가집은 지난해 ‘살아 숨쉬는 발아콩 두부’를 출시해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갈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CJ는 여유만만이다. CJ는 본격적으로 두부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CJ는 두부 생산공장 신설해 포장두부 생산능력을 증대시켜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CJ는 지난 9월 15일 충북 진천에 두부공장을 완공했다. 이에 따라 하루 3만모에 그쳤던 두부생산량을 현재 하루 15만모로 무려 5배나 신장시켰다. CJ는 이에 따라 이번 생산라인 확보로 연말까지 시장점유율을 30%로 끌어올려 대상을 완전히 제친다는 계획이다.

대혈전 예고
두부시장은 두 기업간 치열한 경쟁으로 판도를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슬슬 두 기업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CJ가 먼저 우회적으로 대상을 비판하고 나선 것. CJ는 자사제품 ‘백설 행복한 콩’두부를 시판하면서 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에는 인공첨가물이 전혀 첨가되지 않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인공첨가물이란 두부생산과정에서 콩을 대량으로 갈 때 발생하는 거품을 방지하는 소포제와 급속한 응고를 막는 유화제를 일컫는다. 대부분 업체들은 두부 제조시 인공첨가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의 ‘도발’로 업계가 발끈했다. 이같은 선전이 외려 두부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킨다는 것이다.
CJ측의 대반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기업이 또 있다. 포장두부 시장점유율 72.5%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CJ의 반격에 자체 브랜드 강화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두부판매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풀무원은 두 업체의 추격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두부시장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이 2,2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해마다 10%가량 성장해왔다.
이 와중에 대상의 두산 식품BG인수는 내년 식료품 시장이 치열한 전쟁터로 변모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증시에서도 대상의 두산 식품사업 인수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대상의 식품사업 확장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가 하면 김치시장의 수익성 악화와 두산 식품BG 인수에 따른 부채증가 등 금융부담으로 대상 자체에 대한 수익성 악화를 점치는 부정론이 공존하고 있다. 대상이 험난한 식품시장에서 얼마나 시장적응력이 있을지와 라이벌 CJ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재계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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