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통해 등록업체 여부 필히 확인해야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가상화폐 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은 뒤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들이 연이어 검거되고 있다. 이들의 범행 대상은 불특정 다수지만 경제 기반이 취약한 서민층이 주로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사수신 사기범 적발, 2016년 대비 19.2% 증가
서민층 노린 ‘사칭’, ‘고수익’에 현혹되지 말아야


최근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진호)는 가상화폐 투자 등을 빙자해 유사수신 행위를 한 불법 금융다단계 조직 6곳을 적발해 9명을 구속 기소하고 8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A씨 등 4명을 기소 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A조직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를 사면 6개월 후 원금의 2~5배를 벌 수 있다”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A조직의 연 투자 설명회 등에서 정보를 접한 투자자들은 적게는 80만 원부터 많게는 800만 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조직이 받은 투자금은 292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가상화폐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었으며 시세도 내부 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올린 것에 불과했다. 조직원들이 투자자에게 제시했던 외국은행 명의 지급 보증서는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조직의 투자설명회를 주도하고 각종 수당 명목으로 5억 원을 챙긴 B씨 등 2명을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지역센터장 등 4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투자자 모은 방식도
‘각양각색’

 
검찰에 따르면 B조직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앞으로 수십 배에 상응할 것이다. 코인 판매대금은 홍콩 본사에 예치되므로 언제든지 현금으로 환전해 줄 수 있다. 하위 투자자들을 데려오면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았다.

B조직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 수백여 명으로부터 총 1196차례에 걸쳐 66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B조직이 홍보한 가상화폐의 경우 투자 설명과는 달리 조직원들이 급조한 커피 전문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B조직이 챙긴 돈은 홍콩 본사는커녕 대포 통장으로 들어가 현금으로 환전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챙긴 B조직의 5명을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하고, 달아난 2명을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또 생분해성 비닐을 개발한 중국 친환경 업체에 투자하라며 투자자를 모집해 251억여 원을 수신한 C조직과 스위스 사모펀드 업체 투자를 미끼로 248억여 원을 챙긴 D조직의 직원 41명을 적발했다.

이 밖에 금융 다단계 업자로부터 1억5000만 원을 받고 가짜 가상화폐 지갑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준 프로그래머 C씨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편승한 다단계 방식의 투자 수신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이번 수사에서는 실제로 공범이면서 그동안 피해자인 척 처벌을 회피해 온 상위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어 다단계 조직 자체의 근절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관련
사기범죄 급증

 
가상화폐 채굴기 판매를 빙자해 수천억 원을 가로챈 유사수신 업체 등 검찰이 지난해 적발한 유사수신 사기범은 총 1294명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6년 대비 19.2%가 늘어난 결과다.

최근 대검찰청 형사부(부장검사 이성윤 검사장)는 “최근 FX마진거래, 핀테크, 가상화폐 등 최신 금융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내준다고 유혹하는 유사수신 사기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검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해 한 해 동안 수사해 적발한 사기사범은 1294명이다. 지난 2015년에는 633명, 2016년에는 1085명이었다.

금융감독원에 유사수신 혐의 업체로 신고된 건수도 2013년 83건에서 지난해 712건으로 5년 새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유사수신 범죄로 입건돼 검찰에 접수된 인원도 2013년 1532명에서 지난해 322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최근, 가짜 가상화폐 투자나 가상화폐 채굴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가상화폐 관련 유사수신 사기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인천지검은 가상화폐 채굴기 판매 등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54개국 1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2700억 원을 빼돌린 사기조직을 적발해 36명을 입건하고 그중 18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경제 기반이 취약한 서민층이 주 타깃이 돼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금융 컨설팅·FX마진거래·비상장주식 등 금융업 사칭’, ‘부동산 경매사업·펜션고급빌라 개발·해외카지노 등 부동산 관련사업 사칭’, ‘가상화폐·전자금융·크라우드펀딩 등 투자사업 사칭’ 등이다.

보험설계사를 투자자 모집인으로 활용하거나 여행 상품과 결합한 다단계식 소액 투자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금감원 ‘서민금융1332’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업체 여부를 확인하고 원금보장 내지 고수익 약속의 경우 사기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설명 내용을 녹음하고 계약서·팸플릿 등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대응요령을 설명했다.

법원도 유사수신 사기조직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창원지법은 최근 농아인 복지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주겠다며 농아인 150여 명에게서 97억 원을 편취한 사기조직 총책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유사수신 사기조직에 대해 최초로 범죄단체를 적용한 사례다.

한편 검찰은 지난 2월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유사수신을 비롯한 불법사금융 일제단속 및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유사수신 업체에 엄정 대처하고 범죄단체 혐의 적용, 중형 구형 등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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