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한국갤럽 ‘2017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회의 신뢰도가 꼴찌로 나왔다. 지난해 13%에서 15%로 약간 오르긴 했지만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이고, 누구나 납득하는 결과일 것이다. 국회에 대한 낮은 신뢰는 남녀불문, 세대불문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국민들은 국회를 믿지 않는다.
 
국회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부분은 따로 있다. 국회가 정권의 개 노릇이나 하는 검찰보다 못하다니. 국회가 귀족노조로 비판받는 노조보다 신뢰도가 낮다니. 국회가 고금리 이자놀이나 하는 금융기관보다 처진다니. 국회만큼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관들이 없지 않은데 압도적인 차이로 부동의 꼴찌라는 것이 조금 억울한 것이다. 속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국회의 신뢰도가 낮은 책임은 물론 전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있다. 노골적으로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을 탓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언론은 국회의 가장 자극적인 부분을 들춘다. 언론의 속성이고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일 수도 있지만 원망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긴 어렵다. 언론이란 거울에 비친 국회는 스스로 분칠한 모습이 뒤틀린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 70%가 넘는 사상 최고의 국정지지도를 구가하고 있다. 인기 높은 대통령 때문에 국회가 더 초라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도 국회 신뢰도는 꼴찌를 맴돌았다. 국회 신뢰도는 의원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쌓인 결과이기 보다는 정치에 대한 혐오 정서, 국회의 부정적 이미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해 본다.
 
국회는 300개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표현할 만큼 의원에 따라 개성도 다르고 의정활동 성과의 편차도 크다. 요즘은 SNS를 통해 개별 의원들이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일이 잦다. 많은 의원들이 의정활동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시민들과의 의견교환도 활발하다. 의원 한 명 한 명의 신뢰도는 국회만큼 낮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이번 신뢰도 발표는 엉뚱하게 개헌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중임 대통령제’를 담은 개헌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제안하고 있다. 국민여론은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기울고 있다. 대통령 권력 분산을 목표로 한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개헌에 대한 여론이 대통령과 국회의 인기에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의 권력이 더 강해지길 원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내심 가장 선호하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는 국민 여론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이 국회가 더 많은 권력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이한 입장 차이 때문에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0에 수렴하고 있는 중이다.
 
많은 학자, 전문가들이 이제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를 마감하고 합의제형 민주주의로 전환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국회도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제에 익숙하고 자기 손으로 선출된 권력에 권한을 위임하길 원한다. 국회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개헌 설득에 앞서 국회의 신뢰도를 높일 방안부터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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