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6.13 지방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텃밭인 호남과 영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했다. 선거 초반 분위기는 집권 여당이 ‘TK지역’을 제외한 싹쓸이 전망이 나온다. 4~5월 남북미 정상회담, 박근혜·이명박 전직 대통령 구속,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여당의 호재에 견제심리가 작동해 ‘보수층 결집’을 가져올 것이란 희망으로 ‘6+@’를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부산, 울산, 대구, 경북, 경남, 인천 등 6개 지역에서 승리를 노리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승리할 경우 홍 대표는 보수 통합의 구심이 될 수 있으나 패할 시에는 정계은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6곳 판세를 분석해 봤다.
 

- 洪, TK ‘승리’ 경남.울산 ‘우세’ 부산 ‘박빙’ 인천 ‘고전’
- ‘6+@“ ‘보수 통합’ 구심점... 패배 시 ‘정계 은퇴’, 투표율도 변수

 
#부산: 영남권 권력의 핵심...
‘문재인 프리미엄’ 통할까
 

부산은 경남과 대구·경북으로 이뤄진 영남권의 핵심 지역이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단 한 번도 진보 정당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민주당에게 한쪽 문을 열어줬고 지난해 5.9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홍준표 대표보다 7%가량 높은 득표율을 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민주당은 영남권 권력교체의 핵심인 부산 대표 선수로 오거돈 전 행양수산부 장관을 후보로 결정했다. 한국당은 서병수 현 부산시장을 내세웠다. 두 인사는 ‘4년 만의 리턴매치’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격돌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서 시장은 797,926표, 무소속인 오 전 장관이 777,225표를 얻어 격차가 1.31%p에 불과했다. 박빙의 승부가 된 배경으로 오 전 장관은 진보 진영 단일후보에 보수 진영의 저항감이 덜한 무소속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와는 차이가 있다.
 
각종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는 여당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당 지지율도 한국당이 민주당에 못 미친다. 이미 여당은 부산에서 4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부산이 고향인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집권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병수 부산시장도 강력한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또한 부산은 지난 6번의 부산시장 선거에서 한 번도 민주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 ‘숨은 보수’의 결집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변수가 또 있다. 바른미래당 이성권 전 의원의 출마가 그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처럼 박빙의 대결을 벌일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공산이 높다. 이 전 의원은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부산진을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청와대 비서관도 지냈고 고베 총영사도 지냈다.
 
나이도 갓 50이 넘은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다. 오 전 장관 측에서는 ‘보수표’를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서 시장 측에서는 ‘젊은 진보표’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 대표는 당 여의도연구원 자체 판세 분석에서 ‘박빙’지역으로 분류했다.
 
#경남: 6년 만의 ‘리턴매치’
金金 대결

 
경남지사 선거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맞붙는다. 부산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6년 만에 벌어지는 ‘리턴매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격돌할 당시 김 전 지사가 63,290표(52.1%), 김 의원이 58,157(47.9%)로 3% 차이로 김 의원이 근소하게 패했다. 당시에 김 전 지사는 여당 후보였고 김 의원은 야당 후보였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김 의원은 62.4%라는 당내 전국 최대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금 김 의원은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할 정도로 측근중의 측근이다. 김 의원 역시 높은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로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경남도의원과 거창 군수에 이어 경남도지사를 2차례나 지낸 전력이 있다. 또한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당 최고위원까지 역임할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김경수 대항마’로 해볼 만하다는 게 한국당 내 시각이다.
 
또한 김 전 지사는 근소한 차이지만 김 의원에게 한 번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지역인사들은 낙동강 벨트가 집권 여당 바람이 거세지만 선거 종반으로 갈수록 보수층 결집이 예상돼 막판 김 의원이 ‘승리’를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일대일 구도가 되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경남을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다.
 
#울산: ‘경찰수사’
김기현 울산시장 보수층 ‘결집’?
 

울산시장 선거는 3파전이다. 민주당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과 한국당 김기현 현 시장 그리고 민주당 김창현 전 시당위원장이 나섰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다. 민주당 후보에게는 곁을 주지 않았다.
 
역대 울산시장 직은 1997년 초대 심완구 민선시장부터 현 김기현 시장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보수 정당 출신이 독점해 왔다. 보수 아성에 도전하는 송 후보 역시 울산시장, 울산 지역 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해 8차례나 낙선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송철호 위원장은 문심(文心)을 등에 업고 ‘친문재인계 실세’로 평가받고 있다. 선거 전략 역시 문재인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 관계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노동자가 많은 울산 지역 특성상 ‘친노동계’ 김 전 위원장의 지지세도 무시할 수 없다. 민중당은 지역구 출신 현역 김종훈(울산동구) 국회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변수는 김 시장에 맞서 누가 2위로 올라서느냐다. 김 시장의 동생과 측근이 최근 울산 북구 아파트 건설사업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경쟁자들은 악재로 꼽지만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 민심이 거꾸로 ‘결집’할 수도 있어 양날의 칼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평이다. 선거 막판 ‘송철호-김창현 단일화’도 변수다. 김 시장과 일대일 구도로 치러야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울산의 경우 홍 대표는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다.
 
#인천: 여론조사 與 후보 ‘강세’
2014년 ‘대역전극’ 재현?
 

민주당 후보는 박남춘 의원과 김교흥 전 사무총장,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경선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은 유정복 현 인천시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박 의원이 인천의 대표적인 ‘친문’으로 최고위원까지 지내 당내 경선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지역에서는 보고 있다.
 
인천남동갑이 지역구인 박 의원은 유 시장의 제물포고 1년 후배로 행정고시도 1년 늦게 합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바 있다. 반면 유 시장은 국회의원, 장관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변수다. 자칫 ‘노무현·문재인vs박근혜’ 대리전으로 흐를 경우 현직 시장으로서 누리는 프리미엄을 상쇄당할 수 있다.
 
선거 초반은 여당 후보가 강세다. 각종 인천시장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유 시장은 여당 후보가 누가 나오더라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충청도 출신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민심이 달라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 때에도 유 시장은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송영길 당시 시장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하지만 결국 대역전드라마를 연출한 바 있다. 한국당은 이번에도 지난 선거와 같이 대역전극을 기대하고 있다. 유 시장에게 유리한 요인이 있다. 바른미래당 후보로 민주당 출신 민병호 전 의원과 한국당 출신 이학재 의원이 경합을 벌였는데 민 전 의원이 후보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유 시장 측에서는 보수 표보다는 민주당 표를 잠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홍 대표는 ‘고전’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구/경북: 한국당 ‘출마=당선’
‘경선 치열’

 
대구 경북은 홍 대표와 한국당이 전국 17개시도 중에서 승리를 장담하는 두 곳이다. 보수의 텃밭이자 심장으로 홍 대표는 ‘대구에서 패하면 당의 문을 닫겠다’고 할 정도로 자신하고 있다. 대구는 권영진 현 시장에 맞서 이재만 전 최고위원,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이 치열한 경선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임대윤 전 대구 동구청장 등이 나섰지만 이변이 없는 한 한국당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한국당은 전망하고 있다. 
 
경북의 경우 김관용 현 지사가 3선 연임제한으로 불출마하면서 한국당 경선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철우 의원, 김광림 의원, 박명재 의원 3파전의 승자가 도지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후보로는 오중기 전 청와대 행정관이 나섰고 바른미래당에서도 권오을·박재웅 두 인사가 경선을 벌이고 있지만 큰 변수로 작용하기는 힘들다는 게 지역내 시각이다.
 
‘박빙’, ‘혼전’ 지역
‘공천 후유증.투표율’ 변수

 
반면 기자가 만난 선거 전문가들은 홍 대표 전망보다 ‘장밋빛 결과’를 내놓고 있다. 6곳에 대한 판세 분석을 종합해 보면 대구·경북·울산의 경우 한국당이 승리를 가져가고 부산·경남·인천이 ‘박빙 속 우세’로 유리하게 봤다.
 
여기에 보수 성향이 강한 대전 역시 한국당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6곳 이상 한국당 승리를 전망하는 배경은 바로 지방선거의 높지 않은 투표율과 공천 후유증이다.
 
지난해 치러진 5.9 조기 대선에서 투표율은 77.2%로 높았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영향으로 젊은 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대선과는 달리 투표율이 매우 낮게 형성됐다. 2014년 치러진 6회 전국지방선거 투표율은 56.8%다. 역대 투표율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지만 대선 투표율과 비교해 보면 20%p 가까이 차이가 난다. 2회부터 6회까지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이 52.9%다.
 
6.13 지방선거 투표율이 남북미 정상회담, 개헌 등 흥행몰이를 해도 50%대 중반 수준에서 투표율이 형성될 공산이 높다. 또한 외교안보, 개헌 이슈가 젊은 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설 정도로 뜨거운 이슈가 아니라는 점도 한국당 선전을 예측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오히려 무거운 이슈들은 2030세대보다 60대 이상에서 견제 심리가 발동, ‘보수표 결집’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4050세대의 투표율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지만 ‘생활보수’ 세대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50%대 중반 저조한 투표율에 60대 이상이 투표장에 대거 나설 경우 ‘6+@’까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또 역대 선거 결과를 들어 ‘공천 후유증’도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한국당의 경우 공천과 관련된 잡음들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당 지도부 운명이 갈릴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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