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밀어주기 의혹에 ‘원내 1당’ 자리까지 ‘베팅’… 책임론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가운데)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결선투표를 시행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후발 주자들에게 기회를 줘 경선 흥행을 유도하겠다는 지도부의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결선투표 도입 결정이 결국 ‘친문(親文)계’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친다. 결선투표의 특성상 1위 후보가 과반 이상 득표하지 못해 재경선을 치를 경우 2위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지도부가 직접 나서 2위인 친문계 후보에게 ‘막판 뒤집기’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선 결과에 따라 자칫 예상보다 많은 현역 의원들이 의석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어 ‘원내 1당’으로서 입지를 보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원내 1당’ 지위를 잃게 될 경우 당 지도부에 책임 화살이 쏠리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계파 갈등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결선투표’라는 주사위를 던진 지도부에 어떤 숫자가 나올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후발 주자에 기회 부여, 경선 흥행 노림수… 부작용 만만치 않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6.13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결선투표를 시행키로 확정했다. 3인 이상 경선지역에서 1차 투표 시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최다득표 2인이 결선투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의결된 지방선거 시행세칙에 따르면 본경선 투표 종료 48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결선투표가 실시돼야 한다. 따라서 불과 72시간 안에 3위를 지지하던 표심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박범계 민주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있다는 것이 최대 이유였고,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달리지만 집권 여당의 경선은 치열하게 치러야 한다는 게 기본 컨셉이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은 여론조사 등 지지율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경선 후보에 대해서는 컷오프의 여지도 남겼다.

이에 민주당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결선투표가 시행되는 지역은 전체 17곳 중 총 7곳으로, ▲서울(박원순 서울시장·박영선 의원·우상호 의원) ▲경기(이재명 전 성남시장·전해철 의원·양기대 광명시장) ▲인천(박남춘 의원·김교흥 전 국회 사무총장·홍미영 전 인천 부평구청장) ▲대구(이승천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임대윤 전 대구 동구청장) ▲대전(박영순 전 청와대 행정관·이상민 의원·허태정 전 대전 유성구청장) ▲전남(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장만채 전 전남교육감·신정훈 전 청와대 비서관) ▲광주(강기정 전 의원, 양향자 최고위원,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다.

해당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예비후보 간 수 싸움이 치열하다. 경합 지역일수록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아 결선투표 도입으로 이변이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후보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불꽃 튀는 승부가 예상되는 격전지로는 서울, 경기, 광주 등이 있다. 해당 지역들은 1·2위 후보 간 지지율이 소폭 차이거나, 후발주자들의 인지도가 상당해 결과를 더욱 예측할 수 없다고 평가된다. 이 경우 작은 변수로도 경선 결과가 크게 뒤바뀔 수 있어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우선 서울시장 경선은 현역인 박원순 시장이 ‘3선’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높은 지지율로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지만 박영선·우상호 후보의 인지도가 상당한 만큼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데일리리서치가 인터넷 언론 로이슈의 의뢰로 실시한 ‘서울시 광역단체장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 결선투표제 도입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은 50.0%의 지지율로 단독 선두를 기록했다. 박영선 의원은 15.6%로 2위, 우상호 의원은 10.6%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일 서울시 거주 19세 이상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RDD(41%) 무선가상번호(59%)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전체응답률 4.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적으로 박 시장은 1위를 사수했지만, 과반의 비율을 겨우 넘은 수치일 뿐 아니라 박·우 의원의 지지율을 합산할 경우 뒷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경기지사 경선 또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전해철 의원도 최근 여론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 이에 양측 진영도 결선투표 도입에 대해 미묘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이 전 시장 측은 “당의 룰을 따르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다소 신중한 답변을 내놨지만, 전 의원 측은 결선투표로 ‘뒤집기’를 노릴 수 있게 된 만큼 환영의 뜻을 표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는 경쟁이 뜨겁다. 6일 컷오프 결과에 따라 강기정 전 의원, 양향자 최고위원,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총 3명이 경선 후보에 최종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광주시장 민주당 경선 후보는 공모 시작 후 한때 7명에 달할 만큼 치열한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결선투표 도입은 민주당 경선의 흥행에는 호재임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과열 양상으로 치달아 경선판이 ‘치킨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 입장에서는 결선투표 도입의 영향으로 경선 결과에 따라 ‘원내 1당’의 자리도 내놓을 수 있어 부담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경선에 참여하는 현역 의원은 서울시장에 박영선·우상호, 인천시장에 박남춘, 경기지사에 전해철, 대전시장에 이상민, 충남지사에 양승조, 충북지사에 오제세, 경남지사에 김경수 등 총 8명이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원내 1당을 지키기 위해 현역 의원의 출마를 최대한 제한해 왔는데, 결선투표 도입으로 예상보다 많은 현역 의원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울시장의 박영선·우상호 의원, 경기지사에 전해철 의원이 결선투표로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이길 경우 2석이 이탈되는 셈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지방선거 기호 1번’을 놓치는 것은 물론, 국회 관행대로라면 원내 1당에서 맡는 국회의장 자리까지 내놓을 수 있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현역 의원 출마 수와 보궐선거 결과도 의석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지는 남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선투표 도입이 단순히 경선 흥행 유도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노림수가 숨어 있다”며 “지도부의 부담도 상당히 클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내거나 원내 1당 자리를 뺏길 경우 책임 화살이 ‘결선투표 도입’으로 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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