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차·불법 차량 감소 기대 “불안했던 소비자 신뢰 회복해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전손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불법으로 유통되지 않도록 폐차이행확인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부 보험사들이 불법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폐차 직전의 차량을 공업사와 짜고 싸구려 부품으로 수리한 후 버젓이 재판매해 소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아 왔기 때문이다. 과연 폐차이행확인제가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일부 불법 판매업자 때문에 양심적 판매자가 ‘홍역’
소비자·판매업자·폐차업자 모두 법안 적용 ‘환영’


지난해 12월, 폐차를 처리하지 않고 몰래 팔기 위해 자신의 밭에 보관한 60대 폐차업자가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제주지방경찰청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60)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2년 동안 제주시 한림읍 자신의 밭에 폐차 의뢰를 받은 차량을 폐차하지 않고 보관한 혐의를 받았다. 조사결과 A씨는 폐차 의뢰를 받아 제주시청(차량관리과)에 관련 서류를 접수하는 등 행정상으로 차량을 말소했으나, 실제로는 해당 차량을 보관하고 있었다.

행정에서 폐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요구하지 않아 실제 폐차 여부를 알 수 없는 점을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A씨가 2년여 동안 쌓아둔 차량만 58대에 달했고, 언제 중고차로 둔갑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은 일부 폐차업자들이 차량을 폐차하지 않고 수리해 외관상 하자가 없어 보이게끔 만든 후 불법 유통해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허다했다. 보험사가 전손처리된 고가의 외제차를 고객 보험금을 지급한 뒤 불법 정비해 유통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신고된 중고차 매매 관련 피해구제 신청 중 사고정보 고지 미흡, 침수차량 미고지 등으로 피해를 봤다는 내용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 전손 처리 대상 차량은 28만여 대였지만 다섯대 중 한 대꼴로 중고차 시장에 나왔다는 집계도 있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자 국토교통부는 중고차 시장 질서 확립 등을 위해 “침수나 심각한 사고로 폐차될 전손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불법으로 유통되지 않도록 4월 1일부터 폐차이행확인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폐차이행확인제란 보험사가 전손처리한 차량 중 파손 정도가 심한 차량을 폐차장에 넘기면, 정부가 해당 차량 목록을 직접 관리해 폐차장이 해당 차량을 실제로 폐차 처리 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침수나 심각한 사고로 차량에 손상이 발생해 수리비가 차량가액을 초과한 경우, 보험사는 해당 차량을 전손(전부손해)처리해 보험가입자에게 차량가액을 지급한 후 차량을 폐차장 등에 처분함으로써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폐차가 중고차로 둔갑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부 폐차업자들이 해당 차량을 폐차하지 않고 정상 차량으로 둔갑시켜 중고차 시장에 불법으로 유통시켜 국민안전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보험사로부터 폐차 대상 차량목록을 전달 받고, 해당 차량을 인수한 폐차업자가 기한 내 제대로 폐차처리를 했는지 확인하고 추적한다.

폐차업자는 폐차 요청을 받은 경우 한 달 내 폐차·말소를 해야 하며, 폐차·말소된 차량은 국내 재등록과 재유통이 원천 차단된다. 만약 폐차 업자가 기한 내에 폐차 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 지자체를 통하여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한다.

아울러 해당 차량을 폐차하지 않고 불법 유통했을 경우에는 수사기관 고발을 통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게 한다는 것이 폐차이행확인제의 골자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폐차이행확인제 시행을 통하여 전손차량 불법유통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중고차시장과 폐차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고차 시장과 소비자들 모두 해당 정책을 두고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일요서울은 폐차이행확인제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3일, 서울 시내의 한 중고차 시장을 찾아 그들의 견해를 물었다.

더욱 강한 법안 원해

소비자들은 좋은 정책이지만 폐차이행확인제 시행 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사기 차량 단속도 강화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이다.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들렸다는 한 소비자는 “침수 차량과 같은 사기 차량을 구입하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달부터 적용되는 법이라고 하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과거의 불법 차량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아니냐”면서 “시중에 풀려있는 불법 매물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고차 공업사나 매매업자 등도 폐차이행확인제를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일부 불량업자들로 인해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앞으로 관련 법안이 더욱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고차 시장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중고차 업자는 “일부 지방 변두리에서 활동하는 양심이 없는 보험사 및 공업사, 중고차 업자 등이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로 인해 소비자들도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서 더욱 강력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중고차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양심적인 판매업자들이 피해보는 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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