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혈투’ 與 오거돈‧송철호vs 野서병수‧김기현 ‘격돌’

왼쪽부터 오거돈, 송철호, 서병수, 김기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한국당의 ‘수성’이냐 민주당의 ‘탈환’이냐. 6.13 지방선거의 백미로 꼽히는 ‘낙동강 혈투’ 라인업이 정해졌다. 한국당은 전·현직 도백(道佰)들에게 방패를 쥐어줬고 민주당은 이들의 라이벌에게 창을 들려줬다. 한국당은 PK 지역을 ‘박빙 우세’로 보고 있다. 쉽지 않지만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를 방증한다. 설상가상으로 김기현 현 울산시장의 측근이 비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한국당 지도부가 서병수 현 부산시장을 공천하는 과정이 좋지 않았던 점 등은 한국당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프다. 전국 정당을 꿈꾸는 민주당과 보수 아성 복원에 나서는 한국당, 여야가 이른바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PK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일대 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 주자들 각종 잡음에 ‘삐걱’… 민주당 “PK는 반드시 탈환” 공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울산시장 선거에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단수 추천하며 한국당의 김기현 시장, 민중당의 김창현 후보와 3자 대결이 최종 성사됐다. 앞서 지난달 15일 한국당은 공관위 면접을 통해 김 시장을 후보로 최종 확정한 바 있다. 사실상 송 후보와 김 시장의 양강 구도와 다름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김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과 높은 지지율을 발판 삼아 재선에 도전한다. 여기에 3선 국회의원을 지냈을 뿐 아니라,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역임 시절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며 홍 대표의 신임까지 얻어 당내에서 입지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4년 임기 동안 안정된 시정을 이끈 것으로 평가되며 이번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당 입장에서도 ‘TK(대구‧경북) 정당’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부산 사수를 위해 김 시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김 시장의 측근이 울산 북구 아파트 건설사업에 이권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 수사를 두고 한국당 내에서도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라며 적극적인 방어를 펼쳤지만, 장제원 의원이 “경찰은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등 막말을 일삼아 논란의 불꽃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당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울산은 본래 1997년 초대 심완구 시장부터 현 김 시장까지 20여 년간 보수정당이 독점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당의 잇따른 자충수로 어느 한 지역구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보수 텃밭’인 울산마저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울산에서 최초의 진보정당 출신 시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에 친문(親文)계 실세로 알려진 송 후보도 추격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송 후보는 이번 선거가 9번째 도전이다. 따라서 송 후보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 사활을 다할 것으로 전해진다.
 
송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80년대 영남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유명하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도 PK(부산‧경남)를 주름 잡았던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란 날개를 달고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방증하듯 송 고문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아무런 관직이나 지위에 오르지 않고도 울산지역의 현안이었던 광역시 승격, KTX 울산역 유치, 국립대 유치 등을 앞장서 해결했다”며 “만약 당선된다면 그 때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 낼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노-문 라인’과의 친밀함을 드러내는 한편, 정부와 소통을 통해 울산의 현안사업들을 적극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거돈 ‘권토중래’
 
부산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한국당의 서병수 부산시장의 ‘리턴매치’가 벌어진다. 이 밖에 바른미래당은 이성권 후보가, 정의당은 박주미 후보가 각각 출마를 확정했다.
 
오 후보와 서 후보는 지난 2014년 선거 때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서 시장에게 불과 1.4% 차이로 석패한 오 전 장관이 이번 선거에서는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이 지난 3일 발표한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 1차 심사 결과’에 따르면 오 전 장관은 부산시장 선거에 단수 추천됐다. 당초 민주당 부산시장 공천에서는 오거돈‧정경진 후보가 격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당은 여론 지지율이 앞선 오 후보를 단수 추천키로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한국당의 TK 승리가 예상된 현 상황에서 부산을 사수해야만 ‘절반의 승리’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은 서둘러 오 후보로 확정하고 본선에 대한 채비를 마쳤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오 후보 진영의 분위기는 밝다.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4년 전 소폭으로 석패한 점을 감안하면 분명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한국당은 서 후보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탓에 다소 동력이 떨어진 모양새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16일 울산에서 열린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총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은 광역단체장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며 “울산은 걱정되지 않는데 부산이 걱정이다. 부산시장이 좀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홍 대표는 “부산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고 대안이 있다”며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새 인물 카드를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사실상 서 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홍 대표가 지칭한 ‘똑똑한 사람’이 지난해 12월 부산 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장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서병수 불가론’을 천명했던 홍 대표의 기류가 급격히 변했다. “되는 후보를 밀겠다. 부산이 걱정”이라고 했던 홍 대표가 1월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당 부산시당 신년인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우리는 이길 만한 후보를 괴롭히는 경선은 하지 않는다”며 “의미 없는 경선을 하는 것은 지지율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사실상 ‘서병수 전략공천’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러한 두 사람이 하루아침에 ‘오월동주’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부산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인재 영입에 나섰던 홍 대표가 마땅한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서 시장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의 관계자는 “당이 자신할 수 없는 후보를 유권자들이 믿고 표를 던질 리는 만무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서 후보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한편 서 후보의 공천이 확정된 후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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