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치인 출신 김기식 금감원장 임명에 野 뿔났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붕당(朋黨)은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정치의 골칫거리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가끔은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때문일까. 정권이 바뀔 때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바로 인사 문제다. 친(親)이냐, 반(反)이냐.

문재인 정부도 인사 논란의 화살을 비껴가기 어렵게 됐다. 도마 위에 오른 ‘코드인사(code人事·정치, 이념 성향이나 사고 체계 따위가 똑같은 사람을 관리나 직원으로 임명하는 일. 또는 그런 인사)’ 논란을 짚어 본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각종 시민단체 인사 고위직 올라
野 “신(新) 적폐 양상” 靑 “모욕적인 딱지 붙여” 팽팽한 대립 구도 형성



코드인사 논란이 재점화된 것은 지난달 30일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금융감독원장(이하 금감원장)에 내정되면서부터다. 이 소식에 야당 측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허성우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1일 “한국 금융을 관치금융 시절로 되돌리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허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미 정부 곳곳에 참여연대 출신들이 포진해 있음에도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금융감독원장에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이 임명돼 취임을 앞두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전문가를 코드 낙하산으로 임명했다”고 꼬집었다.
 
장하성·김기식·김상조
참여연대 트로이카

 
김 금감원장의 취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로 인해 ‘참여연대 3인방’ 체제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3인방'이란 김 금감원장, 공정거래위원회의 김상조 위원장,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세간에서 이들을 ‘참여연대 3인방’이라 부르는 이유는 재벌개혁에 주력한다는 점과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재벌 개혁은 경제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힐 정도로 ‘재벌개혁’에 공들이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중요시하는 재벌개혁 청사진에 참여연대 출신이 3명이나 함께해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참여연대 측은 “(이번 인사는) 참여연대와 무관한 사항”이라고 입장을 확실히 하면서 “장 정책실장과 김 위원장의 경우 참여연대를 떠난 지 15년 정도 됐다. 활동한 건 맞지만 (참여연대 활동) 이후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았다. (때문에 이번 인사에) 참여연대 출신인 게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70명 정도다. 이를 보고 검사가 국회를 장악했다고 하나”라면서 “참여연대 역시 (회원 중) 일부가 공직에 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참여연대의 설립 취지와 관련한 의견도 피력했다.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다.

이에 참여연대 관계자는 “(참여연대는) 고위공직자들의 정책집행에 대해 감시하는 단체”라고 말하면서 “(참여연대 출신들이 고위공직을) 맡은 순간부터 출신과 상관없이 감시 대상”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3인방’ 외에 현재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등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민변 출신 인사도 눈길
참여정부 시절부터 인연
 

또 다른 대표적 시민단체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있다. 이 단체는 1988년 출범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몸담기도 했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세간에서 사법정책은 민변, 일자리·노동정책은 노조 출신, 민주당 인사들이 장악했다며 ‘민노당’ 인사라는 비아냥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측에 따르면 현재 문 정부의 인사 방향이 MB정권 시절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 인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첩인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이다.
민변 관계자는 “민변은 기본적으로 인권단체”라고 단체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면서 “정치조직과 어떠한 연관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참여정부 시절 실제로 국정운영에 참가한 (민변 출신) 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때문에 당시 (정부와 민변 측에 대한) 상호관계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단체의 독립성을 위해 ‘선출직 공무원이 될 경우 민변 회원 자격을 박탈하자’는 의견과 ‘그렇게 될 경우 정치혐오 양산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 두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회원 자격 요건에 선출직 공무원을 제외한다’는 사안으로 투표를 진행했고, 1~2표 차이로 부결됐다고 알렸다.

이 내용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식 사이트에도 게재돼 있다.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게시글은 “민변 제17차 정기총회 보고”이다. 민변의 제17차 정기총회는 2004년 5월 29일부터 30일 1박2일 아산 도고글로리콘도에서 열렸다.

보고에 따르면 “회칙개정안 중 많은 논란이 예상된 제4조 3항의 경우, 이 날 총회에 참석한 회원의 대다수가 국회의원 및 정무직 공무원 등의 회원 자격 제한 규정을 두는 데 찬성하였으나 엄격한 의결정족수 규정으로 인해 부결되었다”고 한다.

이 문제가 조율이 됐는지를 묻자 민변 측은 “(민변 회원이 공무직에) 선출된다면 특별회원으로 자격이 전환된다. 특별회원은 (민변 단체) 내부 의결권이 없으며 위원장, 회장, 부회장 등 임원을 맡을 수 없다”고 서술했다. 이어 “많은 긴장과 고민, 그리고 여러 세월을 거쳐 정리된 문제”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 27일 개정을 거친 민변 회칙 제5조(회원의 자격)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이 없는 법학교수, 변호사 자격이 있는 공무원(군법무관, 공익법무관, 선출직 공무원을 포함하고 국·공립대 대학교수를 제외한다·2017.5.27. 본호개정), 외국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2015.5.30. 본항개정), 사법연수생 또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수료한 사람”들은 정회원이 아닌 특별회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시민단체 출신인 이들을 고위공직에 배치한 인사동향에 대해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 모두말씀에서 “인사 실패가 쌓이면 정권 실패”라고 전했다.

조 의원은 “시민단체 출신 환경부장관은 최악의 미세먼지와 재활용쓰레기 대란에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환경대란의 구경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아직도 ‘인사가 만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금융감독원장, 일자리부위원장 등 나눠먹기 낙하산 인사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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